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신에 낯설지만 흥미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아니 어디라도 갈 수 있는 래퍼 두 사람을 소개한다. 

 

Jvcki Wai

<Enchanted Propaganda> 커버

2016년 첫 EP <EXPOSURE>가 공개된 이후 재키와이(Jvcki Wai)는 줄곧 한국 힙합의 새로운 가능성처럼 이야기되었다. 강력한 개성으로 중무장한 음악은 물론, 귀를 찌르는 목소리, 허무와 열망이 뒤섞인 세계관, 독특한 패션 스타일은 그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재키와이는 그 부담감을 짊어진 채 계속 걸었고, 지난해 말 EP <Neo EvE>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내가 여기 있다, 살아 있다’고 외치는 어떤 전언이었다. 호평이 따라붙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며칠 전인 7월 6일, 재키와이는 정규 앨범 <Enchanted Propaganda>를 내놓았다. 자신이 ‘지금 가장 잘하는 것’으로만 꽉꽉 채워서. 과하다는 평이 따르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재키와이는 첫 정규 앨범에서 욕심과 욕망을 감출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한껏, 양껏, 넘치게 담은 앨범은 한 곡 한 곡 떼어 들으면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재키와이 ‘Enchanted Propaganda’ MV

재키와이는 솔로 작업뿐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도 망설임이 없는 것 같다. 그의 강렬한 개성은 여러 뮤지션과 함께 작업할 때도 빛나며,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오묘하게 만든다. 주목받는 신예들과 만든 작업물이 특히 흥미롭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와 함께한 믹스테입 <Life Sucks>(2015)라든지, 래퍼 Uneducated Kid의 곡 ‘Amazing’ 피처링 등을 통해 재키와이의 센스와 의미심장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초 힙합 레이블 ‘인디고 뮤직’에 합류한 그는 힙합신 여기저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박아넣는 중이다. 그게 어디까지 닿을지 응원하며 지켜보자.

키드밀리, 재키와이, 스윙스 ‘Hyperreal’. 인디고뮤직 합류 후 발표한 곡이다
재키와이 ‘Munch Drunk Purpp’

재키와이 인스타그램 

 

Lil Cherry

‘Motorola’ 뮤직비디오 캡처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자란 릴체리(Lil Cherry), 아직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릴체리는 래퍼 윤비(YunB)의 노래 ‘Robabank’에 피처링하며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능청스러운 몸짓과 표정은 많은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말 그는 싱글 ‘Motorola’를 발매했다. 뉴웨이브 트랩 장르인 이 노래에선 나른하고 그루비한 무드가 뚝뚝 떨어진다. 특히 릴체리를 도트 캐릭터화한 아이콘과 다양한 영상 효과가 마구 뒤섞인 뮤직비디오가 인상적. 다채롭고 쨍한 색깔,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분방함…. 릴체리가 추구하는 여러 이미지를 모아 담은 비디오다. 

릴체리 ‘Motorola(ft. Jito Mo)’ MV

그리고 지난 7월 19일, 릴체리의 첫 정규 앨범 <SAUCE TALK>이 공개되었다. 프로듀서 sAewoo(세우)가 총괄 프로듀싱한 이 앨범은 호화로운 잔칫상 같다. 수록된 열두 곡이 모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한데 합쳐지니 맛 좋고 재미있는 결과물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달릴 수 있는 빠른 비트의 노래부터, 몽환적이고 돕한 사운드까지 모두 들어 있는 알찬 앨범이다. 거칠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래퍼의 등장을 반기며, 일단 신선하고 자극적인 이 음악을 즐기자. 앞으로 그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는 건 그다음 일이다.

릴체리 ‘Mona Lisa(ft. Jito Mo)’
릴체리 ‘LEME IN’

릴체리 인스타그램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