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과 ‘혼술’. 집에서 간단히 마시는 술이나 혼자서 마시는 술을 뜻하는 단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류 트렌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처럼, 왁자하게 주고받는 술자리보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늘어나니 그에 발맞춰 여러 가지 소용량 주류가 등장하고 있는 것. 와인 또한 작은 사이즈를 더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만약 소용량이 없다면, 와인이야말로 혼자 즐기기에 가장 난감한 술일 테다. 750㎖의 와인 한 병을 홀로 비우기엔 부담스럽고, 한번 오픈한 와인을 집에서 오래 보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한 병 용량의 절반 사이즈로 흔히 ‘하프 보틀’이라 부르는 375㎖ 용량의 와인은 예전부터 출시되고 있었지만 그 종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하프 보틀 와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3만 원 미만 가격대의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 몇 가지를 추천한다. 생산국가도, 포도품종도 다양하니 취향에 따라 선택해보자.

 

스파클링 와인

산다라 샤도네이 사케 스파클링(좌), 헨켈 트로켄(우)

산다라 샤도네이 사케 스파클링(Sandara Chardonnay Sake Sparkling)

이름에 ‘사케’가 들어가 생산지를 일본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 와인은 스페인에서 샤도네이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1885년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 설립된 와이너리, 비센테 간디아(Vicente Gandia)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와인을 표방하며 출시한 것. 샤도네이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 사케와 벚꽃 향을 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생산했다. 사과와 파인애플 풍미, 부드러운 벚꽃 향이 특징으로 매운 음식과 잘 어울려 한식에 곁들이기 좋고, 디저트로 마시기에도 적당하다. 알코올 도수는 8도로 높지 않은 편.

 

헨켈 트로켄(Henkell Trocken)

헨켈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독일 와인 브랜드. 독일의 스파클링 와인을 ‘젝트(Sekt)’라 하는데 1856년 처음 젝트를 만들기 시작한 헨켈은 젝트 중에서도 생산 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 70여 개 국가로 수출한다. 일상 속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고 일상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와인을 추구해, 파티나 야외 스포츠 현장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드라이한 스타일인 트로켄(Trocken)부터 빈티지 브뤼(Vintage Brut)까지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데, 그중에서도 대중적인 와인으로 꼽히는 헨켈 트로켄은 하프 보틀 사이즈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샤도네이, 소비뇽 블랑, 슈냉 블랑 품종을 블렌딩해 만들었고, 달콤하고 신선한 감귤류 향이 감도는 와인이다.

 

 

화이트 & 로제 와인

(왼쪽부터)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마르께스 데 리스칼 루에다, 피치니 메모로 로사토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양조가가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설립한 와이너리 킴 크로포드(Kim Crawford)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중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부터 8년 연속으로 뉴질랜드 와인 국내 판매량 1위를 차지했을 정도. 구스베리와 풀 향기가 나며 소비뇽 블랑 특유의 산도가 입맛을 돋워주는 와인으로 스크류 캡을 사용해 야외에서 즐기기도 편리하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 루에다(Marques de Riscal Rueda)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스페인 리오하에 1858년 설립된 유서 깊은 와이너리.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고급 호텔 건물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에다 지역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스페인의 화이트 품종인 베르데호를 100% 사용했다. 아로마틱한 열대과일과 신선한 풀 향기가 나므로 여름밤의 정취와도 잘 어울릴 와인이다.

 

피치니 메모로 로사토(Piccini Memoro Vino Rosato)

토스카나에 자리한 와이너리 피치니도 한국에 하프 보틀 와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레드와 화이트, 로제 세 가지 모두를 만날 수 있다. 1882년 설립된 피치니는 소규모 양조장으로 시작해 4대째 가족 경영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끼안티 지역의 주요 생산자로 꼽힌다. ‘로사토’는 이탈리아의 로제 와인을 뜻하는 단어. 피치니 메모로 로사토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네그로 아마로, 네로 다볼라, 몬테풀치아노와 국제 품종인 메를로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딸기와 라즈베리, 체리 향과 함께 경쾌한 인상을 준다.

 

 

레드 와인

(왼쪽부터) 루피노 끼안티, 리스칼 템프라니요, 쁘띠 플리,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

루피노 끼안티 DOCG(Ruffino Chianti DOCG)

루피노는 1877년 토스카나 지역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설립 초반부터 명성을 얻으며 토스카나 지역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특히 끼안티 DOCG는 이 와이너리에서 처음 생산한 와인이며, 끼안티 와인 중에서 미국에 가장 처음 수출됐다. 특히 이탈리아의 와인 등급제도인 DOCG가 시작됐을 당시 그 대표성을 인정받아 DOCG 등록번호 ‘AAA0000001’을 부여받기도 했다. 산지오베제 70%와 메를로 위주의 다른 포도 30%를 블렌딩했으며 체리와 크랜베리, 제비꽃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와인. 바디감이 가벼워 편하게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아시아 요리와 잘 어울린다.

 

리스칼 템프라니요(Riscal Tempranillo)

앞서 소개한 화이트 와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 루에다와 같은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이다. 스페인 품종인 템프라니요 85%에 쉬라 10%와 까베르네 소비뇽 5%를 블렌딩해 구조감과 복합미를 더했다. 감초 향과 초콜릿 향이 나며 바디감이 있지만 많이 무겁지 않으므로 편하게 즐기기 좋다.

 

쁘띠 폴리(Petites Folies)

남프랑스의 랑그독 루씨옹 지방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와인 생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쁘띠 폴리는 와인을 좋아하는 두 친구의 만남으로 탄생했으며, 도멘 드 라 봄(Domaine de la Baume)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한다. 메를로 60%와 까베르네 소비뇽 40%를 사용해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바닐라 향의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진다. 2016년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는 한국에서 단일 와인으로는 판매량 1위로 꼽힐 만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와인. 익숙한 만큼 믿고 선택하기 쉬운 브랜드이며, 하프 보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함께 하고 있다. 칠레에서도 프리미엄 와인이 생산되는 콜차구아 밸리의 아팔타 에스테이트의 포도로 생산된다. 블랙커런트, 바닐라, 민트 향이 느껴지며 과실 풍미와 오크 향이 조화롭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