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동네 대중목욕탕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결국 목욕탕은 변화를 꾀했다. 묵은 때를 벗고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신한 목욕탕에서도 우리는 즐거운 개운함을 얻을 수 있다.

 

삼청동 코리아 목욕탕, ‘코리아 게스트하우스’

온갖 유행과 개성으로 뭉친 카페, 상점 따위가 수시로 들락날락하기 바쁜 ‘핫’한 삼청동에 45년째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켜 온 건 코리아 목욕탕과 그곳의 트레이드 마크, 코리아 굴뚝이다. 201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멤버들을 따돌리고 코리아 목욕탕에 숨으면서 옛날식 목욕탕의 모습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유명한 촬영지가 된 코리아 목욕탕은 ‘코리아 게스트 하우스’로 정체성을 바꾼 지 오래지만, 외관의 빨간색 벽돌과 우뚝 솟은 굴뚝 덕에 아직도 종종 코리아 목욕탕으로 불린다. 2층부터 5층까지는 여러 개의 방과 강당을 두고 현대식 숙박 시설로 꾸몄지만 실제로 1층은 부분적으로 목욕탕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목욕탕을 더욱 새롭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다. 삼청동에 관광 온 외국인 여행객이나 젊은 청춘들이 코리아 목욕탕, 아니 코리아 게스트하우스를 다녀가면 45년 전통의 ‘코리아’가 몹시 트렌디하게 보인다.

장소 서울시 종로구 화동 35
문의 010-9217-5975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issueays

 

아현동 행화탕, 복합문화공간 ‘행화탕’

1960년대 문을 열어 2대째 이어온 행화탕은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동네 대중목욕탕으로 서울에서 오래된 목욕탕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11년 아현동 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근근이 유지해온 행화탕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던 중 작년 5월, 저렴한 임대료와 적당한 작업 공간을 찾던 젊은 기획자들의 눈에 띈 버려진 행화탕은 순식간에 복합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그렇게 "예술로 목욕합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작한 ‘행화탕 프로젝트’는 예전 행화탕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본래의 공간적 특징을 살려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개관식에서는 원형의 수족관을 설치하고 수중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새로운 '탕'을 선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태어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기능하게 된 행화탕은 현재 여러 예술가와 음악가, 또 그들을 찾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마르지 않는다. 본격적인 재개발까지 2년 동안만 운영되지만, 보란 듯이 더욱 뜨거운 기운을 내뿜고 있다.

장소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613-11
문의 010-4055-5540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haenghwatang/

 

계동 중앙탕, ‘젠틀몬스터 플래그십스토어’

1968년에 개업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이라는 소리를 듣던 중앙탕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문을 닫은 중앙탕 건물을 인수해 쇼룸으로 만들었지만, 타 지역의 쇼룸과 달리 건물의 외관과 간판을 그대로 둔 덕에 얼핏 보면 영락없는 중앙탕인 셈이다. 목욕탕 특유의 파란색 타일과 구조를 그대로 살린 내부는 가히 ‘안구정화’용 목욕탕이다. 낡은 벽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선글라스는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하나의 예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또한 그대로 남겨 놓은 목욕탕 굴뚝 옆에 자리한 3층 옥상 테라스는 야트막한 계동 한옥마을 골목길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오래된 공간의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의 정체성도 챙긴 젠틀몬스터 쇼룸은 많은 이들에게 옛 목욕탕의 추억과 영감을 주는 복합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지갑을 열게 하는 마성의 목욕탕임을 유의하자.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133-5
문의 070-4895-1287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성수동 유성목욕탕, ‘싸우나 스튜디오’

쓸모가 없어진 오래된 공간에 저마다의 개성이 채워지기 시작한 성수동. 그곳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을 만들어내는 우뚝 솟은 유성목욕탕의 굴뚝을 따라 가보지만 역시 목욕탕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그러나 텅 비어 있던 공간에 다시 온기가 채워지고 있다. 마침 새로운 작업실을 찾던 두 명의 포토그래퍼가 오래된 목욕탕의 정감 어린 매력에 끌린 듯 잘 차려진 스튜디오를 마다하고 성수동으로 발걸음을 옮긴 덕이다. 보란 듯이 '싸우나'라 이름 붙인 스튜디오는 기존 목욕탕의 타일과 구조를 그대로 살려 공간을 꾸렸다. 목욕탕 외관과 굴뚝도 마찬가지. 꾸미지 않은 빈티지한 멋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간은 가히 사진찍기 좋은 곳이다. 싸우나 스튜디오는 촬영, 사진인화, 액자 만들기 같은 여러 강의를 진행하고 때때로 전시를 열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3층 위 옥상에서는 종종 이벤트를 개최한다. 그러고 보면 동네 사랑방 역할을 자청하던 옛 목욕탕의 모습과도 닮았다.

장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338-12 3층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sssauna_studio/

 

(메인이미지 - 젠틀몬스터 플래그십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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