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재즈는 음악에 대한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클래식 연주자가 재즈를 연주한다든지 재즈 연주자가 클래식을 연주하는 경우는 많지만, 두 분야에서 모두 정상의 위치에 오른 경우는 흔치 않다.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이 바로 이 흔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런던 교향악단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두루 거치며 정상급의 피아니스트,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명성을 얻었으며, 젊은 시절에는 이스트 코스트 재즈의 대표 피아니스트로, 그리고 할리우드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다.

1950년대의 유명 가수 디나 쇼어(Dinah Shore)와 함께 한 TV쇼(1959)

그는 영화음악으로 오스카를 4회 수상하였고, 그래미는 10회 수상하였는데 이 중 클래식이 6회, 재즈 2회, 그리고 영화음악으로 2회를 수상할 정도로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16세 때 MGM 영화사에 채용되어 영화음악에 입문했고 재즈에도 깊이 심취하여 레이 브라운(베이스), 먼델 로에(Mundell Lowe, 기타), 셜리 맨(드럼) 등과 활동하며 십여 장의 재즈 음반을 출반했다. 1960년대에 클래식 음악으로 전향하여 휴스턴 교향악단, 런던교향악단, NHK교향악단 등을 거치며 정상급의 지휘자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Pal’(절친한 친구)이라 부르는 재즈 뮤지션들과도 틈틈이 함께 연주하며 재즈에 대한 향수를 잊지 않았다.

Andre Previn Trio ‘West Side Story’(NBC, 1964)

클래식과 재즈에서 광범위한 경력을 쌓은 그를 사람들은 ‘클래식과 재즈를 잇는 교량’이라 부른다. 그는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자신의 보편적 취향(Catholicity of taste in music)에 대해 이야기하며, 클래식과 재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털어놓았다. 클래식에서는 악보 그대로 연주곡을 얼마나 잘 따라잡는지가 가장 중요한 반면에, 재즈에서는 악보에 쓰인 원곡보다 연주자 자신의 연주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본업인 지휘자는 창의적인 예술이라기보다는 해석을 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BBC의 <Oscar Peterson & Andre Previn>(1974). 재즈와 클래식 피아노의 두 거장이 대화를 나누며 협연하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공연 전의 리허설 또한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재즈 리허설에서는 연주자들이 함께 모여 좋다고 할 때까지 연주를 반복한다. 음정이나 템포 같은 기본적인 요소를 정하고, 코러스는 몇 번 할지 어떤 순서로 할지 등을 정한다. 그러면 끝이다. 이와는 달리, 클래식 음악의 리허설은 마치 사업장의 시계에 맞춘 듯 처음과 끝이 있다는 것이다. 작곡자의 의도를 면밀하게 해석하여 그에 딱 맞게 표현하려고 한다. 언제나 악보가 연주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이다.

음악 다큐멘터리 <Andre Previn: A Bridge Between Two Worlds> 일부(2010)

2019년, 90세가 된 앙드레 프레빈은 지난 2월 18일 뉴욕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말년의 그는 더 이상 지휘자로 나서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작곡에 전념했다. 클래식 거장 앙드레 프레빈이 아니라 재즈 피아니스트 앙드레 프레빈의 작품으로는 <Pal Joey>(1957), <King Size>(1958), <West Side Story>(1959)가 추천 음반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