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요기 뉴 웨이브스. 왼쪽부터 우에노 코세(베이스), 카스야 테츠시(드럼), 카쿠다테 켄고(보컬/기타), 타케무라 후미야(기타)

일본 음악 마니아들에게 있어 2015년은 기적의 해로 불린다. 현재 시티팝 리바이벌 씬의 삼각기둥을 구축하고 있는 서치모스(Suchmos),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 그리고 요기 뉴 웨이브스(Yogee New Waves)가 일시에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지난주 새소년과의 합동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요기 뉴 웨이브스는, 가장 정석적이고 우직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팀이기도 하다. 1970년 ‘일본어 록’이라는 신조류를 일으킨 밴드 핫피엔도를 따라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시티팝 붐 속에서 자신들만의 ‘New Wave’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 지난 토요일, 공연을 막 끝낸 밴드에게 그간 쌓아두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Q 좀 전에 공연을 마쳤는데요. 소감은 어떠신지요.

카쿠다테 켄고(이하 카쿠다테)  두 번째였는데요.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모두 춤추고 즐기며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카스야 테츠시(이하 카스야)  최근 이런저런 분위기의 라이브를 해 왔지만, 느린 곡들도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즐겨주신 점이 좋았어요.

우에노 코세(이하 우에노)  기타 줄이 끊어지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모두 따뜻하게 대해준 덕분에 공연을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타케무라 후미야(이하 타케무라)  춤추는 방식이 일본과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소절에 올라타 그루브를 즐긴다고 할까. 그런 면이 퍼포먼스를 하는 입장에서도 하나가 된 듯해 기분이 좋았고, 관객의 풍경도 굉장히 멋졌어요.

 

Q 일본은 좀 다른가요?

우에노  어려운 말로 하면 동조의식이랄까. 모두가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한다는 그런 건데요. 한국 관객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기분 좋을 대로 움직이시더라고요. 그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Q 오늘 신곡을 두 곡이나 했는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카쿠다테  ‘Blue harem’은 비에 대한 곡이에요. 일본말로 ‘오텡키아메(お天気雨)’라고 하는 표현이 있는데요. 하늘은 맑은데 비가 오는, 그런 기분을 소리에 반영한 노래입니다. 그리고 ‘Can you feel it’은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춤이 이 곡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의 댄스곡이고요.

 

Q 신곡을 공개하신 걸 보면 다음 작품도 어느 정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카쿠다테  저에게 송라이팅은 라이프워크에요. 그러다 보니 따로 계획하지 않아도, 곡은 매일 즐겁게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요기 뉴 웨이브스 ‘Like Sixteen Candles’ MV

 

Q ‘Yogee New Waves’라는 팀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요.

카쿠다테  ‘Yogee’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라는, 명상에 있어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던 사람을 일컫습니다. 비치 보이스나 비틀즈에게 요가, 명상을 가르쳐 주기도 했었던 그의 이름을 가져온 건데요. 한편으로 보면 강아지 이름 같기도 해서 더욱 맘에 들었죠. 그리고 ‘New Waves’는, 아시다시피 뉴웨이브라는 장르가 있지만, 저희 세대의 뉴웨이브를 일으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붙이게 되었습니다.

 

Q 2014년에 <CLIMAX NIGHT e.p.>로 데뷔해 약 3년 반을 지나 메이저에 입성, 지난 3월에 <SPRING CAVE e.p.>를 선보였는데요. 그 3년 반의 여정은 어떤 여정이었는지, 메이저 데뷔작을 낸 소감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카쿠다테  제 옆에 카스야는 오리지널 멤버인데요. 그간 멤버 교체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멤버들과의 이별을 계속 경험했고, 그 경험이 여러 음악이 되어 왔죠. 힘들다면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전부 즐거웠던 기억뿐이에요. 지금 잠시 힘들더라도 나중엔 웃을 수 있겠지 싶었죠. 그래서 그 시절이 전혀 싫지 않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우에노와 타케무라)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 데뷔를 했는데, 이전에 그만뒀었던 밋쨩(마츠다 미츠히로)이 우연히도 지금 저희의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본인이 같이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길래 저흰 ‘Of Course!’를 외쳤죠.

