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드높은 고층 빌딩,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 나무, 하늘까지 닿아있는 회색빛 가로등 등 시선을 높이 해야만 바라볼 수 있는 사물들이 많다.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은 모든 것을 올려다봐야 하지만, 때때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에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기도 한다.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세상은 자그마한 장난감 같아 보이기도 해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부감숏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 주제로 삼아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시각을 제공하는 사진작가, 버나드 랭(Bernhard Lang)을 만나보자.

Bernhard Lang

버나드 랭은 1970년 독일 태생으로 뮌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뮌헨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견습 사진작가로 일하였고 이후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광고 및 패션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0년부터 버나드 랭의 대표적인 공중촬영 작업인 ‘에어리얼 뷰(Aerial Views)’가 시작되었다. 그는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비행기에서 본 눈이 쌓인 풍경과 남아프리카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본 거대한 사막의 모습 등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풍경이 마치 하나의 그림과도 같이 느껴지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아 항공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찍은 다양한 주제의 사진 시리즈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하여 ‘인간의 활동들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였으며, 드론을 통한 무인 촬영 등이 활발한 시대이지만 직접 경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에 매달려서 촬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다다랐을 때, 직접 상체를 구부려 완전한 수직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치열한 방식의 촬영 기법이 버나드 랭의 사진 특유의 강렬함을 이끌어내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는 버나드 랭의 대표적인 몇 개의 시리즈들을 소개해본다.

 

1. Adria(2014)

첫 번째로는 <Adria>(2014)라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휴양지인 이탈리아의 아드리안 해변을 공중에서 촬영한 시리즈다. 그는 이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서 무려 5년의 시간을 들였으며, 이 기간 동안 그가 찍은 사진들은 약 8만7천 장에 달한다고 한다.

높은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해변의 풍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양한 파라솔의 무늬, 해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몸짓,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보트들을 평소에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특히 파라솔들의 다양한 색감이 주는 즐거운 시각적 자극과 해변 위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정지된 상태로 사진속에 박제된 모습이 마치 높은 곳에 있는 누군가가 인형 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흥미롭다. 이 시리즈는 2015년 소니국제사진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2. Tulip Fields(2016)

두 번째로 소개하는 <Tulip Fields>(2016)는 세계 최대의 튤립 축제로도 유명한 네덜란드의 큐켄호프(Keukenhof) 공원을 촬영한 시리즈다. 영국 신문 <The Observer>에서는 튤립이라는 주제에서 모네와 반 고흐를, 튤립이 늘어서서 심어져있는 모습이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를 띠는 점에서 몬드리안에 버나드 랭의 시리즈를 빗대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에 관하여 버나드 랭은 자신의 시리즈 중 가장 촬영이 힘들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튤립의 개화 시기가 4월에서 5월 사이로 짧기 때문에 그 한정된 시기에 맞춰서 촬영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3. Manila(2017)

세 번째로 소개하는 <Manila>(2017)는 약 2천3백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 필리핀의 마닐라를 촬영한 시리즈다. 마닐라는 거대한 대도시이지만 인구의 절반 정도가 슬럼가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상공에서 보았을 때 극도로 밀착된 지붕들이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며, 이는 자연스럽게 필리핀의 사회적인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4. Abstract Flows(2018)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가장 최근의 <Abstract Flows>(2018) 시리즈는 기존의 <Aerial Views> 시리즈와 항공 사진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불분명한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제적으로 다른 측면을 가진다. 하지만, 흥미로운 구조물들과 형태들을 발견하는 데 집중했다는 부분에서는 기존의 시리즈들과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는 게 버나드 랭의 설명이다.

 

본문, 메인 이미지 ⓒBernhard Lang, 출처 작가 홈페이지

 

Writer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병행 해오던 밴드 '유레루나'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작업에 더 집중하여 지속적인 결과물들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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