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rose>

2018ㅣ감독 Kris Stantonㅣ2분

배낭을 메고 길을 가던 주인공이 부주의로 장애물을 밟고 걸음을 멈춘다. 물고기 한 마리가 자신의 발에 밟혀 피 흘리는 장면을 보고 놀라지만, 외면하고 갈 길을 간다. 하지만 매번 똑같은 장소에서 물고기 사체를 반복적으로 목격하고 나서 주인공은 점점 불안감에 빠진다. 평온하기만 했던 그의 일상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어둠에 사로잡힌다. 막막한 심정으로 종이에 적어 보낸 그의 구조요청은 응답받을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는 동글동글하고 귀엽지만 내용은 전혀 ‘귀엽지’ 않다. 2분도 채 안 되는 짧은 길이의 단편은 몹시 단순한 구성으로 보는 이의 예상을 비틀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인생은 어쩌면 똑같은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도돌이표지만,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눈앞에 장애물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를 깨닫지 못한다. 외면해도 어쩔 수 없이 돌고 돌아 마주하는 불행 앞에 주인공은 절망한다. 게다가 그 불행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날아온, 또는 이미 그렇게 설정된 인생의 룰임을 깨달았을 때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고 나약해진다.

간결한 드로잉과 반복적인 움직임만으로 삶의 딜레마에 관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캘리포니아 미술 명문 칼아츠 아트스쿨(CalArts)에서 애니메이션학을 전공하는 Kris Stanton이 만들었다. 아직 1학년이지만 응축된 스토리와 대담한 메시지의 작품을 선보이며 업로드한 지 2주도 안 돼 비메오 스태프픽에 선정됐다.

단순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로 충격을 안기는 Kris Stanton의 작품을 죽 주목하자.

Kris Stanton 비메오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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