Q 멤버로 있을 때와 디렉터로서 대면할 때의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디렉터는 밴드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카쿠다테  뭐 지시나 명령을 받아도 “됐거든?” 해버리고 말면 되니까요, 친구니까.(웃음) 편한 관계라 그런지 어떤 의견이 있을 때 그걸 전달하기가 쉽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달까요.

 

Q 돌이켜보면 새로이 두 멤버를 영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앨범 <WAVES>(2017)가 릴리즈 되었는데, 하나의 팀으로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카쿠다테  네 명이 한겨울에 산속으로 들어가 합숙을 했어요. 아직 만나지 한 달 밖에 안됐을 때였는데, 같이 지내면서 친해졌죠. 같이 목욕탕에 가기도 하고, 같이 밥 먹고, 매일 밤 카드 게임하면서 잘 장소를 정하고, 아침밥은 누가 만들 건지 정하고. 그래 놓고 아침까지 노는 바람에 결국 아침밥이 점심밥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매일매일이 충실했죠. 물론 힘든 점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마음 따뜻해지는 시간들이었어요.

 

Q <SPRING CAVE e.p.>라는 앨범 제목과 수록곡 ‘Bluemin’ Days’, ‘Summer of Love’ 등에서 자연과 계절감이 느껴집니다. <WAVES>가 ‘여름’의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엔 보다 따뜻한 봄의 계절감이 느껴지는데, 의도한 부분인지요.

카쿠다테  원래부터 <SPRING CAVE e.p.>는 이즈음 발매하기로 했었습니다.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던 곡들도 봄에 어울리는 곡이었고, 실제로 가사에 꽃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요기 뉴 웨이브스 ‘Bluemin' Days’ MV

 

Q 앨범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카쿠다테  ‘Spring Cave’는 망상의 동굴인데요. 빛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피는 꽃이 있고, 그것을 채집해 파는 꽃집이 있는 신비한 동네에 대한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면 우리도 해가 들지 않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해 결과물을 모두에게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 그 이야기와 닮아 있다고 생각해 감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Q ‘Bluemin' Days’의 후렴구를 듣다 보니 전보다 스트레이트한 표현, 상대방에게 무엇을 ‘전달’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나타나 있는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을 향해 쓴 곡이라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카쿠다테  제가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여성을 응원하는 방송이에요. 그 프로그램의 커머셜용 곡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었죠. 세포가 갑자기 활성화되는 것처럼, 그 키워드를 받는 순간 지금의 사운드가 머릿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Q Bloomin'의 철자를 Bluemin'으로 바꾼 것은 어떤 메시지를 담기 위한 것이었는지요.

카쿠다테  Blue라는 단어엔 우울함의 의미가 들어있지만, ‘花束をあげよう(꽃다발을 주자)’라는 가사로부터 보면 Bluemin’은 굉장히 밝은 이미지이기도 하지요. 어두운 기분으로부터 ’花束をあげよう’를 떠올릴 수 있는 기분이 소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곡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Q ‘Prism Heart’의 가사 속의 무덤덤한 듯 섬세한 표현이 순수한 10대 소년 같기도 하고, 여성들의 마음에도 잘 와 닿는 것 같습니다. 핫피엔도 멤버인 마츠모토 타카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곡의 가사를 쓸 때 특히 염두에 두었던 건 무엇인가요?

카쿠다테  프리즘 하트는 보석에 빛이 닿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말하는데요. 깨지기 쉬운 것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 와중에 거기에 빛이 닿아 반사되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느껴 그런 내용을 이미지화해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트로의 기타 리프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느낌이 바로 보석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어요. 그것을 핵심으로 가사를 써나갔습니다.

