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합창 반주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트롬본은, 초창기 재즈에서 부드럽고 중후한 음색으로 각광받던 대표 관악기였다. 딕시랜드에서 스윙재즈까지 밴드에 2~3명의 트롬보니스트가 고용될 정도로 인기였지만, 비밥 시대로 접어들며 빠른 연주가 요구되자 버튼 방식의 색소폰과 트럼펫에 밀려 재즈 콤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제이 제이 존슨(J.J. Johnson)이나 슬라이드 햄프턴(Slide Hampton)를 제외하면 비밥 시절의 재즈 트럼보니스트는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스웨덴 출신의 닐스 란드그렌(Nils Landgren)은 원래 클래식 트롬본을 전공하였지만, 스웨덴 포크음악과 재즈를 접목한 트럼페터 Bengt-Arne Wallin과 스웨덴 1세대 재즈 트롬보니스트 Eje Thelin를 만나면서 재즈의 즉흥 연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관심은 재즈뿐만 아니라 록, R&B, 펑크, 힙합 등 대중음악 전반으로 확장되었고, 특유의 단조롭지만 편안한 음색으로 노래까지 불렀다.
그가 세션 트롬본 연주자로 참여한 앨범은 5백여 장에 이른다. 스웨덴의 세계적 스타 아바(ABBA)나 퓨전재즈 그룹 크루세이더(The Crusaders), 그리고 재즈 피아노 레전드 허비 행콕의 앨범까지 다양하다.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에 나선 1983년부터 거의 매해 자신의 앨범을 출반했고, 자신의 끼를 살려 배우나 댄서로도 전천후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벗어나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자신의 밴드 Nils Landgren Funk Unit을 결성한 후 독일의 재즈 페스티벌 ‘Jazz Baltica 1994’에서 청중의 환호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부터다.
언론으로부터 ‘Mr. Red Horn’이란 별칭을 얻은 그는 언론으로부터 두 가지의 상반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자신의 밴드 Funk Unit과 함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나설 때는 펑키한 사운드로 청중들을 댄스의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 Funk Unit은 유럽 최고의 펑키 밴드로 불리며 유럽 재즈 페스티벌의 초청 1순위였다. 반면에 <Ballads>(1999)로 대표되는 그의 솔로 앨범은 감상적이고 나른한 분위기로 발라드 가수의 면모를 드러낸다.
한동안 쉬면서 일체의 음악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2004년 <Funky ABBA>를 내며 새로 개편한 Funk Unit과 함께 복귀했다. 2006년부터는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오랜 염원이었던 콜라보 앨범 <Christmas with My Friends>를 주기적으로 발매하였고, 최근에는 <Unbreakable>(2017)을 발표하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펑크 재즈와 소울 발라드의 양면성을 지닌 그의 음악을 비교하며 들어보자.
Nils Landgre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