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목 시대


이제 누구나 미디어를 통하여 대중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정보량은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수준이다. 디지털 시대에 하루라는 주기는 너무 많은 정보로 차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급속한 성장은 결국 우리 현실 사회에 ‘주목의 결핍’을 가져왔다.

남들의 주목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주목 경제’ 시대가 온 것이다. 더이상 언론사, 블로그, 광고주들과 같은 정보 제공자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 모두가 튀어야 사는 주목 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다. 상향 평준화되어 스펙 싸움에서 오로지 튀어야만 취업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말도 요즘 세대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출처- 2017년 7월 18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튀어야 산다’라는 슬로건은 어느새 정보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생존 법칙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점잖게’ 이야기하면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인터넷에 ‘언어 테러’가 난무하는 것도 남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의 결과다. 사회적 물의를 빚는 저명인사들의 과격 발언이 ‘주목 경제’ 시대에 이르러 더욱 잦아졌다.

Tracy Ma 일러스트레이션 Via pikcat

주목에 굶주린 저명인사들의 셀럽화로 인해 지나친 과잉 발언, 개인적인 견해 또는 액션에 반감이 생기면 집단적으로 ‘캔슬링’ 해버린다. 마치 전남친(혹은 전여친) 이나 살면서 스쳐 지나갔던 원수같은 존재들을 차단하듯이 ‘취소하다’라는 의미의 캔슬링 무브먼트는 ‘캔슬 컬쳐’라 불리며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고 있다.

집단적 공감과 공유를 만들어 나가다 보면 배타적인 집단의식이 강화되기 마련이다. 캔슬 컬쳐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회세력이나, 집단, 개인을 차단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손실을 목적으로 한 암묵적인 약속을 말한다.

 

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페이지

이제는 청와대가 직접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내보내고 기자들은 청와대 방송을 참고해 기사를 쓴다. 카드 뉴스를 만들거나 동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 채널은 얼마든지 있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기법도 넘쳐난다.

하나의 문화와 트렌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과 복잡한 미디어 문화 시대에 주류 언론사들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면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캔슬해버리면 그만이다.

 

누가?

#LoganPaulIsOverParty

ⓒLogan Paul

누군가가 어딘가에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지켜보면 그들의 기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개그 소재의 일상 비디오로 유명한 미국의 유투버 로건 폴(Logan Paul)은 2017년 JobsN에서 실시한 ‘최근 가장 많은 돈을 번 유튜버’ 순위에서 공동 4위에 올랐다. 원래 직업은 레슬링 선수로, 자신의 채널로고로 상품을 만들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의 수익은 약 1250만 달러(한화 136억 원)를 기록했다.

아오키가하라 숲을 방문한 Logan Paul

그는 2017년 12월 ‘자살 숲’으로 유명한 일본 후지산의 아오키가하라 숲을 탐방한다. 숲속에서 우연히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을 찍게 되는데, 1천 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유튜브 채널에 그대로 방영되었다. 24시간 만에 수백만 뷰를 달성했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삭제됐다.

곧바로 로건 폴은 집단으로부터 캔슬 당하기 시작한다. 무수한 일본 유튜버들의 맹비난과 일본에서 지켜야 할 예의 사항을 무시하고 동영상을 올린 것부터 시작해, 유튜브 또한 로건 폴에 대한 광고수익을 전면 중지시키기에 이른다.

유튜브 CEO 수잔 보이치키 Via insights

그런데 구글의 어머니에서 유튜브 CEO 자리에 오른 수잔 보이치키가(그는 실리콘 밸리의 문과생 출신으로 유명하다) 한 인터뷰에서 로건 폴의 영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플랫폼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불쾌하다고 해서 꼭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쾌하란 법은 없으니까요.”

사죄 영상에 이어 트위터에도 기재된 Logan Pauld의 사죄문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사건이 로건 폴에게 큰 피해를 끼치진 않았다. 그의 사죄 영상은 4천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하였고 약 2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화제가 된 로건 폴의 사건에 몰려들어 인기와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는 유튜버들도 등장했다.

유튜버 Kavos

“로건 폴의 커리어는 이제 끝났다.” 로건 폴이 주검을 발견한 순간에 대한 유튜버 카보스(Kavos)의 리액션 영상 제목이다. 카보스는 폴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게재하여 조회수 1천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폴이 삭제한 영상의 조회수는 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유튜브 생태계는 이런 연쇄작용으로 작동한다. 리액션 영상은 장사 도구이고, 구독자와 조회수는 현금이다. 화제가 되는 주제에 유튜버들이 몰려들어 인기 영상 피드를 장악해버리는 이 현상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인기와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또 누가?

Kanye West 사진출처- Highsnoviety

카니예 웨스트는 2018년 5월 유색인종을 배척하자는 뜻이 담긴 트럼프의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 일명 MAGA 운동을 전격 지지한다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혔다. 곧이어 6월 앨범 <ye>를 발매한 카니예 웨스트는 자신이 캔슬 컬쳐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새로 나온 앨범의 리스너 반을 잃었다. 왜냐면 대중들에게 캔슬당했기 때문이다. 내가 캔슬당한 이유는 내가 트럼프를 캔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캔슬 컬쳐는 주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셀럽들이 주 타깃인데, 보이콧 같은 형태로 단기간 확산되었다가 금세 수그러지는 등, 그 확산 기간도 일정하지 않으며 보편화되어 확산되기 보다는 개인의 감정과 견해가 많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다.

XXXTentacion 사진출처- Highsnoviety

지금은 고인이 된 XXX텐타시온(XXXTentacion) 또한 캔슬 당했었다. 2018년 5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그의 음악을 ‘혐오 콘텐츠’(Hate Contents)로 규정하고 그의 모든 노래를 공식 플레이리스트에서 제거했다. 뿐만 아니라 ‘추천’(Recommended) 영역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의 음악을 스포티파이에서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 임신 중인 여자 친구를 폭행한 혐의를 비롯해 강도, 주택 침입, 교살, 매수, 감금 등의 혐의를 받으며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만21세의 나이에 고인이 된 XXXTentacion ⓒJack McCain

사실 캔슬 컬쳐는 뜻이 다른, 혹은 논란을 일으키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그리고 현실 사회에 난무하는 주목 쟁취를 위한 아수라장을 타도하기 위해 생겨났다지만, 사실 처벌은 정의가 아니지 않은가?

혐오의 감정으로 똘똘 뭉쳐 맞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 논란이 미친 영향, 피해의 회복 그리고 그 논란이 장래에 가지는 함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다는, 주목 결핍인 우리 사회의 영혼들에게 따뜻한 관심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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