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편>

2015ㅣ감독 차진영ㅣ출연 장원희, 이원근, 강민경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수인’(장원희)은 짐을 정리하다 스케치북 하나를 발견한다. 무심코 펼쳐본 스케치북엔 어딘가 익숙한 거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수인은 이내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에 사로잡힌다. 과거인지 꿈인지 모를 기억 속에 교복을 입은 소년 ‘진호’(이원근)가 나타나 반갑게 말을 건네지만 수인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점차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가는 수인은 과연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전부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오래되어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도 있지만, 때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어 잊혀진 것들도 있다. 수인에게 찾아온 기억은 후자다. 수인에게 떠오른 진호와의 기억엔 고등학생 시절에 겪었던 죄책감과 후회가 섞여 있다.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수인은 결국 기억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마주친 기억의 단편으로부터 수인은 과거의 아픔을 위로 받기도 한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출신인 차진영 감독은 과거의 아픔을 위로 받는 수인을 통해, 세상의 모든 ‘수인’과 서툴렀던 시절의 감독 자신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 배우 장원희(위), 이원근(아래) <기억의 단편> 스틸컷

 

<기억의 단편>은 수인을 연기한 신인배우 장원희와, 고등학생 소년 진호 역을 맡은 이원근의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최근 김기덕 감독의 <그물>(2016)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떠오르는 신예로 존재감을 떨친 이원근의 얼굴이 반갑다. 드라마를 통해 먼저 얼굴을 알려온 이원근은 앞서 단편영화 <소년병>(2013)에서도 말 그대로 ‘예쁜 소년’을 맡아 특유의 말간 웃음을 보여주었다. <여교사>(2017)에서는 단편영화 속 부드러운 미소의 소년과 전혀 다른 소년으로 열연을 펼쳤다.

 

메인이미지 출처 <기억의 단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