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음악, 음악과 딱 어울리는 명장면. 삽입곡은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그 자체로 영화의 스토리를 함축하기도 한다. 명장면과 명곡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비긴어게인> - 'Lost star'
Begin Again｜2013｜감독 존 카니｜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애덤 리바인, 마크 러팔로
'Lost star'는 극 중 옛 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자신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데이트(애덤 리바인)에게 선물한 노래다. 이미 스타가 된 데이브는 그녀에게 먼저 이별을 통보했던 것을 후회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열창한다. 데이브 역의 애덤 리바인은 실제로 밴드 마룬 5(Maroon 5)의 리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활약 중인 가수 겸 배우다. 싱어송라이터 역할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촬영 전부터 보컬 코치를 받으며 수준 높은 노래 실력을 선보였는데, 혹시 그녀의 보컬트레이너가 상대역의 애덤 리바인은 아니었는지 궁금해진다. 개성 있고 감성적인 그의 목소리는 영화 속 무대 위에서도 달콤하게 빛난다.
<어바웃 타임> - 'How long will I love you'
About Time｜2013｜감독 리차드 커티스｜출연 돔놀 글리슨, 빌 나이, 레이첼 맥아담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이 노래를 추천한다. 모태 솔로 팀(돔놀 글리슨)에게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의 첫인상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였다. 어설프지만 마음을 다해 노력한 결과, 꿈에 그리던 사랑스러운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된 팀. 역사 한편에 서 있는 밴드의 이 노래를 배경으로, 매일 지하철역을 오가며 서로의 추억을 쌓아가는 팀과 메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출근하기 전 나누는 키스,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게 걸어가는 모습.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풋풋하고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녀> 'The moon song'
Her｜2013｜감독 스파이크 존스｜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아름다운 설경 위를 나 홀로 걷고 있지만 행복해 보인다. 인공 지능 운영체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가 불러주는 노래 덕분일까. 비록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의 회색빛 삶을 환하게 바꿔준 그녀. 그는 그녀를 위해 춤을 추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하고, 그녀가 불러주는 노래에 맞춰 우쿠렐레를 연주한다. 테오도르에게 바치는 사만다의 감미로운 목소리, 애정이 담긴 가사에 귀 기울여보자. 고요한 숲에 내리는 한 줄기 빛처럼 마음이 평온해진다.
<프란시스 하> 'Modern love'
Frances Ha｜2012｜감독 노아 바움백｜출연 그레타 거윅, 미키 섬너, 애덤 드라이버, 마이클 제겐
뉴욕의 길거리를 배경으로 춤을 추며 뛰어가는 주인공 프란시스(그레타 거윅)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인다. 이때 흐르는 곡은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Modern Love’다. 펑키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감은 무모하고 거침없는 청춘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기껏해야 눈에 띄지도 않는 견습무용생에, 비싼 방값을 버텨야 하는 홀로서기. 청춘의 삶은 녹록지 않지만, 프란시스는 결코 주저앉는 법이 없다. 자유분방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를 보면 덩달아 가슴이 뛰는 장면. <나쁜 피>(1986)에서 드니 라방이 거리를 뛰는 장면을 오마쥬했다.
<월플라워> 'Heroes'
Perks Of Being A Wallflower｜2012｜감독 스티븐 크보스키｜출연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드라이브 중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에 흥을 이기지 못하고 샘(엠마 왓슨)은 “오 마이 갓, 이 노래 뭐야?”라고 묻는다. 들뜬 기분에 일어서 두 손을 활짝 펼치는 그녀. 음악 소리가 커지고 차가 속도를 낼 때, 터널 불빛에 비친 세 주인공의 모습은 더없이 황홀하고 자유롭다. 자칭 아웃사이더이자 괴짜인 세 주인공의 젊음과 가슴 떨리는 환희가 가득 느껴지는 명장면이다. “I Feel Infinite(무한함을 느껴)”라는 대사처럼,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Heroes'는 상처 많고 예민한 청춘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이 다가올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