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결 사건은 내막을 알지 못하기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본의 20세기 최대 미스터리라 불리는 ‘3억 엔 사건’은 각종 TV 드라마, 영화, 만화 등 콘텐츠로 등장한다.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3억 엔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살피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3억 엔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3편을 소개한다.

 

3억 엔 사건이란 무엇인가?

먼저, 3억 엔 사건에 대해서 알아보자. 쇼와 43년(1968년) 3억 엔가량의 현금을 싣고 은행 간부 4명이 수송하던 차량을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막아 세운다. 은행 지점장의 집이 폭발했고, 이 차량에도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며 모두 내리라고 말한다. 그 순간 차량 밑에서 연기가 치솟자, 차에 탔던 4명은 일제히 차에서 내린다. 피하라는 경찰의 소리에 놀란 간부들은 도망을 쳤고, 그 사이 경찰로 분장한 범인은 3억 엔이 든 차량을 몰고 사라진다.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까지 작성되었지만,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미해결의 여자 경시청 문서수사관>

<미해결의 여자 경시청 문서수사관(이하 미해결)>은 ‘문서’에서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미해결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물이다. 수사 열정이 넘치는 열혈행동파 형사 ‘야시로 토모’(하루)는 부상에서 회복하고 복귀하지만, 본인의 자리를 잃는다. 대신 ‘특명 수사대책실 6계’에 배속된다. 일명 ‘창고지기’라고 불리는 미해결사건자료로 가득한 6계는 수사를 하기보다는 사건의 자료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일을 위주로 한다. 6계엔 ‘마녀’라 불리는 문서해독 전문가 ‘나루미 리사’(스즈키 쿄카)가 있다. 연쇄 자살사건으로 의심되는 곳에 놓인 유서를 분석해 범인의 성별, 의도를 단박에 밝혀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발로 뛰어다니며 수사하는 형사의 모습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대신 행동파 야시로와 두뇌파 나루미가 손잡고 미해결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케미는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다.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미해결>에서도 3억 엔 사건이 변형된 형태로 등장한다. 15년 전 현금수송을 하던 중 무리의 습격으로 3억엔을 뺏기고, 이에 반항하던 수송 운전자가 총에 맞게 된다. 살인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지폐가 당시 사라진 3억엔 중 하나임이 드러나면서 3억엔 사건을 재수사한다. 범인이 분장한 경찰이라는 설정을 배제한 것은 <미해결>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그러나 액수가 3억 엔이며 미해결사건이 된 원인이 경찰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점은 3억엔 사건을 다룬 여느 드라마와 동일하다.

 

<시효경찰>

시효경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의 자료나 정리하는 시효관리과의 ‘리야마 슈이치로’(오다기리 죠)가 ‘취미’로 미해결된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만화 같은 설정은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짜임새 있는 연출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인다. 시효경찰에서 3억 엔 사건은 보다 재치 있게 각색된다. 시효관리과에 자신이 3억엔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의 전화가 걸려온다.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는 유류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키리야마는 진범인지 확인 없이 전달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유류품을 돌려받기 위해 진범이라 주장하는 여자는 키리야마에게 자신이 범인임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다.

<시효경찰>에서는 범인을 남자에서 여자로 설정한다. 동시에 미해결사건이 된 결정적인 원인을 범인을 목격한 수송직원의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수송을 담당했던 직원이 자신의 비밀도 들킬까봐 일부러 수사에 혼선을 줬다는 설정이다. 3억 엔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게 된 원인을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경찰의 비리, 국가의 음모로 돌린 것과 달리 시효경찰은 발칙한 상상으로 코믹하게 풀어나가는 점이 새롭다.

 

<쿠로코치>

<쿠로코치>는 은폐, 함정, 조작 수사를 서슴없이 하는 악덕 형사 ‘쿠로코치’(나가세 토모야)와 뛰어난 암기능력을 지녔지만, 순진무구한 성격의 ‘세카이 마시로’(고리키 아야메)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형사 쿠로코치는 복수를 위해 현 요코하마 지사인 ‘시와타리 카즈나리’(와타베 아츠로)를 잡아넣고자 한다. 사와타리는 자신의 앞길에 방해되는 것은 모조리 죽이고, 은폐하며 승승장구를 한 전직 경찰이다. 사와타리의 비리는 3억 엔 사건부터 시작된다.

<쿠로코치> 스틸컷

<쿠로코치>는 3억 엔 사건에 대한 가설을 풀어내며 전개된다. 진범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3억 엔은 지난 세월 동안 규모가 커졌고 이 사건의 비밀을 숨기는 국가 내 조직이 숨어 있다는 설정은 3억 엔 사건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한다. ‘미제사건에 국가기관이 개입되었다면’이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다소 미지근한 전개의 긴장감, 떨어지는 설득력이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세카이 마시로라는 인물이 악덕형사의 쿠로코치의 캐릭터를 받쳐주는 역할로만 머무는 것 또한 아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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