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늘 현재로 인해 언급되고 재해석되며 유행으로 다시 돌아온다. 1990년대 문화 또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대중적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1990년대 한국 미술은 어땠을까.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열리는 SeMA Gold <X : 1990년대 한국미술>은 격년제 기획 전시인 SeMA 삼색전―원로 작가를 위한 ‘그린,’ 중견 작가를 위한 ‘골드,’ 청년 작가를 위한 ‘블루’―중 하나다.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정립하고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하는 작가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SeMA 골드의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1990년대를 엿볼 수 있다.

전시가 다루는 1990년대는 1987년부터 1996년에 이르는 10년간이다. 민주화 항쟁과 서울올림픽, 김영삼 정부 출범과 김일성 사망,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같은 굵직한 사건들로 이어진 과잉과 상실, 붕괴와 도약의 시기였다. 1990년대의 이정표적 징후들 즉, 70년대 모더니즘이나 80년대 민중미술과 차별화되는 90년대 특유의 시대정신은 이 시대를 대변하는 X세대 또는 신세대 작가들의 탈이데올로기적 창작 활동을 통해 드러난다. 이들은 회화 중심에서 벗어나 설치미술, 테크놀로지아트, 대중매체, 하위문화 같은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이용해 소그룹 혹은 개별 활동으로 저항적이고 실험적인 미술을 펼쳤다.

▲ 포스터 같은 사회적 소통 방식을 통해 디자인과 시각 이미지를 결합한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추구했던 소그룹 ‘진달래’의 작품들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 이불의 <무제(갈망)>와 김성배의 <김-먹을 수 있는 평면> 재제작 작품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X: 1990년대 한국미술>은 ‘뮤지엄’, ‘서브클럽’, ‘진달래’, ‘30캐럿’ 같은 소그룹 운동과 ‘신세대 작가’로 불렸던 개별 작가들이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재제작한 당시 주요 작품과 관련 자료 아카이브,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1992, 갤러리아백화점미술관)나 <가설의 정원>(1992, 금호미술관)처럼 대중문화와 뉴테크놀로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이슈 제기로 주목받았던 주요 전시의 재연, 새로운 창작 에너지의 발원지였던 홍대, 신촌 등지의 카페 공간을 편집 · 재구성한 섹션 등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 이형주 <기억채집>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한쪽에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작가 이형주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여 일렉트로닉 카페(1988), 올로올로(1991), 스페이스 오존(1992), 발전소(1992), 곰팡이(1995)를 하나의 공간에 재편집했다.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했거나 디자인에 참여했던 이 카페 공간은 이벤트 카페, 퍼포먼스 바, 라이브 클럽 같은 이색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일종의 대안적 문화의 산실로 기능했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진 공간은 작가 개인의 기억의 공간이자 90년대 카페를 공유하는 집단적 환기의 장소이다.

▲ 2016 SeMA Gold <X : 1990년대 한국미술> 전시전경 (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X: 1990년대 한국미술>은 역사적 기록이나 감상적 노스탤지어에 머무는 단순한 회고전에 그치지 않는다. 설치, 영상, 평면 및 아카이브 부문으로 기록한 약 2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90년대 미술이 현재에 가지는 의미의 연속성을 가시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한국 미술계의 지형을 바꾸어놓은 X세대 주역들의 미술사적 업적을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Tip. 본 전시는 무료로 진행한다. 매주 둘째 주 수요일과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에는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하니 느긋하게 둘러보기 좋다. 도슨트는 오후 2시, 4시 하루 두 차례 진행한다. 

 

일시 2016.12.13~2017.02.19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시간 화~금 10:00~20:00 (토·일·공휴일 18:00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sema.seoul.go.kr/

 

(메인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