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호러 프랜차이즈로 안착한 <컨저링>에 등장하는 로레인 워렌(베라 파미가 분)와 에드 워렌(패트릭 윌슨 분) 부부는 1952년 심령 현상을 조사하는 단체 ‘New England Society for Psychic Research(NESPR)’를 창설하여 1만여 건의 심령 현상을 조사한 실존 인물이다. 전직 경찰이었던 에드와 신통력을 지녔다는 로레인이 호흡을 맞춰 50여 년 간 뉴잉글랜드 지역의 심령 사건들을 찾아서 조사, 집필, 강연 등의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혹자는 그들이 유령 이야기꾼에 지나지 않으며, 어떤 이들은 사기꾼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이 유명한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몇몇 키워드를 통해 알아보았다.

<컨저링> 개봉 당시 제임스 완 감독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로레인 워렌

 

아미티빌 저택 호러

<아미티빌 호러>(2005)의 실제 배경이 된 저택

코네티컷주 아미티빌(Amityville)에 있는 이 저택은 1974년 가장이 여섯 명의 가족을 살해한 범행 현장이다. 사건 발생 13개월 후 새로 입주한 가족들에 의해 불가사의한 심령 현상들이 목격되면서 귀신 들린 집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저택에 관한 많은 책이 출간되었고 영화로도 15편이나 제작되었다. 워렌 부부는 이 저택을 가장 먼저 조사하여 언론에 알린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동안 진위에 대해 법정논란까지 일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자 현재는 주소를 변경하고 외관 수리를 한 채 여전히 같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아미티빌 호러> 예고편

 

애나벨 인형

워렌 부부가 보관한 실제 애나벨 인형(좌). 영화의 괴기스러운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워렌 부부에 의하면 1970년에 두 명의 학생이 찾아와 골동품 가게에서 산 인형에 애나벨 히긴스(Annabelle Higgins)라는 소녀의 유령이 붙어 괴이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 인형이 원래 있던 장소와는 다른 곳에 놓여 있거나 글씨를 쓰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부부는 인형을 조사하여 악령이 깃든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집에 보관하였으며,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사탄의 인형>, <애나벨> 시리즈와 같은 영화의 소재로 각색되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 예고편

 

워렌 부부 주장의 신빙성

잡지 표지에 등장한 워렌 부부

워렌 부부의 저술이나 강연 내용이 진실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있었다. 심령 현상을 믿지 않고 과학을 숭상하는 단체 ‘New England Skeptical Society(NESS)’는 워렌 부부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쾌활한 성격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허황한 유령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부가 제시하는 사진이나 비디오 역시 조작된 것이며, 이들이 제시하는 증거 역시 핼러윈 소품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악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워렌 부부와 이들 단체는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설전을 끊임없이 벌여왔다.

워렌 부부가 제시하는 증거 영상. 1분경에 등장한다

 

The Warren’s Occult Museum

뮤지엄 내부의 가운데 유명한 애나벨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젊은 시절 코네티컷 지역의 유령 저택 투어로 12.5달러씩 받던 부부는, 은퇴 후 코네티컷 먼로(Monroe)의 자택 뒤편에 그동안의 조사활동 결과나 소장품을 모아 작은 규모의 박물관을 열었다. 이 장소는 후배 심령술사의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2006년 에드 워렌은 사망하였으나, 로레인이 손녀와 함께 여전히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The Warren’s Occult Museum 소개 영상

 

박물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