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경>(2007)의 주인공 ‘타에코’(코바야시 사토미)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에 대해 내심 불안감을 느낀다. 아마 계획을 짜고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잘 사는 삶’이라 공감해온 사회적 분위기가 주된 이유일 것이다. 은연중에 휴식에서조차 무언가를 남기고자 스스로에게 또 다른 숙제를 주는 우리.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아무것도 안 하는 휴식은 어려운 걸까?

 

1. 아무것도 안 하기 연습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각자에게 처한 상황과 주어진 시간에 따라 몇 가지만 실천해도 온전한 휴식과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멍 때리기 대회 참가자 ⓒ멍 때리기 대회

첫째, 틈틈이 멍 때리기를 실천한다.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나마 하던 일과 생각을 멈춘 채 가만히 숨만 쉬어본다. 명상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말이 쉽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싶다면 양치질 시간 3분을 공략해본다. 고개조차 돌리기 힘든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도 좋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멍 때리기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릴 정도다. 게다가 뇌의 휴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은 쉽게 실천하기 어렵다. 즉, 질 좋은 휴식을 위해 멍 때리기를 생활화하는 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둘째, 버려도 될 생각을 하루에 하나씩 지워보자.

취업, 연애, 은행 이자 등과 같은 문제들 사이엔 분명 지워도 되는 한 줄이 끼어있을 것이다. 내 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 같은 누군가, 다이어트 중 결국 손대버린 치맥 등 무시해버려도 되는, 또는 이미 어쩔 수 없는 것들부터 머릿속에서 지워보자. 쉬울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이 일을 하루에 딱 하나라도 해낸다면, 아무 생각 없이 휴식하는 시간의 가장 큰 방해꾼인 ‘생각의 노폐물’이 정리되어 한결 쉽게 무념무상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

셋째, 내가 주로 쉬는 곳의 환경을 바꿔보자.

공간은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같은 행위를 해도 공간의 분위기와 결이 달라지면 기분과 생각, 행동까지 달라지곤 한다. 인테리어를 뜯어고치라는 것이 아니다. 빈둥거리며 누워있는 이불 하나만 세탁해도 휴식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편안하고 안락한 나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2.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준비물

인테리어 정보공유서비스 'ggumigi'에 소개된 홈인테리어 및 엔터테인먼트(사진 출처= ‘ggumigi’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이러한 나만의 공간을 더욱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아이템과 서비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요즘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홈 인테리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집은 최적의 공간이다.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취향과 행동반경을 가장 잘 반영하는 침구, 가구, 조명, 향기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게임기나 가정용 빔프로젝터 등과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 관련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선 어폐가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자 한들 사람이란 최소한의 움직임과 유희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런 면에서 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놀이환경은 꽤 중요한 휴식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 관련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세상 귀찮은 것 중 하나가 쉬고 싶을 때 밥을 차려야 하는 상황이다. 청소나 빨래처럼 미루기도 애매한 이 일상은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때론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다행히 한국의 음식 배달 관련 서비스는 세계 최강의 수준이고, 그 다양함과 편리함은 날로 발전 중이다. 배달 앱은 기본, 전날 밤에 주문하면 새벽에 도착하는 식재료, 홈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바비큐 세트, 꺼내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식품 등 곳곳에 괜찮은 서비스가 널려있다.

이외에도 몸과 마음을 케어하는 웰니스 서비스와 공간, 복잡한 머릿속이 편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ASMR 서비스, 잘 쉬고 잘 자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수면센터 등 다양하다.

 

3. 다시 쓰는 생활계획표

<무한도전> 446회 ‘생활계획표’ 편 캡쳐

이제는 막을 내린 <무한도전>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 2015년 가을 방영한 ‘생활계획표’ 편을 다시 떠올린다. 이 에피소드에서 멤버들은 자신이 원하는 하루를 보내라는 미션을 받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빡빡하게 계획한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과 달리 정형돈은 TV 다시 보기와 수면, 자유시간으로 점철된 계획표를 내놓는다. 모두가 휴식시간조차 무언가로 채울 생각을 할 때, 그는 비울 생각을 한 거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집에서) 엄~청 바빠. 할 게 많아.”

정형돈의 생활계획표처럼 아무 계획도, 죄책감도, 불안함도 없이 시간을 ‘버려’보자. 결국 그 끝에 조금은 더 편해진 나 자신이 있을 것이다.

 

메인 이미지 영화 <안경> 스틸컷

 

Writer

자기 역할을 다 할 줄 아는 디자인,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는 다큐멘터리, 소소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 먹지 않아도 기분 좋은 푸드 컨텐츠, 조용한 평일 오후의 책방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언어로 나누고 싶은 ‘나 혼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