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식고 석양이 질 무렵, 삼삼오오 해변의 바에 모인 여행객들은 칵테일 한잔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여름 휴가의 정취를 즐긴다. 이러한 여름날에는 어쩐지 부드럽고 따듯한 감성의 색소폰보다, 덤덤하고 때론 날카로운 놋쇠소리를 내는 트럼펫이 귀에 착 감길 수도 있다. 한여름에 꼭 어울리는 재즈 트럼펫 연주곡 다섯을 골랐다.

 

디지 길레스피 ‘Summertime’(1950s)

조지 거슈윈이 오페라 <포기 앤드 베스>(1935)를 위해 작곡한 ‘Summertime’은 클래식, 재즈, 팝을 망라하여 2만 5천 회 정도 녹음된 불후의 명곡이다. 찰리 파커와 함께 비밥의 중심인물이었던 디지 길레스피가 1950년대 프랑스에서 녹음한 미발매 곡을 모아 사후에 출반한 <Jazz in Paris: Cognac Blues>(2001)에 수록되었다.

 

마일스 데이비스 ‘Summer Night’(1963)

콜럼비아 레코드 시절의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 편곡자 길 에반스(Gil Evans)와의 협업으로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네 장의 음반을 냈는데, 그 중 마지막 앨범인 <Quiet Nights>(1963)에 수록한 곡이다. 오스카를 3회 수상한 영화음악 작곡가 해리 워렌(Harry Warren)이 작곡했다.

 

쳇 베이커 ‘Indian Summer’(1959)

‘Indian Summer’는 우수에 찬 가수이자 트럼페터 쳇 베이커가 생애 자주 레퍼토리에 올린 애창곡이다. 콤보와 함께 유럽 연주 여행 중 이탈리아 밀란의 스튜디오에서 이틀에 걸쳐 녹음한 앨범 <Indian Summer>의 타이틀곡으로 수록되었다. 당시의 멤버 모두가 마약 상용자였으며, 피아니스트는 녹음 후 한 달 만에 마약 과용으로 숨을 거뒀다.

 

아트 파머 ‘The Summer Knows’(1976)

프랑스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영화음악 작곡가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이 영화 <42년의 여름>(1971)의 메인 테마로 작곡했으며, 앤디 윌리엄스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로 팝 스탠더드가 되었다.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위해 트럼펫에서 플루겔혼으로 악기를 바꾼 아트 파머의 동명 앨범에 수록한 곡.

 

폰초 산체스 ‘The Things We Did Last Summer’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작곡가 줄 스타인(Jule Styne)이 1946년에 작곡하여 딘 마틴(Dean Martin)이 히트시킨 팝 스탠더드다. 멕시코 출신의 밴드 리더 폰초 산체스(Poncho Sanchez)가 주도하는 재즈밴드에서 라틴풍으로 리메이크하여 <Latin Spirits>(2001)에 삽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