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로우의 작품 여기저기엔 비밀이 숨어 있다. 그는 익숙한 풍경 사이에 독특한 생김새의 요정을 감춰두거나, 사람의 얼굴을 한 벌레와 개를 풀어놓는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정경은 기묘하지만 어쩐지 사랑스럽다. 

<밤의 맛>, 2017
<뒤뜰의 비밀>, 2017

황로우는 색을 아름답게 조합한다. 그는 작품 하나에 여러 색을 쓰곤 하지만, 어느 빛깔도 튀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황로우의 팔레트는 다채롭지만 포근하고 차분하지만 명랑하다. 그림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자. 선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명도와 채도, 표현기법이 모두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워크숍 ‘기묘 세계’ 포스터 <기묘한 밤>, 2018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내한 공연 <Japanese Breakfast Live in Seoul>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Design by Stuio Gomin), 2017
김보현 장편소설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 커버 일러스트레이션, 2017

황로우는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이 작업한다. 그는 콘서트와 영화 포스터를 만들고 책 표지를 그리는 한편, 공간 디자인과 아트 디렉팅을 진행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그가 야무지게 확립한 스타일과 개성을 바탕으로, 어떤 작업이든 특별한 감성을 덧입힌 결과물을 내놓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토록 다양하게 뻗어 나가는 아티스트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까. 황로우는 ‘자연’이라 답하며 몇 가지 영상들을 보내주었다.

<The Handmaiden> (a film by Park Chan Wook), 2016

 

 

Hwang Rowoo Says,

“나의 주된 관심사는 심신의 휴식과 평화,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며, 그것들이 갖춰졌을 때 최적의 상태로 계획한 이상에 가까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자연’은 그런 나를 쉬게 하고, 신묘한 영감을 주고, 깊은 몰입을 돕는 근원이다. 소개할 영상들 역시 그러한 근원이 되는, 내가 경험하는 자연과 같은 것들이다. 이를테면 숲과 젖은 이끼, 풀과 나무뿌리의 향, 급류하는 개울, 비가 내리는 정원처럼.”

 

1. Calming Sound of Rain in Foggy Forest

피로하고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지금의 공간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순식간에 비 내리는 산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영상이다. 전체 화면 설정과 음량을 높인 후 일을 하기도, 책을 읽기도, 휴식하기도 한다. 이 영상을 틀어두면 어떤 것에든 몰입이 쉬워지며 마치 명상한 듯 머릿속이 깨끗해진 기분을 느낀다. 재생을 마친 뒤에도 어디선가 촉촉하게 젖은 수풀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2. 다큐멘터리 <꿈과 광기의 왕국>(2013) Official Trailer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속 메시지와 미감, 장인 정신을 동경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큐멘터리 <꿈과 광기의 왕국>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와 동료들의 일상과 가치관, 스튜디오의 제작 과정 및 아름다운 건물의 이모저모를 깊숙이 알 수 있으며, 지브리 미술관 한정으로 상영하는 단편 <털벌레 보로>의 제작기도 볼 수 있다.
트레일러가 아닌 전체 영상을 보고 나면 햇빛이 일렁이고 나뭇잎이 부딪치는 큰 창 아래, 낮잠 자는 길고양이를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3. 단편 영화 <The Cookie Carnival>(1935)

디즈니의 1920~30년대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한다. 오히려 먼 과거였기에 가능했을, 조금의 검열이나 타협, 제한 없이 마음껏 시도하고 발휘한 상상력은 물론, 창의적인 표현 방식과 섬세한 동세에 감탄하게 된다. 내가 현재 그리는 그림에서 추구하는 상상의 유형은 이렇듯 사랑스러우면서도 기괴한 분위기와 표현, 말도 안 되게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에 기인한다.

 

4. 이랑 ‘신의 놀이’ MV

계절이라고 한다면 겨울만을 좋아했다. 이 영상은 여름의 정취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이랑이 기획과 연출을, 라야가 연출과 촬영을 맡았다. 냉소적이면서 서정적인 가사와 음악은 물론, 여름의 서늘한 정취를 섬세하게 담은 연출과 촬영은 매해 여름 이 영상을 떠오르게 한다.
그림을 그릴 때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디테일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 영상의 디테일 역시 좋아한다.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안무는 목수, 성우, 농부, 서예가, 제빵사 등 스물두 명의 직업인이 일하는 동작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5. Theo Yansen ‘STRANDBEEST EVOLUTION’(2017)

테오 얀센의 ‘해변의 괴물(STRANDBEEST)’이라 불리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거대한 구조물은 인공 에너지원의 사용 없이 오로지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고 걷는다. 최초의 작품을 ‘Animaris currens vulgaris(걷는 평범한 동물)’, 등에 돛이 달린 형태는 ‘Animaris Currens ventosa(바람으로 걷는 동물)’로 칭하는 등 실제 생물과 같이 라틴어식 학명을 붙여, 자신의 작품을 기계가 아닌 생물체로 여기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광활한 해변을 무대로 하여 걷고, 뛰고,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를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잡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일러스트레이터 황로우는?

묘한 분위기의 작고 아름다운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여러 분야의 작업을 전개한다. 2014년 ‘월간 윤종신’ 전시를 시작으로 네이버, YG 엔터테인먼트, 이랜드 등 기업과 일했고, ADOY·새소년·신해경,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등 뮤직 레이블과의 협업, 공간 디자인, 아트디렉팅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로고, 캐릭터 디자인 등 상업 작업과 출판, 전시, 굿즈 제작 등 개인 작업을 겸하고 있다. 2017년 첫 일러스트북 <작고 이상한 것들(Small and strange things)>을 출간한 뒤, 그림 워크숍 ‘기묘 세계’에 매진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그가 디자인한 ‘책방 무사’의 캐릭터 로고가 표지에 수록된 책 <오늘도, 무사>(저자: 요조)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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