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은 정말 사실인가?’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던지는 질문은 견고했던 기억에 균열을 일으키며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2011년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셋.

*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같은 줄기, 다른 가지

소설 원작과 국내 번역본 표지

줄리언 반스가 쓴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an Ending)는 2011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열풍을 일으켰다. 소설은 우리의 기억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단편적인지를 촘촘히 쌓아 올린 서사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 제작자들은 훌륭하고 섬세하게 짜인 이 스토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해 여름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개봉했다. 영화의 감독은 <런치박스>(2013)를 만든 리테쉬 바트라. 영화 제작을 앞둔 그에게 줄리언 반스는 “영화를 위해서는 책의 내용을 너무 의식하지 말라. 나의 기대를 배신하라”고 조언했다는데, 과연 영화는 소설과는 또 다르게 펼쳐지고 확장하며 흥미롭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이 일상적인 장면을 계속해서 늘어놓다가 말미에 이르러 반전을 밝히는 방식을 취했다면, 영화는 시간을 수시로 교차하며 실재감을 높였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

‘토니’ 역할의 짐 브로드벤트

영화는 빈티지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는 ‘토니 웹스터’(짐 브로드벤트)의 삶을 따라간다. 그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반항심으로 가득 찼던 학창 시절, 모든 게 서툴던 첫 연애, 살다 보니 잊어버린 과거의 꿈, 최선을 다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려웠던 결혼 생활…. 토니에게 과거란 종종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대상 정도였다, 한 통의 편지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옛 연인 ‘베로니카’(샬롯 램플링/프레야 메이버)와 관련한 이 편지는 토니가 믿고 있던 과거를 뒤흔들고, 그는 기억을 하나씩 짚어 나가며 낯선 감정에 휩싸인다.

‘젊은 토니’를 연기한 빌리 하울

학창 시절의 역사 수업 시간, 토니의 친구 ‘아드리안’(조 알윈)은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 말한다. 이 문장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며 관객의 심장을 조여나간다. 영화는 개인이 기억하는 사적 역사란 결국 자신을 위해 미화되고 재구성된 결과라는 사실을 전한다. 우리의 견고했던 과거는 이 영화로써 균열이 생기고 흔들리는데, 이야말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주는 가장 귀한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깊거나 신선한 배우들

‘베로니카’ 역의 샬롯 램플링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주는 또 다른 기쁨은 배우들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짐 브로드벤트와 샬롯 램플링이 특히 반갑다. 이들은 영화에서 각각 토니와 베로니카 역을 맡아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젊은 베로니카’를 연기한 프레야 메이버

한편 토니와 베로니카의 젊은 시절은 현재 영국에서 떠오르는 신예들이 연기했다. 이들은 남다른 개성으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토니 역의 빌리 하울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덩케르크>(2017) 하사관 역으로 국내에서도 꽤 익숙해진 배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속 그의 얼굴엔 청춘의 치기와 자괴감, 질투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영국 TV 시리즈 ‘스킨스’의 ‘미니 맥기니스’ 역할로 잘 알려진 프레야 메이버는 이 영화에서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을 품은 베로니카로 분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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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