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두들이 안내하는 일본 음악’은 처음 총 3회 분량으로 기획했었지만, <인디포스트>로부터 ‘한 회를 더 해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일본 인디 신 여성 뮤지션이라든가’라는 연락을 받고 ‘그것참 좋네! 일본의 인디 신 속 여성 뮤지션에 관한 얘기를 하자!’라고 생각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네 번째 주제는 '일본의 인디? 여성? 뮤지션!'입니다.

첫 번째 물음표, 인디?

인디 음악(Independent music)의 본래 의미는 ‘기존 메이저 음반사의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음반을 제작, 유통, 홍보하는 뮤지션의 음악’입니다. 뮤지션 본인이 개인으로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작은 음반사를 만드는 일도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생긴 작은 음반사가 다른 뮤지션의 음반을 제작, 유통, 홍보한다면 그 뮤지션의 음악 또한 인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그런 회사 중에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더이상 작은 회사가 아닌 경우도 나타나고, 그런 뮤지션 중 처음에는 인디 음반사 소속이었다가 나중에 메이저 음반사로 옮긴 뒤에도 이전의 음악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며 활동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이쯤 되면 어디까지를 인디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호해지죠.

한편 뮤지션과 듣는 사람, 공연장과 언론을 포함한 생태계에 주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록 소속된 음반사의 규모가 크더라도 독립적인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나타나는 음악이라면 폭넓게 인디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절대적인 구분이 있기보다 상대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만드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의미도 있고 도움도 되는 개념이지요.

골든두들이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일본의 인디 음악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중에는 인디 음반사치고는 좀 규모가 큰 레이블에 속해 있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인디였다가 이제는 메이저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종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뮤지션과 듣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요즘 일본의 인디 신에는 다양하고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신인 뮤지션들이 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물음표, 여성?

여성 뮤지션들을 모아 소개하는 데 있어 어떤 구분을 지으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소개하는 여성 뮤지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앞으로 내세워 분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남자, 남자들, 여자들, 혹은 남녀들이 하는 것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향을 하나로 묶어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앞서 인디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건강한 생태계를 가꿔 나가고 있는 일본의 인디 신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등장하고 있지요. 그런 음악 중에서는 여성으로서의 매력, 여성이기 때문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타일, 여성의 입장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특징으로 하는 경우도 여럿 나타나고 있고요. 여성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얽혀버리기 쉬운 성 담론의 뒤통수를 깨버리고 재능과 에너지로 멋진 결과를 내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든 인디 신의 여성 뮤지션들을 응원합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도 헛수고, 수요일의 캄파넬라

수요일의 캄파넬라(水曜日のカンパネラ)에 관해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어떻게 설명을 해도 헛수고라는 점입니다. 우선 앨범 <私を鬼ヶ島に連れてって(나를 도깨비 섬으로 데려가 줘)>에 수록한 ‘桃太郎(모모타로)’의 라이브 영상을 보시죠.

水曜日のカンパネラ ‘桃太郎(모모타로)’

이 범상치 않은 인물의 이름은 코무아이. 유닛에서 주연과 가창을 맡고 있으며 특기는 사슴 해부. 약점은 저혈압으로 인한 기상 곤란. 취미는 만담과 영화 감상, 프로레슬링 관전입니다. 본명은 코시 미사키. 여기서 ‘코’와 ‘미’를 따서 ‘KOMI’라고 트위터 계정을 만들려고 했는데 누군가 이미 등록을 해버려서 ‘KOM_I’라고 밑줄을 긋고, 그 계정을 그대로 이름으로 사용합니다. 수요일의 캄파넬라 이전에 음악 활동을 해 본 적은 없으며 그냥 평범한 사회인이 되려고 했답니다.

아까 그랬지요. 어떻게 설명을 해도 헛수고라고. 아, 그리고 특기가 사슴 해부라는 건 농담이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도축해서 요리까지 하는 공연도 했었지요. 공연은 코무아이 혼자서 하고, 작곡과 편곡은 켄모치히데후미(ケンモチヒデフミ)라는 멤버가 하고, 나머지 일은 모두 디렉터 에프(Dir. F)라는 멤버가 합니다. 이렇게 셋이 수요일의 캄파넬라인 것이지요. 코믹하고 기발한 세계관을 특징으로 하는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로 인기몰이를 하던 유닛은 2016년 메이저 데뷔를 하게 되지만 하는 일은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공개한 ‘カメハメハ大王(카메하메하 대왕)’의 뮤직비디오를 보실까요.

