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상과 유대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에 대한 고발을 담은 영화. 마냥 힘들 것만 같다고? 오히려 뜨거운 휴머니즘은 차가워진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잔혹한 현실 속 따뜻한 인간애가 전하는 감동을 놓치지 말자.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 2009 ❘ 감독 마크 허먼 ❘ 출연 아사 버터필드, 데이빗 튤리스, 쉴라 핸콕, 잭 스캔론

아일랜드 소설가 John Boyne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홀로코스트 영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전쟁의 세계로 인해 아이의 순수함이 희생당하는 과정을 고요하면서도 잔인하게 표현했다. 유대인 수용소를 관리하는 아버지를 따라 친구도 한 명 없는 낯선 곳으로 온 브루노(아사 버터필드)가 겪는 일은 어른들의 죄를 순수한 아이가 대신 받는 것만 같은 비통함을 자아낸다. 제목 속 줄무늬 파자마는 유대인 수용소의 죄수복을 말하는데 이 죄수복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결말에 치닫게 된다.

브루노를 연기한 아사 버터필드는 이 영화로 영국의 연기 신동에 등극했고 헐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앤더스 게임>에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해내더니, 마틴스콜세지의 마음도 움직여 <휴고>의 휴고 카브레역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가 됐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마블이 선택한 새로운 스파이더맨도 그가 맡게 될 것이라 한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2008년 제 44회 시카고 영화제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함께 관객상을 수상했고, 원작 소설은 2007년 아일랜드 독자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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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 2009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다이앤 크루거, 크리스토프 왈츠,멜라니 로랑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이름을 들어본 당신이라면, 이 영화가 그려낼 전쟁이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 쯤은 짐작할 것이다. 평범한 소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시켜 버리는 타란티노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독한 농담과 유쾌한 분탕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끊이지 않는 수다 (이번에 무려 4개 국어로!)로 나치 일당을 잔혹하고 유쾌하게(?) 해치워버린다.

영화를 확인하기 전에,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자. 미국 남부 출신의 과격한 나치 사냥꾼의 브래드 피트,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캐릭터 연구에 참조했다고 하여 다시 한 번 화제에 오른 독일군 장교 크리스토프 왈츠, 영화평론가 출신 영국군 중위 마이클 패스밴더, 독일 은막의 스타이자 이중첩자 다이앤 크루거와 아직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기 전 짧게 출연한 레아 세이두 등 누구 하나 놓칠 수 없다. 비록 허구지만, 말 그대로 나치 일당을 ‘불태워’ 버리는 장면이 전달하는 카타르시스와 이 배역으로 2010년 온갖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며 일약 세계적 배우로 떠오른 크리스토프 왈츠의 매력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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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 ❘ 1997 ❘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시, 조르조 칸타리니,귀스티노 두라노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로 역대 2위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1위는 <와호장룡>)이며, 1999년에 외국어 영화로 사상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획득하기도 한 영화이다. 레온 트로츠키의 유언을 제목으로 사용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위트와 유머가 돋보이는 영화.

베니니에게도 홀로코스트에 관한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 그의 아버지가 유대인이 아니었음에도 전란 중 독일의 노동자 수용소에서 비극을 당해야만 했던 것. 그러나 베니니는 고통과 슬픔을 독창적인 상상력과 웃음의 힘으로 녹여내며 역대 홀로코스트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런 마지막 장면을 만들어 낸다. 어린 아들을 위해 끝까지 이 비극을 ‘재밌는 게임’으로 가장, 장난스런 걸음으로 죽음을 향해 걸어간 아버지 베니니의 모습은 홀로코스트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부성애를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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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The Pianist ❘ 2002 ❘ 감독 로만 폴란스키 ❘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토마스 크레슈만, 에밀리아 폭스, 프랭크 핀레이

<쉰들러 리스트>를 연출해 달라던 스필버그의 부탁을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객관적 연출이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던 전력이 있던 폴란스키가 결국 자신의 말을 번복하게 된 이유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를 홀로코스트로 잃은 아픔을 가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제2차 세계대전 배경 영화.

실존 인물인 유대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바르샤바 게토의 잔혹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굶주림, 약식처형, 대량추방 등의 경악스러운 사건을 담담하면서도 잔인하게 그려지고, 아름다운 음악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도드라지게 한다. 아사 직전의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의 명령으로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하는 장면은 참혹한 현실 속 인간의 비애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명장면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의 온정으로 살아남은 스필만은 아흔살까지 장수하며 살았지만, 독일군 장교는 1952년 연합군에 체포돼 죽음을 맞이했다. 알 수 없는 역사의 아이러니.

<피아니스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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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 1993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리암 니슨 ,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캐롤라인 구달

작품성과 대중적 성공을 함께 거둔 홀로코스트 영화의 대표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어떤 기준점이 될 만큼 그의 작품 세계에서 주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필버그는 홀로코스트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유대인으로서의 뿌리, 원작소설에서 느낀 강한 끌림으로 소설 ‘쉰들러의 방주’를 영화화 하기로 결심한다. 감독으로 마틴 스콜세지, 로만 폴란스키, 빌리 와일더 등을 섭외했는데 모두 거절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직접 감독을 맡은 스필버그는 홀로코스트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 내느라 촬영내내 히스테리에 가까울 정도의 예민함을 보였다는 후문.

유대인을 구출하는 독일인 사업가를 지나치게 영웅화 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원작에 충실하고 고증에 심혈을 기울인 감동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역사학자 데이비드 M. 크로가, <오스카 쉰들러: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인생, 전쟁기간의 활동과 리스트의 전모>를 통해 쉰들러 리스트는 거짓이라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회의 Mordecai Paldiel은 “인간은 누구나 그 내부에 작은 천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쉰들러 역시 그런 모든 측면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선행을 했을 것이다”며 여전히 쉰들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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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의 아들>

Son of Saul ❘ 2015 ❘감독 라즐로 네메스 ❘ 출연 게자 뢰리히, 레벤테 몰나르, 우르스 레힌, 토드 카르몬트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의 참혹한 현실을 문헌 기록과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최대한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단, 시체 처리장에서 자신의 아들을 발견한 주인공 ‘사울’의 시점에서. 카메라는 사울에게 보이는 것만 담고, 보이지 않는 것은 관객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가 전달하는 청각적 경험이 월등히 강렬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 6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제88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유대인 시신을 처리하는 유대인을 일컫는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족을 가스실에 몰아넣고 시신을 소각했던 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았고 그들 자신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자신들의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형상화하기란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라고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말한다.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그 당시의 장면과 사람들의 심리를 제한된 시각적 효과와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청각으로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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