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포화와 고난 속에서도 복잡한 감정이 얽힌 이야기는 탄생한다. 전쟁으로 인해 누구보다 슬픈 결말을 맞은 여성을 그린, 스파이 영화들을 모았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얼라이드>

Alliedㅣ2017ㅣ감독 로버트 저메키스ㅣ출연 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 리지 캐플란

2차 대전이 한참 치열한 1942년 모로코 카사블랑카. 영국의 정보국 장교 ‘맥스’(브래드 피트)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은 독일 대사를 암살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작전을 펼치면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런던으로 와서 가정을 꾸리고 아기도 낳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맥스는 상관으로부터 영국 정부가 마리안을 스파이로 의심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마리안이 스파이인지 알아보기 위해 덫을 놓는 정보국은 이를 맥스에게 실행하게 한다. 원래의 비밀요원은 피아노를 잘 친다는 정보를 입수한 맥스는 마리안에게 피아노를 쳐보라고 하지만 피아노를 못 치는 마리안은 결국 자신이 첩자임을 고백한다. 맥스는 마리안과 아이를 데리고 영국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시대적 배경을 따라 마리안이 입고 나오는 고혹적인 드레스가 우선 눈길을 끈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진부하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주제를 가진 이 영화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연기 잘하는 두 배우에게 많이 기대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브래드 피트와 마리앙 꼬티아르가 실제로 영화 촬영 중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기도 한다.

<얼라이드> 예고편

 

<색, 계>

色, 戒, Lust, Cautionㅣ2007ㅣ감독 이안ㅣ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색, 계>는 중국 출신 작가 장아이링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책은 1930년대 상하이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던 국민당 정보원 정핑루(1918~1940)의 삶을 담았다. 정핑루는 친일파 왕정웨이 정권의 고위층 딩모춘을 암살하라는 밀명을 받고 딩모춘에게 접근했으나 결국 딩모춘 암살에 실패했고 결국 정체를 발각당해 22살 젊은 나이에 총살된 인물이다.

색계 실제 모델인 정핑루와 탕웨이 via ‘엑스포츠 뉴스’ 

영화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했을까. 홍콩대학교에서 연극 동아리를 하며 항일운동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행동하기로 한 ‘왕치아즈’(탕웨이). 이들은 홍콩으로 발령 난 친일 인물 ‘이’(양조위)를 없애기로 하고 일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이의 아내에 접근한 왕치아즈는 이를 유혹하여 암살하려 했으나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가 본토로 발령받아 가버린다. 훌쩍 떠나버린 아버지 때문에 본토의 친척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 왕치아즈는, 다시 이를 암살해 달라는 대학 시절 동료의 부탁을 받는다. 이의 부인의 신임을 얻어 그 집에 기거하게 된 왕치아즈는 관계가 지속될수록 고민에 빠진다. 이에게 점점 빠지게 된 왕치아즈는 자신에게 보석을 선물하고 마음을 다하는 이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며 암살을 폭로한다.

상영 당시 수위 높은 정사신으로 유명했으며 중국에서는 30분 가까이 삭제된 버전으로 상영되었다. 10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이안 감독의 마음에 쏙 들어 주인공 왕치아즈 역을 차지한 탕웨이는 한때 매국 영화 논란으로 중국 내 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하였다. 그전에는 별로 악역을 한 일이 없는 양조위가 이 영화에서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잔인하고 차가운 얼굴을 드러내는 한편 친일 행각을 하며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랫동안 좋은 연기를 해온 그의 내공이 아니면 하기 힘들었을 역할이다.

<색, 계> 예고편

 

 

<러브 인 클라우즈>

Head In The Cloudsㅣ2004ㅣ감독 존 듀이건ㅣ출연 샤를리즈 테론, 페넬로페 크루즈, 스튜어트 타운센드

호주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 존 듀이건의 작품으로 긴 시간에 걸친 사랑과 전쟁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았다. ‘길다’(샤를리즈 테론)는 1930년대를 살아가는 어떤 여인보다도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며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부유한 여성이다. 반면 ‘가이’(스튜어트 타운센드)는 보수적이고 사회참여적인 남성이다. 스페인 망명자로 길다의 집에 살면서 길다와 애정 관계까지 갖게 되는 ‘미아’(페넬로페 크루즈)까지, 세 사람은 스페인 내전과 2차 대전 중의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진다. 이들은 다시 만나거나 헤어지는 등 전쟁 속에서 자유로웠던 관계가 실은 사랑임을 깨닫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지는 못한다.

길다는 나치 장교의 연인으로 있으면서 레지스탕스 일을 하는 가이를 도와주며 스파이 노릇을 하지만 이를 몰랐던 사람들에 의해 전쟁이 끝난 후 비극을 맞는다. <러브 인 클라우즈>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함께했던 기억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길다와 가이의 관계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잔인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영화 속 샤를리즈 테론
영화 속 페넬로페 크루즈

또한 각각 크리스찬 디올과 랄프 로렌의 모델이기도 한 샤를리즈 테론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의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실제 연인 관계였던 샤를리즈 테론과 스튜어트 타운센드의 연기 케미도 영화를 더욱 실감 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러브 인 클라우즈>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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