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취향을 가진 사람은 섹시하다. 취향은 부지런히 가꾼 정원과 같고,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매료되는 것은 나비가 날아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쾌락의 정원을 잘 일군 사람도 섹시하다. 그리고 섹스토이는 그 정원을 가꿀 좋은 도구다.

그리고 최근 섹스토이샵도 과거 단순히 분홍색 디자인 일변도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던 것을 넘어 보다 세분화, 고급화되고 있다. 아이돌은 물론 일반인 의상이나 액세서리에서도 BDSM 요소를 활용한 디자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점점 전문화되고 있는 섹스토이숍의 세계로 안내한다.

BDSM 수제가죽 전문 매장 ‘fhi’. 출처- ohayo_fhi 인스타그램

섹스토이샵 전문 매장 ‘피우다’. 출처- piooda.life 인스타그램

BDSM 전문 숍 ‘leversseoul’. 출처- leversseoul 인스타그램

 

섹스토이숍 트렌드, ‘보다 섬세하게’

과거 건물 후미진 곳, 전당포처럼 꾸려진 음침한 ‘성인용품점’ 일변도에서 ‘은하선 토이즈’, ‘플레져랩 ‘등 밝은 이미지의 여성 전용 ‘섹스토이숍’들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이때와 맞물려 섹스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인 <마녀사냥>, <SNL>과 숙박업소 전용 예약 어플인 <야놀자>, <여기어때> 등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섹슈얼리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현재, 높아진 대중들의 안목에 맞게 밝은 이미지는 물론 BDSM 등 특정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섹스토이숍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제 가죽들. 출처- ohayo_fhi 인스타그램

섹스토이들의 디자인도 호피 무늬나 핫핑크 컬러 위주, 투박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무채색 컬러, 수제 가죽 소재 등 보다 고급화, 세분화되며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립스틱이나 총알 모양 등 그냥 봐서는 섹스토이인지 모를 디자인들도 부쩍 늘었다. 패션과 뷰티의 첨단을 달리는 아이돌 세계에서는 이미 남녀를 가리지 않고 라텍스 소재나 하네스, 목줄 등 BDSM 요소를 활용한 의상과 소품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BDSM 용품을 활용한 아이돌 패션. 드림캐쳐 <You And I> 뮤직비디오 캡쳐

그리고 이렇게 세분화, 전문화된 섹스토이 시장은 우리의 쾌락과 판타지 역시 효과적으로 세분화, 전문화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 몸에 대해 잘 모른다. 여전히 성감대를 두세 군데 정도로만 알고 평생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몸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섬세한 취향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시도와 좋은 경험이 두껍게 쌓여야 고유하고 아름다운 취향을 건져 올릴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인 것처럼, 섹스토이숍들도 방문해 직접 제품들을 만지고 느껴 보는 것이 좋다. 막연했던 판타지가 구체적인 제품들을 접하며 선명해질 것이다.

 

섹스토이숍 보다 즐기기

섹스토이숍은 굳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구경과 체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다. 혼자 가도 좋지만 이왕이면 지인과 동행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서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놀리거나, 함께 깜짝 놀라거나, 경험한 것에 대해 여러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썸남, 썸녀와 간다면 관계를 돋굴 윤활유가 되어주고, 오래된 연인과 간다면 둘 사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보통 섹스토이숍은 홍대와 이태원 근방에 몰려 있다. 한 곳만 가기보다 가볍게 산책 삼아 걸으며 서너 곳을 둘러보는 것이 다양한 제품과 매장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좋다.

고양이 모티브 소품. 출처- 모모샵 트위터

막상 섹스토이숍을 가기에 부끄럽다는 걱정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을 너무 없애려기 보다, 그 자체도 충분히 즐겨 보자. 부끄러움 역시 좋은 전희 중 하나다. 매장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성기 모양 장난감 앞에서 눈을 잘 맞추지 못하는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귀여워 해 주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을 마주칠까 봐 두렵다고? 각자 부끄러워하거나 너무 즐겁거나 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많은 손님을 상대해 본 직원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태연하게 잘 응대해 줘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부끄럽다고 급하게 둘러보면 크게 손해다. 몸에 바르면 뜨거워지거나 딸기나 모히또 맛이 나 핥을 수 있는 젤이나 아주 묽은 것부터 아주 쫀쫀한 제형의 젤들, 페로몬 향수들, 몸에 촛농을 떨어뜨려도 화상 입지 않는 저온 초 등 모두 직접 접촉해 봐야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구의 다양한 진동 세기나 리듬, 촉감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직원의 설명을 놓쳐서는 안 된다. “도서관에서 사용해도 모를 정도의 진동이랍니다”라던가 “피지 제거기에서 출발한 제품이에요. 누가 이걸 몸에 갖다 댈 생각을 했을까요?”, “60세 된 할머니도 1분만에 홍콩 가셨다는 그 제품” 등의 말들을 어디에서 들어볼 수 있겠는가.

컵케이크 모양 바이브레이터. 출처- 은하선 토이즈 페이스북

이미 섹스토이숍을 방문해 덜 부끄러움을 타게 된 사람이라면, 제품들을 섬세히 관찰하며 취향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춰 보자. 혹은 관련 매장들을 SNS에 팔로우해 뒀다가, 다양한 체험 이벤트나 파티 개최 때 적극적으로 체험하며 ‘고급 노하우’들을 접할 수 있다. 전문가를 초청해 본디지(Bondage) 무료 체험 및 관람 신청을 받고 있는 숍(모모샵)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섹스토이숍을 가 보지 않은 지인을 가이드 해 보기를 추천한다. 상대방의 부끄러움을 틈타 놀려 주거나, 적극적으로 도발하는 것은 혼자만 알기 아까운 즐거움이다.

본디지 체험. 출처- 모모샵 트위터

다양한 속옷들. 출처- 푸시베리 트위터

 

‘광기와 파렴치에도 질서는 필요합니다’

사디즘의 아버지인 사드 백작은 소설 <규방철학>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제발 이 난봉질에 질서를 좀 잡아 보자고요. 광기와 파렴치에도 질서는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흔히 섹스토이를 ‘어른들의 장난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장난감을 갖고 하는 유희 역시, 막무가내로 놀던 어릴 때와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연출과 규칙에 따라 놀이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가까운 휴일, 섹스토이숍에 들러 다양한 연출 도구를 구경해 보자. 그리고 이를 계기로 당신의 쾌락 동산이 번성하기를. 그 동산에서 누군가와 밤새 노니기를.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메인 이미지 출처- 푸시베리 트위터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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