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18세기의 전통 음악을 보존하고 발전시키자는 두 번의 포크 리바이벌 운동(Folk Revival Movement)이 있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일어났던 첫 사례는 전통을 유지하는 데 머무른 반면, 20세기 중반에는 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진화하여 포크록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서브컬처를 형성했다. 1960년대의 영국에는 3백여 포크 클럽이 생겨났고 특히 런던 소호 지구가 가장 활발했다.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포크 뮤직 페스티벌은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 당시 브리티시 포크록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앨 스튜어트(Al Stewart)다.

지금은 사라진 소호 지역의 대표적인 포크 카페 Bunjies 영상

그는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중고 기타를 구입했다. 그에게 기타를 팔았던 사람은 동향의 앤디 서머스(Andy Summers), 후일 폴리스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에게 기타 치는 법을 알려준 사람은 로버트 프립(Robert Fripp), 후일 록 밴드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리더가 됐다. 19세에 런던으로 상경한 그는 Bunjies Coffee House, Les Cousins 등 소호 지역의 포크 카페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공연도 하면서 포크 뮤지션들과 어울렸다. 미국에서 초창기의 실패를 딛고 영국으로 건너온 폴 사이먼(Paul Simon)과 아파트를 구해 함께 지내기도 했다. 런던 포크 신에 팬덤을 형성하며 음반을 내기 시작했고, 무료 페스티벌의 전설이 된 첫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1970)에서 천여 명의 히피 앞에서 공연했다. 당시 그의 새내기 세션 기타리스트가 후일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Jimmy Page)였다.

앨 스튜어트의 시그너처 송 'Year of the Cat'

CBS와의 계약으로 여섯 장의 음반을 냈으나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영국의 역사를 가사에 인용하는 특징을 지닌 포크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에서 더 반경을 넓히기 어려웠다. 이즈음 명 프로듀서 알란 파슨스(Alan Parsons)와 일을 하게 되고 음반사 RCA와 계약하면서 돌파구가 찾아왔다. 일곱 번째 앨범 <Year of the Cat>(1976)과 <Time Passages>(1978)가 연이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크게 히트하며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후일 인터뷰에서 <Year of the Cat>의 타이틀곡이 그렇게 성공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진지하고 딱딱한 가사의 포크 음악이 미국 시장에서 먹힌 것을 보고 놀랐다고 회고했다.

빌보드 앨범 순위 10의 타이틀곡 'Time Passages'는 7위까지 올랐다.

그에게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에 관한 일화도 따라다닌다. 평소 아트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본에서 건너온 여성이 자신의 전위적인 영화에 투자할 사람을 찾는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100파운드를 내고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 일본 여성은 이후 존 레논과 만나면서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후 돈이 떨어진 앨 스튜어트는 투자비를 회수하고 싶다는 편지를 썼고, 며칠 뒤 받은 회신 봉투에는 그 유명한 존 레논이 사인한 수표가 동봉되어 있었다. 순간 그는 고민에 싸였다. 수표를 현찰로 바꿔 써버릴 것인지, 아니면 보관했다가 후일 더 큰 금액으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당장 아쉬운 식료품을 사기 위해 존 레논의 사인을 포기해야 했다.

<Time Passages>에 수록한 ‘Song on the Radio’. 빌보드 20위권에 올랐다

그의 노래 가사에는 역사적인 인물과 배경이 등장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작곡 작사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며 다소 장황하게 대답했다.

“유행하는 노래 가사의 90%에 ‘Baby, I Love You So’라든가 ‘Baby, You’ve Done Me Wrong’과 같은 상투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이 노래를 들은 사람에게 ‘이게 뭐지?’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이건 레게야’라든가 ‘이건 헤비메탈이지’라면서 장르로 대답한다. 다시 말하면, ‘What is the song?’이라 물었는데, ‘That’s the music.’이라는 답이 돌아오는 식이다.”

그는 <Year of the Cat>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후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다. 그리고 본연의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왔다. 뉴스 헤드라인에는 자주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꾸준히 음반을 발표했다. 음반 제목 <Last Days of the Century>(1988), <Between the Wars>(1995), <Sparks of Ancient Light>(2008)을 보면, 그가 다시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돌아왔음을 알 수 있다.

 

앨 스튜어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