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렌다. 지금은 인디밴드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르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에게도 떨리는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인디밴드의 설레는 처음을 돌아본다. 한국 인디 음악 1집 열전 ‘인디 조상님’ 1990년대 편, 그 두 번째.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크라잉넛 1집 <말 달리자>(1998)

추천곡 ‘묘비명’ ‘검은새’

90년대 인디 음악을 말하며 ‘말 달리자’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말 달리자’는 한국에서도 펑크록이 대중적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함과 동시에 크라잉넛을 단숨에 ‘홍대 인디’의 상징으로 만들어 버렸다. ‘말 달리자’는 최초의 인디 컴필레이션 앨범 (1996)을 통해 대중들에게 먼저 공개되었다. 정규 1집은 2년 후인 1998년 발매되었는데, 이 앨범에는 펑크록의 정석에 충실한 곡과 크라잉넛 만의 블랙 코미디 적 색채를 담은 미드 템포의 곡을 함께 담겨 있다. 한국 음악계, 아니 세상에 막 발을 딛은 청년들의 패기만만한 출사표 같은 첫 번째 곡인 ‘묘비명’을 들어보자. 올해로 밴드 결성 21년이 되는 장수 밴드의 변치 않은 록스피릿의 출발을 확인할 수 있다.

크라잉넛 '말달리자'

 

미선이밴드 1집 <Drifting>(1998)

추천곡 ‘송시’ ‘ SAM’

뮤지션 ‘루시드 폴’이 몸 담았던 모던록 밴드로, 멤버들의 군입대와 탈퇴 문제로 1집을 낸 후 활동을 접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단 한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선에 꼽히며 음악적 실력을 인정받은 밴드이기도 하다. 20대의 서툴고도 먹먹한 심정을 때론 시적이고 때론 재치있는 가사로 담아내었고 특히 ‘송시’는 ‘90년대 젊은이들의 송가’로 지칭될 만큼 인디씬의 팬층을 중심으로 깊은 사랑을 받았다. 2008년 Grand Mint Festival에서 재결성 공연을 하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에게 뜻깊은 시간을 전해 화제가 되었다.

미선이밴드 '송시'(1998)

 

롤러코스터 1집 <내게로 와>(1999)

추천곡 ‘내게로 와’ ‘습관’

담담하지만 짙은 감수성으로 무장한 조원선의 보컬, 당시 인디의 실력파 기타리스트 이상순, 현재는 ‘히치하이커’란 이름으로 주류 음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누가 결성한 밴드로, 데뷔 앨범인 1집의 ‘습관’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 아직 어렵다 여겨졌던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시드 재즈, 보사노바, 일렉트로니카 까지 다양한 장르를 ‘롤러코스터’ 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냈고, 이후 내는 앨범마다 주목할 만한 넘버를 선보이며 대중적으로도 너른 사랑을 받았다.

롤러코스터 '내게로 와'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2000)

추천곡 ‘청춘98’, ‘바다사나이’

과격하고 거친 리프와 앞뒤 가리지 않는 무대뽀(?)적 가사로 홍대 인디씬 하면 떠오르는 아이코닉한 존재감을 뽐냈다. 1996년 결성하여 홍대 드럭에서 활동하다, 2000년에 자신들의 레이블 ‘문화사기단’을 설립하고 1집 앨범을 발매했다. 불머리, 가죽재킷, 체인으로 무장한 이들은 크라잉넛과 함께 ‘조선 펑크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일본 후지락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역사교과서 문제를 비판하며 욱일기를 찢고 당시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던 서태지를 대놓고 비판하는 등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진짜 펑크’적인 면모로 주목받고 또 사랑 받았다.

노브레인 '청춘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