水曜日のカンパネラ ‘カメハメハ大王(카메하메하 대왕)’

 

부르며 만드는 요리, DJ 미소시루토 MC 고항

DJ 미소시루토 MC 고항(DJみそしるとMCごはん)의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DJ 장국과 MC 밥’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DJ와 MC 두 사람의 유닛이 아니라 여성 뮤지션 한 사람의 솔로 프로젝트이지요. 실명은 공개하지 않고 있고, 애칭은 오미소항이라고 합니다. 식품영양대학에 다니고 있던 오미소항은 졸업 연구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요리의 레시피를 노래로 만들어서 제출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리를 하려면 레시피를 종이에 적어 놓거나 인터넷으로 보아야 하는데 주방에서는 그런 일이 번거로우니까요. 예를 들어, 마카로니 그라탕은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만들면 됩니다.

DJみそしるとMCごはん ‘マカロニグラタン(마카로니 그라탕)’

졸업 논문으로 만든 앨범에는 여섯 곡이 들어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가 음반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앨범을 음원 사이트에서 판매하게 됩니다. 음원 가격은 각 요리의 재료비에 따라 책정했다네요. 이후 오미소항은 공연도 시작하게 되고, 앨범도 만들게 되었고, 메이저 데뷔도 하게 되었고, NHK 교육방송에서 노래와 함께 요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게 됩니다. 달콤하고 귀여운 스타일은 요리 외의 여러 분야에도 통하게 되어 백화점, 스팸, 주방 세제 등을 홍보하는 곡과 뮤직비디오를 기업과 협력・제작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가을에는 일본의 농협이라고 할 수 있는 JA와 함께 와카야마의 특산물인 감을 홍보하였네요.

 

메이저에서 인디로, 텐텐코

텐텐코(テンテンコ)는 특이하게도 원래 메이저 아이돌이었다가 인디로 전환하게 된 경우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키하바라의 메이드 카페 공연장에서 일하다가 아이돌 그룹 BiS(Brand-new idol Society, 新生アイドル研究会)의 새 멤버를 뽑는 오디션에 지원하게 되고, 합격하여 활동을 시작했는데, 곧 그룹은 해산해 버리고 만 것이죠. 이후 텐텐코는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텐텐코는 아이돌 데뷔 이전에 이미 DJ 플레이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프리랜서 활동 초기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흡수하며 DJ 공연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다가 일본에서 80년대 초에 활동했던 뉴웨이브 밴드 ハルメンズ(하루멘즈)의 곡을 밴드의 멤버 사에키 켄조(サエキ けんぞう)의 프로듀스로 커버하여 발표하는 등 뮤지션으로서의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90년대에서 시작하여 이후로 이어지는 일본 인디의 영혼을 모두 모아 등에 짊어지고 있다는 평을 받는 그는 LOGIC SYSTEM, 七尾旅人(나나오 타비토), 㱨Y㱩(아이 BOREDOMS), 長尾謙一郎(나가오 겐이치로), JINTANA, Papiko, のっぽのグーニー(놋포노 구니) 같은 여러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1집 미니 앨범 <工業製品(공업제품)>을 내놓습니다. 그럼 앨범에 수록한 ‘放課後シンパシー(방과 후 sympathy)’를 들어보실까요.

テンテンコ ‘放課後シンパシー’

 

풉, 하게 만드는 매력, ZOMBIE-CHANG

ZOMBIE-CHANG은 이름처럼 좀비 분장을 하고 나와서 비틀비틀 움직이며 우어우어 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미모와 감각을 갖추어 패션 아이콘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뮤지션 메이린 영(Meirin Yung)은 요코하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는 오오츠카 아이(大塚愛)와 PUFFY를 좋아했다고 하며, 집에서는 항상 스피츠(Spitz)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물론 좋아한다고는 합니다만. 풉.

펑크 소녀였던 중학교 시절과 반항아였던 고교 시절을 보낸 메이린 영은 솔로 프로젝트 ZOMBIE-CHANG을 시작합니다. 곡의 제작과 보컬, 라이브를 모두 혼자 소화하면서 스스로를 뉴 웨이브 여성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는 ZOMBIE-CHANG의 음악은 귀엽게 아른거리는 로우 파이의 전자음과 살랑살랑 귀에 감도는 보이스로 듣는 사람을 ‘풉’하고 웃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2015년에 발매한 <恋のバカンス(사랑의 바캉스) E.P.>에 수록한 ‘SUMMER TIME’ 들어보시죠. 그럼, 4회에 걸쳐 연재한 ‘골든두들이 안내하는 일본 음악’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ZOMBIE-CHANG ‘SUMMER TIME’

 

골든두들 멤버 박태성, 에레나(aka 정우민). 사진 박의령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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