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 스캑스(Boz Scaggs)는 스티브 밀러 밴드의 리더 스티브 밀러와는 텍사스에서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나란히 위스콘신 주립대에 진학한 절친이다. 당연히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블루스 밴드를 같이 조직하여 함께 아티스트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보즈 스캑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를 남겨둔 채 유럽으로 건너가 런던, 스웨덴을 돌아다니며 로드 뮤지션의 길을 걸었다.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그는 대학을 졸업한 스티브 밀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만나 초창기 스티브 밀러 밴드를 이끌었다. 두 장의 음반을 함께 낸 후, 다시 절친과 헤어진 그는 콜럼비아와의 계약으로 네 장의 솔로 음반을 냈으나,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Silk Degrees>에 수록한 ‘Lowdown’은 보즈 스캑스와 후일 토토의 키보디스트 데이빗 페이치가 공동 작곡한 곡이다

그에게 성공이 찾아온 것은 후일 록 그룹 토토(Toto)를 조직한 세션 아티스트들과 함께 녹음한 앨범 <Silk Degrees>(1976)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앨범 발매와 함께 첫 싱글 ‘It’s Over’을 냈으나 40위권을 맴돌던 중, R&B 장르의 라디오 디제이들이 앨범의 수록곡 ‘Lowdown’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반전이 찾아왔다. 앨범 <Silk Degrees>는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빌보드 앨범차트 2위에 올랐고, 뒤늦게 발매한 싱글 ‘Lowdown’은 백만 장을 판매하며 1976년 그래미 최우수 R&B 부문에 선정되었다. 싱글로 발매될 가능성이 없던 ‘Lowdown’이 대박을 친 것은 그야말로 ‘사고’였다고 그는 회고한다.

<Middle Man>(1980)에 수록한 ‘Jojo’. 빌보드 싱글차트 17위에 올랐다

하지만 <Silk Degrees>의 성공을 넘어서는 음반은 찾아오지 않았다. 토토의 멤버들을 다시 초빙해 녹음한 <Middle Man>(1980)이 앨범 순위 8위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한동안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1988년 샌프란시스코에 ‘Slim’s’라는 라이브클럽을 오픈하면서 다시 음악활동을 재개하였다. 그 후의 음반들은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신통치 않아 100위권을 맴돌며 전성기 시절의 영광은 재현되지 않았다.

<Silk Degrees>에 수록한 발라드 ‘We’re All Alone’. 리타 쿨리지가 리바이벌하여 Top 10에 오른 곡이다

2010년부터 두비 브라더스 출신의 마이클 맥도널드, 스틸리 댄의 도널드 페이건과 함께 ‘The Dukes of September’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여 미국 순회공연에 나서며 올드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와 함께 솔로 활동을 병행한 보즈 스캑스는, 앨범 <Memphis>(2013)를 앨범 순위 17위에, <A Fool to Care>(2015)를 블루스 앨범 순위 1위에 올리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2014년 <The Dukes of September> 순회공연에서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Who’s That Lady’를 부르는 세 명의 스타

보즈 스캑스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기타 실력을 보유했고 무대에는 곧잘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던 신사였다. 30여 년간 운영한 샌프란시스코의 라이브클럽 ‘Slim’s’는 전미에서 몇 번째 가는 음악 명소가 되었고, 나파 밸리(Napa Valley)에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멋진 노년을 보내고 있다. 혹시 샌프란시스코의 Slim’s에 방문하게 된다면 우연히 그를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Slim’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