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tstroke>

2018ㅣ감독 Emily Maloneㅣ2분 40초

낮에는 땀을 흘리며 테니스를 치고 집에 돌아오면 선풍기를 켠다.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하고, 저녁 시간엔 TV나 노트북으로 테니스 경기를 시청한다. 지쳐 쓰러지듯 잠에 들고, 눈을 뜨면 어김없이 테니스장에 나간다. 매일 똑같은 루트를 반복하던 주인공의 일상에 피곤감과 히스테리가 비듬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는 창문에 붙은 선풍기를 뜯어내고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때로는 애착을 갖기에 더 상처받고, 의기소침해지는 일들이 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에게는 테니스가 바로 그런 존재다. 단편 <Heatstroke>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연습에 임하지만, 눈에 보이는 또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좌절감과 답답함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팽글팽글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녹아내릴 것 같은 여름 날씨, 가빠지는 호흡,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같은 이미지의 반복적 나열은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더욱 극대화하며 애니메이션에 역동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에 찌는 듯한 무더위가 시원하게 가시듯, 극에 달한 주인공의 조바심과도 빗줄기 덕분에 한 풀 가라앉는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상황과 감정을 쨍한 색감과 명료한 그림체로 엮어낸 이 작품은, 캘리포니아 미술 명문 칼아츠 아트스쿨에 재학 중인 애니메이터 Emily Malone이 만들었다. 수준 높은 완성도와 촘촘히 짜인 플롯으로 무궁한 영감을 선사하는 작가의 작품을 그의 비메오 채널에서 모두 만나보자.

 

Emily Malone 비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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