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브렛 패트만(Brett Patman)은 모텔 101곳을 찍었다. 그는 ‘Hotel Motel 101’이라 이름 붙인 작업을 위해 호주의 흄 하이웨이(Hume Highway)와 사우스 코스트 블루마운틴 사이에 자리한 모텔들을 정리하고 추려냈다.

Boat Harbour Motel, Wollongong
Lithgow Parkside Motor Inn, Lithgow

브렛 패트만은 불현듯 이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그는 언제나 모텔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왔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곳. 그리고 닫힌 문 뒤에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는 곳.

Sleep Express, Chullora

브렛 패트만의 어린 시절, 여름 휴가를 떠날 때 묵곤 했던 모텔은 낯설지만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 휴가를 떠나는 설렘 같은 비일상적인 감정이 더해져 모텔은 더욱 특별한 이미지로 남았다. 그는 모텔을 모험 끝에 도달한 ‘새로운 집’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막연한 계획으로만 남아 있던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었다. 그는 드라마 <마인드헌터>를 보다가 작품 속 인물들이 묵는 모텔 객실의 다양함에 강하게 이끌렸고, 마침내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Motel 617, Kiama
Jamison Hotel, Penrith
Thirroul Beach Motel, Thirroul

브렛 패트만은 구글 맵을 활용해 모텔 리스트를 뽑고, 하나씩 이동하며 사진을 찍었다. 차로 편히 갈 수 있는 고전적인 모텔(Traditional Motor Inn)이기만 하면 건물의 구조나 스타일은 크게 괘념치 않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 속 건물은 웨스 앤더슨 영화에 나올 법한 파스텔톤 부티크 모텔부터, 더럽고 왠지 으스스한 모텔까지 다채롭다.

The Fontainebleau Motor Inn, Liverpool
Ashfield Motor Inn, Ashfield

촬영은 대부분 밤 10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이루어졌다. 처음 브렛 패트만이 밤에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는 사람이 없는 시간에 편하게 찍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작업을 계속할수록 그는 ‘어둠’이 사진에 불어넣는 의미를 느끼게 된다. 어둠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감성을 어렴풋이 드러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Westside Motor Inn, Ashfield

어둠을 주요 테마로 하여 밤에만 촬영한 사진가의 고집은 옳았다. 푸르게 검은 하늘 아래 오도카니 자리한 모텔의 모습은 어쩐지 쓸쓸하며, 보는 이에게 제 안에 담긴 수만 가지 이야기들을 속삭이는 듯한 감상을 안긴다.

Grandstand Motel, Warwick Farm

객실 가까이에 자리한 레스토랑, 낡은 표지판, 빛바랜 커튼과 외벽의 색감…. 모든 요소는 지극히 평범하다. 그러나 사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브렛 패트만의 사려 깊은 사진 속에서 모텔들은 창문의 스타일, 조명의 모양 등으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Warilla Hotel, Warilla
Gateway Motel, Vineyard

덧붙여 이 프로젝트는 브렛 패트만의 ‘Lost Collective’ 시리즈 일부다. 이는 버려지거나 잊혀가는 시드니의 건물을 찍는 시리즈로, 폐공장, 버려진 병원과 역 등 다양한 장소를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Lost Collective’ 시리즈는 가까이 있지만 부러 관심 쏟지 않는 장소들이 어떤 모습으로 낡아가는지를 확인하게 한다. 그의 홈페이지에서 ‘Hotel Motel 101’을 포함한 이 시리즈의 모든 사진을 볼 수 있다.

‘Lost Collective’ 시리즈의 일부, ‘ATL Building’
‘Lost Collective’ 시리즈의 일부, ‘Eveleigh Paint Shop’

 

메인 이미지 포함 모든 이미지 ⓒBrett Patman

 

 

‘Lost Collective’ 홈페이지
‘Lost Collective’ 인스타그램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