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원칙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비현실성을 삽입할 것.’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조안 코넬라는 이 원칙을 정면으로 비튼다. 그의 세계는 모두가 웃고 있지만 조금도 우습지 않고, 알록달록하지만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렇지만 불편하고 찝찝한 감정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마주치기도 한다. 예술과 외설 사이에 자리해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던 조안 코넬라의 세계를 소개한다.

출처 - 조안 코넬라 인스타그램
<Free Hug> via ‘coleccionsolo’ 

조안 코넬라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한다면,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웃는 얼굴일 것이다. 웃음기 하나 없는 눈으로 입만 활짝 벌린 채 웃고 있는 사람들. 흥미롭게도 이러한 이미지는 치약 광고에서 착안되었다. 반짝이는 치아를 드러낸 광고 모델을 보며 코넬라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웃음이 진짜일까?’ 어떠한 대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웃음에는 어느 정도의 잔인성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이어 떠올랐다. 그 두 가지 아이디어를 한데 결합시키면서, 그의 작품세계는 대사가 많았던 흑백 카툰을 거쳐 지금의 독특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출처 - shockblast 
출처 - Pinterest
출처 - onlyforu.org

도대체 이건 뭐지? 조안 코넬라의 작품을 접하면 늘 물음표가 떠오른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총을 쏘거나 건물 밖으로 몸을 던진다. 팔다리가 한 짝씩 잘려나가고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존재인지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강렬한 충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쾌한 감정으로 변한다. 전혀 우습지 않은 순간에도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 혐오감마저 든다. 뭐든 보면 볼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이라지만, 그의 작품은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출처 - khaosodenglish 
출처 - shockblast 
출처 - Pinterest

우연히 사고 현장을 마주친 이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대신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이밀고, 정의는 진실이 아니라 피부색으로부터 결정된다. 내용만큼이나 신랄한 표현방식은 때로는 선을 넘은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자극적이어서 작품을 한 편 한 편 살펴보다 보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실제로 SNS에 업로드한 작품들을 차단당하거나 ‘자살할 위험이 있다’며 심리상담가로부터 신고를 당했을 정도다.

<Untitled 14>. 출처 - Pinterest
출처 – popcultcha 
<Instaboobs> 출처 – spoke art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인 소재에서부터 정치적 소재, 사회적 이슈까지 일반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 것들을 거침없이 다룰 수 있는 이유다. 한계를 가지고 노는 것과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그곳에서 발견한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여낸다. 어쩌면 선(線)이란 그의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지도 모른다.

<Selfie> 출처 – spoke art 
출처 - 조안 코넬라 트위터

재미있는 건 조안 코넬라 역시 그 자체로 한 편의 아이러니라는 것이다. 유머를 좀 더 강렬하게 담아낼 방법으로 어둡고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했고, 프리허그나 셀프 카메라 같은 소재를 통해 보여주기식 문화와 소셜 미디어를 풍자했지만 그 작품들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으니 말이다. 그의 유머코드가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또 다른 아이러니라고 불러야 할까.

출처 - popcultcha 
출처 - popcultcha 

아슬아슬한 수위답게, 그의 작품은 그가 작업에 임하는 자세와는 별개로 늘 뜨거운 감자다. 인터넷에는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부터 작품 해석이 꿈보다 해몽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코멘트가 달려 있다. 심지어 너무 불쾌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의견까지 존재한다. 조안 코넬라는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이 작품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또한 ‘표현의 자유’의 일환이고 한 가지 작품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해석이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의 작품세계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출처 - shockblast 
출처 - 조안 코넬라 트위터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작품에서는 현실이 잘 꾸며진 온실 속처럼 따뜻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돈만 있다면 어떠한 문제라도 말끔히 해결되는 사회, 당장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내게 피해가 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마냥 허구가 아니다. 그의 작품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오는 건 바로 그 지점일 것이다. 어쩌면 그는 예쁜 포장지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를 택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종종 그 표현방식이 과해지기도 하는 건 사실이지만, 불편하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우리가 느끼는 찝찝함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지 똑바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MOXNOX>와 <ZONZO>라는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고, 2016년과 2018년에는 각각 한 차례씩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조안 코넬라.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시각적으로 한 번, 내용을 이해한 후 또 한 번 다가올 충격에 미리 대비할 것.

 

조안 코넬라 공식 홈페이지
조안 코넬라 인스타그램 

 

 

Writer

언어를 뛰어넘어, 이야기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마음속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고,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가 되어주니까. 그래서 그림책에서부터 민담, 괴담, 문학, 영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중. 앞으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며 더 풍성하고 가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나가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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