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여기 있어요>

2015ㅣ감독 윤채원ㅣ출연 이윤선, 이기혁, 정대성ㅣ23분 ㅣ한국어(영어 자막 제공)

아들 ‘영민’(정대성)과 단란하게 살아가는 ‘서희’(이윤선)와 ‘준호’(이기혁) 부부. 영민은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소파 뒤에 숨어 엄마를 놀래곤 하는 귀여운 아들이다. 평화롭던 어느 날, 갑자기 영민이 사라진다. 백방으로 아이를 찾아 헤맨 지 몇 달이나 흘렀을까, 영민이 기적처럼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영민은 묘하게 달라져 있다. 서희는 그런 영민이 정말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혼란에 빠진다.

<그 애는 여기 있어요> 스틸컷

영화는 순식간에 들이닥친 불행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이 사건은 항상 모든 것을 공유하던 가족 사이에 알 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 그들의 거리를 조금씩 벌려 나간다. 서희가 아는 영민은 음식을 흘리지 않고 먹으며, 그림을 여러 가지 색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리는 아이. 그러나 돌아온 영민은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듯 멍할 때가 잦고 음식을 흘리면서 먹는 데다, 한 가지 색깔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런 영민이 낯선 서희는 아이의 손을 놓아버리지만, 영민은 다시 서희의 손을 잡으며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그를 위로한다.

런닝타임 내내 인물을 시험에 들게 하는 영화는 결국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가까운 이가 자신이 기대한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할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실망하고 좌절하는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 가족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 역시 착각일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함께 전하면서.

<그 애는 여기 있어요> 스틸컷

이 작품은 성균관 대학교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윤채원 감독이 재학 중에 만든 첫 단편이다. 감독의 첫 작품임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구성과 화면 연출, 쉽지 않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한국 단편 경쟁작, 제70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상영작, 제21회 토론토 릴 아시안 국제영화제 펄스 스크리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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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