국내에서는 여전히 조금 낯설고 조심스럽게 여겨지는 퀴어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 몇 편을 소개한다. 짧은 영상 속에서 그들이 겪는 일상적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과 섬세한 감정선을 발견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에 감상하기에 제격인 청량한 영상미의 뮤직비디오들로 골랐다.

 

Troye Sivan ‘Blue Neighbourhood’ MV (Director’s Cut)

호주에서 활동하는 남아공 출생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유튜버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은 데뷔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첫 정규 앨범 <Blue Neighbourhood>를 통해 유명 유튜버에서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다. 독특하고 퇴폐적인 목소리와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한 가사, 비트감 있는 시원한 리듬은 무더운 요즘 듣기에 제격이다. 그는 수록곡 중, ‘Wild’, ‘Fools’, ’Talk Me Down’을 순서로 옴니버스식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 영상은 우울하고 차가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첫 번째 곡인 ‘Wild’는 어린 두 소년의 우정을 담았으며, ‘Fools’는 주변의 시선과 반대로 인해 좌절되는 두 청년의 사랑을, 그리고 마지막 ‘Talk Me Down’은 극단적 선택을 통해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두 청년의 비극적 결말을 지닌다. 세 편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감독판을 추천하며,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트로이 시반의 매력을 즐겨보길 바란다.

Troye Sivan ‘Wild’ MV (Blue Neighbourhood Part 1/3)
Troye Sivan ‘Fools’ MV (Blue Neighbourhood Part 2/3)
Troye Sivan ‘Talk Me Down’ MV (Blue Neighbourhood 3/3)

 

Kadie Elder ‘First Time He Kissed a Boy’ MV

제목부터 ‘퀴어로운’ 이 곡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덴마크 출신 밴드 케이디 엘더(Kadie Elder)의 2014년 싱글로 파스텔톤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다. 짧은 영상 속 성소수자가가 겪는 불편한 시선과 소외, 당황스러운 감정과 그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준다. 인물과 사물을 향한 클로즈업이나 과하지 않은 슬로모션의 사용은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며, 독특한 카메라 워크도 뮤직비디오를 즐기는 데 한몫한다. 청량감 넘치는 음악과 시원한 영상에 가볍게 보기 좋은 뮤직비디오이며, 취향에 맞았다면 아래 어쿠스틱 라이브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Hayley Kiyoko ‘Girls Like Girls’ MV

미국과 일본 혼혈인 가수 겸 배우 헤일리 키요코(Hayley Kiyoko)의 2015년 곡 ‘Girls Like Girls’는, 그에게 일명 ‘레즈비언 지저스’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히트곡이다. LA의 여성 스트리트 갱 스타일을 선호하는 그는 흑인 여성 동성애자라는 마이너한 섹슈얼리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Girls Like Girls’의 뮤직비디오는 두 소녀의 우정을 시작으로 호감, 혼란, 사랑 등 마치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같은 시기에 발표한 곡 ‘Cliffs Edge’ 뮤직비디오에서는 헤일리 키요코가 직접 출연하기도 하는데, 그만의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사운드에 주목하면서 감상해보길 바란다.

Hayley Kiyoko ‘Cliffs Edge’ MV

 

Holland ‘I’m Not Afraid’ MV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며 데뷔한 홀랜드(Holland)는 올해 초 첫 번째 싱글 ‘Neverland’ 발매 당시 유럽권 아이튠스에서 먼저 호응을 얻었다. <데이즈드 100>과 <빌보드>는 그를 아티스트이자 인권운동가로 여기고 그의 저항적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발매한 두 번째 싱글 ‘I’m Not Afraid’ 역시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러프한 베이스와 신스를 바탕으로 시원하게 흘러가는 레트로 팝 스타일의 이 곡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메시지와 같은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는 드래그 퀸의 등장이나 동성 간의 키스신 등을 일상적인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음악을 통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다면, 연이어 ‘I’m So Afraid’를 들어보길 바란다.

Holland ‘I'm So Afraid’ MV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박재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