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창간한 홍콩 월간지 <호외(號外)>가 지난 5월 창간 500호를 맞았다. 이를 기념해 <호외>는 그간의 490개가 넘는 잡지 커버를 공식 사이트에 공개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표지 고르기’ 독자 투표 이벤트를 진행했다. 5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홍콩 미술관 Space 27에서 <호외 500커버(號外 500封面)>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호외 500커버> 전시 전경. 출처- <호외> 페이스북

행사 자체의 내용이나 취지를 뛰어넘어, 이러한 투표, 전시 이벤트는 잡지 독자들에게 훨씬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홍콩 생활지로 명맥을 이어오며 연예, 패션 산업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흩뿌려온 <호외>는 그 자체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몇십 년이 흘러 우리 앞에 다시 놓인 1980, 90년대 잡지 커버 속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은 그 시절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의 반가운 얼굴을 잡지 커버로 만나자.

 

왕페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Vol.195(1992년), Vol.219(1994년), Vol.291(2000년), Vol.266(1998년) 커버

왕페이는 <호외>의 표지를 총 네 번 장식했다. 홍콩에서 가수로 처음 데뷔한 시절부터 <중경삼림>(1994) 속 엉뚱하고 보이시한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각인되기까지, 또 1996년 록가수 더우웨이(窦唯)와 결혼해 딸 더우징퉁(Leah Dou)을 출산하기까지의 그 성장과 변화의 전 과정을 <호외>가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이 실린 건 2000년 12월호. 그해 10월 발표한 왕페이의 17번째 정규앨범 <우언(寓言)>의 발매기념 촬영으로 기획됐다.

 

금성무

왼쪽부터 Vol.218(1994년), Vol.264(1998년), Vol.276(1999년) 커버

옛 애인이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고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한 대사를 읊던 21살의 금성무는 영화(<중경삼림>) 속 순박하고 앳된 얼굴 그대로 <호외>의 표지에 첫 등장했다. 이후에도 <호외>는 줄곧 금성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그가 한창 영화 <불야성>(1998)의 촬영으로 일본에 머물던 1998년, 그의 모습을 잡지에 담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간 일화는 유명하다.

 

종초홍

왼쪽부터 Vol.100(1984년), Vol.133(1987년) 커버

영화 <가을날의 동화>(1987), <종횡사해>(1991) 등을 통해 ‘동양의 마릴린 먼로’로 불리며 1980년대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배우 종초홍. 그는 수식어처럼 종종 농염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한정되어 작품과 대충 매체 속에 그려져 왔지만, <호외>는 종초홍에게 흔한 메이크업도 거의 시키지 않은 채 편안한 홈웨어 차림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게 했다. 기존의 섹시 스타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은 종초홍의 모습은 그래서 표지에 담겼을 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장만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Vol.110(1985년), Vol.145(1988년), Vol.164(1990년), Vol.361(2006년), Vol.294(2001년), Vol.211(1994년), Vol.187(1992년) 커버

당대의 홍콩 영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특유의 눈 뗄 수 없는 우아함과 고혹미, 내밀한 연기력으로 오래오래 사랑받는 배우 장만옥은 앞서 수차례 <호외>의 표지를 장식했다. <호외> 30주년 특집호까지 치면 총 일곱 번으로, 가장 많이 <호외>의 표지 모델로 선정된 배우일 것이라 예상한다. <열혈남아>(1987)부터 <아비정전>(1990), <첨밀밀>(1996), <화양연화>(2000)에 이르기까지 짙게 무르익어가는 그의 분위기가 잡지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임청하

왼쪽부터 Vol.53(1981년), Vol.108(1985년), Vol.174(1991년) 커버

1973년 영화 <창외>로 데뷔해 총 61편의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전설적인 배우 임청하도 <호외> 창간 초기부터 꾸준히 표지에 얼굴을 올렸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중경삼림>에서 베일에 싸인 노란 머리의 마약 밀매 중개업자로 출연하며 내내 선글라스에 가려졌던 그의 얼굴은 표지에 담겼을 때 언뜻 낯설게 다가온다. 도시적인 차가움이 묻어 있는 임청하의 얼굴은 그간 그가 작품을 통해 잘 쌓아 놓은 이미지의 연장선에 고스란히 놓인다.

 

장국영

왼쪽부터 Vol.169(1990년), Vol.184(1991년) 커버

1990년과 1991년 그리고 십 년 뒤인 2001년까지, 장국영은 총 세 번 <호외>의 표지에 등장했다. 1990년 9월 발행한 169호에는 장국영이 돌연 콘서트에서 음악계를 떠나겠다고 선언(1990년 초)한 후 그의 집에서 진행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고, 이듬해인 1991년 12월 발행한 184호는 경극 복장을 착용한 장국영의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그렇게 <호외>는 음악가로서, 그리고 배우로서의 장국영의 모습 둘 다 기록하고 새겼다.

 

왼쪽부터 <호외> 표지에 실린 배우 성룡, 왕조현, 양조위

위에 소개한 표지들은 490개가 넘는 표지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올리지 못한 사진은 <호외> 홈페이지에서 연도별로 모두 볼 수 있다.

 

<호외> 홈페이지
<호외> 페이스북

 

참고문서 voicer.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