 

Q 앞 질문에서 이야기했듯, 요기 뉴 웨이브스를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것이 핫피엔도입니다. ‘핫피엔도부터 이어지는 정통파 시티팝 계보를 잇는 밴드’라는 수식어가 자주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카스야  영광이랄까요.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죠. 저희도 시티팝을 굉장히 좋아하고 듣고 있습니다만, 그런 요소뿐만이 아니라 삼바, 레게 등 여러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티팝 밴드다!”라고 한정해서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Q 최근 함께 주목받고 있는 밴드 서치모스나 네버영비치도 정작 물어보면 본인들은 시티팝 밴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 걸 인터뷰에서 본 기억이 있네요. 위 두 팀과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타케무라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생 때 도쿄 시모키타자와에서 각기 다른 밴드를 하고 있을 때 네버영비치의 보컬인 아베 유마와 친하게 지내곤 했었어요. 당시는 네버영비치 활동을 하기 전에 다른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밴드끼리 자주 어울렸던 기억이 나네요.

요기 뉴 웨이브스 ‘How Do You Feel?’ MV

 

Q 오랫동안 일본음악을 들어온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밴드들은 늘 꿈을 노래했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밴드들이 인기를 얻어왔죠. 그런데 최근 2~3년간의 일본 록 신을 들여다보면 “노력하면 이뤄진다” 말이 많이 사라져버린 느낌이 듭니다. 밴드에게도 ‘I'm a dreamin' boy’ 같은 곡이 있긴 하지만, 그 꿈이 ‘달성‘까지 이어지는 내용은 아닙니다.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라는 메시지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죠. 시대가 꿈을 이야기하기엔 사치스러운 시대이니만큼 최근 음악을 듣는 젊은 층 사이에 그런 거짓 희망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고요. 그 흐름에 맞춰 지금에 만족하고, 자그마한 행복을 노래하는 밴드들이 많아지고 또 인기를 얻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씬의 일원으로서 그런 것에 대해 실감하고 있는지, 혹시 그 변화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카쿠다테  꿈을 꾸는 것 자체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굳이 노래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싶고요. 야경이 예쁘다든가, 헤드라이트가 밝아서 아름답다든가, 그런 건 당연한 거니까 잘 노래하지 않는 것처럼요. 꿈을 꾸는 것은 평범한 거니까 일일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카스야  그렇다고는 해도 저희는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의 꿈이라든가 희망에 대한 어프로치 같은 건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Q 저도 미스터 칠드런의 곡을 많이 듣는 편이고 영향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최근의 청년세대들은 꿈을 믿지 않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느낌이 들곤 해요.

카스야  나라의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흔히 유토리라고 불리는 세대이기도 하고, 버블이 끝나고 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에 태어난 탓에 원래부터 그런 걸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온 세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현실적인, 리얼리스트들이 많아진 게 아닌가 싶어요.

요기 뉴 웨이브스 ‘SAYONARAMATA’ MV

 

Q 지금부터 본격적인 메이저 활동이 기다리고 있는데,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카쿠다테  앨범을 엄청 만들고 싶습니다. 많은 곡을 만들고, 라이브도 많이 하고요. 계속해서 지구를 돌고 싶어요. 전국을요. (특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묻자) 유럽일까요 역시. 프랑스나 영국 같은 데에 가보고 싶네요.

타케무라  그것도 그렇지만, 이번 한국 공연도 단독은 아니었죠. 그래서 작품을 계속 내고, 모두가 저희를 좀 더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또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원맨투어를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Q 누군가에게 곡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안 그래도 아이돌그룹 시리츠에비스츄가쿠(私立恵比寿中学)에게 'さよならばいばいまたあした'라는 곡을 주기도 했는데, 어떻게 해서 곡을 주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곡을 들었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요.

카쿠다테  곡을 써주지 않겠냐는 요청이 들어왔을 당시, 에비츄(시리츠에비스츄가쿠의 약칭)의 한 명이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멤버들을 보니, 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멤버가 여러 번 바뀌었던 우리의 모습과 겹쳐지더라고요. 이런 아이들을 위해 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오늘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카쿠다테  음…. 한국을 좋아하는 마음!(전원 웃음) 아마도 그건 전해졌을 거라 믿고요. 음악이 멋진 건, 아무래도 서로 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점에 있으니까. 그 불가사의한 힘을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웃음)

 

인터뷰 조아름, 황선업
사진 김도헌
정리 황선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