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무서운 걸 싫어하는 당신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게임이 있다. 전혀 무섭지 않을 것 같은 작고 귀여운 캐릭터와 단순한 이미지들 속에서 ‘공포’를 찾아 나서는, 쯔꾸르 공포게임들을 소개한다. 

*여기에서 쯔꾸르는 ‘RPG 만들기 툴’로 만든 게임을 뜻한다.

 

1. 이브 (IB)

‘이브’ 스틸컷

한 소녀가 부모님과 함께 미술관에 들어서고, 자신을 압도하는 ‘알 수 없는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떨어진다. 소녀 ‘이브’는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자 모험을 떠나지만, 자신을 방해하는 괴물과 귀신들에게 자꾸만 가로막힌다. 과연 이브는 현실 세계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이브’ 트레일러

공포 쯔꾸르 게임 중에서 명작이라고 손꼽히는 게임, 이브는 스토리텔링의 방식과 아름다운 OST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 라인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하게 다가오지만, 게임 이브(IB)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몽환적이고 오싹한 분위기는 우리에게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이브가 괴물들을 만나 도망치고, 퀴즈를 풀고, 동료들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모험은 장담컨대 우리가 이 스토리를 듣고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한 번이라도 이 게임을 하게 된다면, 쯔꾸르 게임만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2. 살육의 천사

‘살육의 천사’ 스틸컷

살육의 천사에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로맨스, 공포, 코미디 게임. 어떻게 이 모든 장르가 다 들어갈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일단 게임을 한 번 플레이해보라고 권유해보고 싶다.
게임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레이첼’은 기억을 잃어버린 채 알 수 없는 지하 감옥에서 눈을 뜬다. 레이첼은 그곳을 벗어나려고 애를 쓰지만 한 층 위로 올라갈 때마다 잔혹한 살인마들을 만나고, 살인 자체를 즐기는 ‘잭 더 리퍼’라는 남자에게 목숨을 위협당한다. 죽음이 코앞에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레이첼은 오히려 공허한 눈으로 “나를 죽여줘”라고 말한다. 항상 살려달라는 절규만 들어왔던 잭은 소녀의 반응에 당황하고,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흥미가 없다며 레이첼을 살려주면서 약속한다. “이곳을 빠져나가게 된다면, 널 죽여줄게.”
이렇게 살인마와 작은 소녀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고,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스테이지를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세계가 가지고 있는 기묘한 비밀을 마주한다. 

‘살육의 천사’ 트레일러

이렇게만 보면 어둡기 그지없는 내용이지만, 이 게임 안에는 로맨스, 코미디와 같은 다양한 장치들이 재치있게 숨어 있다. 살인마가 쫓아올까 봐 떨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피식 웃고 설레게 된다. 그래서인지 살육의 천사는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이 확정되었다.

애니메이션 PV

 

3. 하얀새

‘하얀새’ 스틸컷

‘스토리가 모든 것을 압도했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 게임은 심리 호러 게임에 더욱 가깝다. 주인공 ‘바이췌’는 어두운 방에서 눈을 뜨고, 찢어져 있는 자신의 일기를 발견하며 기억을 더듬어간다. 바이췌는 자신의 곁을 맴도는 알 수 없는 ‘하얀 새’를 따라가며,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발견한다. 그는 그곳을 돌아다니면서 일기장의 조각을 모으기 시작하고, 조금씩 감춰져 있던 잔혹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심울하고 어두운 비밀이 밝혀질수록, 유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된다.

유튜버 더빙걸의 ‘하얀새’ 플레이 실황 영상

땀과 눈물을 같이 흘리게 된다는 공포 쯔꾸르 게임, 하얀새.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치밀한 복선과 ‘비유’들이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은 베일이 밝혀질수록 그 의미를 더해가고, 엔딩을 볼 때는 먹먹해지는 가슴을 다스릴 길이 없어진다. 색다른 게임이 그리워졌다면 역시 <하얀새>를 다시 한번 추천한다.

 

누군가는 이 게임들을 시시하다고 평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래픽만 보았을 때는 ‘이게 어떻게 공포게임이야?’라고 생각하기 쉬울 테니. 하지만 이 단순한 이미지들 사이에는, 그 특유의 매력을 지닌 새로운 공포 장르가 세밀하게 엮여 있다. 무서운 분위기가 좋은데 너무 무서운 건 싫다면, 오싹오싹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 쯔꾸르 공포게임의 세계를 먼저 경험해보시길.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