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페스티벌 2018’(The Great Escape Festival 2018, 이하 TGE 2018)은 영국 브라이튼 앤 호브에서 매년 5월에 열리는 페스티벌입니다. 얼마 전 소개한 SXSW와 비슷한 성격을 띤 TGE는 도시 전역 30개의 장소에서 약 300여 팀의 공연이 이뤄집니다. 2006년에 처음 시작한 TGE는 빠르게 성장하여 불과 6년만인 2013년 무렵부터 미국의 SXSW 격의 대형 페스티벌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규모는 SWSX 보다 조금 작지만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음악을 찾으러 온 많은 팬들과 BBC, 유니버설 뮤직 그룹, 라이브네이션, 글래스톤베리 등 약 3000명 이상의 음악 관계자들로 축제 기간 내내 북적였습니다. 그 뜨거웠던 축제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영국은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날씨가 맑았습니다. 축제의 성패는 날씨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는데 TGE를 매년 5월에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바닷가라 그런지 밤에는 조금 쌀쌀했지만 모두들 반팔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브라이튼은 아름다웠으며, 자유로운 분위기가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5월은 해가 길어 낮이 길었습니다. 밤 9시가 되어도 어두워지지 않는 게 특히 인상 깊었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거리는 사람들로 더 북적였습니다.


TGE2018의 공식 일정은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공식 공연장 서른 군데에는 공연장 정보, 공연시간과 뮤지션들의 기본 정보를 모아놓은 책자와 맵, 팜플렛 등이 잘 비치되어 있었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TGE 관계자는 앞으로는 인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앱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거라 했습니다. 이런 부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공연은 이른 오후부터 새벽 3시까지 이뤄졌습니다. 공식적인 장소 외에도 펍이나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크고 작은 공연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공식 비공식을 떠나 공연을 하는 곳이라면 모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이 음악 축제를 통해 지역 이미지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음악의 발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TGE는 대형 아티스트보다는 주목할 만한 신인들 위주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낯선 뮤지션들 사이에 반가운 이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펜타포트에서, 그리고 올해 초 내한공연한 적 있는 낫 띵 벗 띠브스(Nothing But Thieves), 작년 어머니의 고향인 한국을 찾아와 아도이와 함께 공연했던 재패니스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그리고 일전에 기사에 소개한 적 있는 뉴욕의 신성 거스 데퍼튼(Gus Dapperton)멘 아이 트러스트(Men I Trust) 등 뮤지션들이 이번 TGE2018을 찾았습니다. 재패니스 브렉퍼스트와는 같은 공연장 (KOMEDIA)에서 공연을 했는데, 대기실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투어와 새 앨범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에서 볼 때보다 훨씬 멋진 그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뮤직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피부로 와닿는 공연과 조언들이 밴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패턴스(PATTERNS)공연장에서는 더 스미스(the Smiths)의 조니 마(Johnny Marr)가 관객들과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조니 마는 기타 플레이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이런 기회들은 흔치 않은 것이라 굉장히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 즐겨듣던 피치 핏(Peach Pit)의 공연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공연장에서 많은 팀들이 공연을 하는 까닭에 제대로 된 세팅과 사운드를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모두들 개인 엔지니어를 데리고 다니거나 드럼과 앰프 등의 악기를 전부 들고 다니는 게 기본인 곳이어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잘하는 팀들은 결국 잘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변에 위치한 무대에서 단독으로 이뤄진 신성 나오(Nao)의 공연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저희는 축제가 이뤄지는 3일 동안 총 3번의 공연을 했는데 공연과 인터뷰, 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관계자나 관객처럼 공연을 꼼꼼히 챙겨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거리의 분위기는 마음껏 즐겼습니다. 사람들은 술과 흥과 음악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네덜란드 친구들은 라인업에 상관없이 새로운 음악과 밴드들을 만나는 재미에 매년 브라이튼을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BBC 뮤직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거리와 주요 공연장에는 BBC의 방송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BBC 뮤직은 BBC Radio 1과 1Xtra, BBC Radio 6 Music 등 ‘BBC Music Introducing’을 통해 TGE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축제에서 흥미진진한 새로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소개했습니다. BBC 뮤직 뉴스팀은 브라이튼의 거리와 TGE 공연장에서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컨벤션에서의 생각을 자극하는 주제에 관한 모든 최신 뉴스를 수집하고, 무엇이 뜨겁고, 지금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SXSW/TGE 페스티벌 지원 사업에 아도이는 세이수미, 3호선버터플라이, 빌리카터와 함께 TGE 페스티벌 참가팀 4팀 중 한 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저희는 패턴스 공연장에서 코리안 스포트라이트라는 쇼케이스를 열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줄을 서서 공연을 기다렸고, 800여 명의 열정적인 관객과 함께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현지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고, 한국음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유럽과 영국의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한국에도 다양한 음악을 하는 새로운 밴드들이 많다는 걸 알린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유럽투어를 진행한 세이수미와 영국을 시작으로 스페인에서 공연하는 3호선 버터플라이 등 실력파 한국 밴드들은 이미 그 활동반경을 점점 넓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팀들이 해외에 진출해 멋진 활동을 하길 기대합니다.

 

 

메인 이미지- ‘The Great Escape Festival’ 홈페이지

 

 

ㅣ필자소개ㅣ
오주환(Oh Juhwan)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있다. 얼마전 자유로운 젊음을 노래하는 첫 EP <CATNIP>을 발표하며 인디 음악신에 앨범 커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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