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화가 곧 속편 제작에 들어간다고 하면 관객 입장에서 걱정부터 든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믿게 만드는, 실패한 속편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전작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떠안고, 관객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실패한 속편 영화가 많지만, 전작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속편 영화도 존재한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2>(1974),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에어리언2>(1986), <터미네이터2>(1991)는 1970~1990년대를 각각 대표하는 걸작 속편 영화다. 2000년대에도 전작의 매력은 살리고, 속편만의 개성까지 더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들이 있다. 전편을 뛰어넘는 매력을 가진 2000년대 속편 영화들을 알아보자.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게리 올드만, 마이클 케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는 잘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를 뛰어넘어, 영화사에 남는 걸작이다. 시리즈의 시작인 <배트맨 비긴즈>(2005)는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매력적으로 보여준 인물과 세계관 덕분에 속편인 <다크나이트>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다크나이트>의 가장 큰 매력은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 캐릭터다. 주인공만큼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로, 지금도 <다크나이트> 하면 많은 이들이 배트맨보다 조커를 먼저 떠올린다. 악당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하다는 건 이전 배트맨 시리즈인 팀 버튼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다.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1989)과 <배트맨2>(1992)도 두 편 중 속편이 더 호평받았는데, 대니 드비토가 연기한 ‘펭귄’과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캣우먼’의 매력이 큰 역할을 했다.

<다크나이트> 예고편

 

<비포 선셋>

Before Sunset|2004|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비포 선라이즈>(1996)는 여행지에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다. ‘여행’과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두 단어의 이상적인 화학작용을 보여준 작품이 <비포 선라이즈>라면, 속편인 <비포 선셋>은 전편의 여운에 현실감을 더한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재회하고, 영화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랑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 대신 서로의 마음과 시간이 담긴 말들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대화가 <비포 선셋>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전편의 낭만을 머금은 채, 우리의 현실과 더 맞닿아 있는 사랑의 말들을 들려주기에 여운이 더 크게 남는 속편이다.

<비포선셋> 예고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2014|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출연 크리스 에반스, 세바스찬 스탠, 스칼렛 요한슨, 안소니 미키, 사무엘 L. 잭슨

슈퍼히어로 영화는 히어로의 탄생 과정, 인물 관계, 세계관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러닝타임이 빠듯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 속편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앨런 테이럴 감독의 <토르: 다크월드>(2013)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2>(2004), 그리고 지금 소개할 루소 형제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그 예다.

조 조스톤 감독의 <퍼스트 어벤져>(2011)가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에 집중한 작품이라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마블 영화에 깊이를 더해준 작품이다. 단순히 액션을 통한 볼거리에 치중한 작품이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의 동료와 적으로 만나면서 겪는 고민 등 사유가 더해지면서 마블의 명작 중 한 편이 됐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대한 마블 스튜디오의 높은 만족감은 연출자인 루소 형제(안소니 루소, 조 루소)에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연출을 맡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예고편

 

<흑사회2>

黑社會以和爲貴: Election 2 |2005|감독 두기봉|출연 고천락, 임달화, 장가휘 |국내 개봉 2011.06.16

2018년 개봉한 이해영 감독의 <독전>의 원작은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2013)이다. 두기봉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뚜렷한 누아르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특히 흑사회 시리즈는 무간도 시리즈 못지않은 홍콩 누아르의 걸작이다.

<흑사회>(2005)는 삼합회의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두 후보의 권력다툼을 주요 줄거리로 하고 있다. 속편인 <흑사회2>는 전작에서 조력자로 등장했던 ‘지미’가 부유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사업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삼합회 차기 회장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지미는 점점 악해지고, 사업을 위해 삼합회를 이용하고 발을 빼려 했지만 늪에 빠지듯 점점 그 안에 삶이 묶이게 된다. 흑사회 시리즈에서 부성애는 중요한 키워드인데, 부성애가 전편보다 더 강조되어서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부분이 큰 작품이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감독 브라이언 싱어|출연 휴 잭맨,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

지금의 엑스맨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에서는 매튜 본 감독에에게 연출을 맡기고 제작에만 참여했던 그가 속편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엑스맨 연출에 복귀한다.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2000)의 인물들과 프리퀄에 해당하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흥미롭다. 어떻게 전개될까 싶을 만큼 거대한 사건과 많은 인물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엔딩까지 달리는 걸 보면서 브라이언 싱어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속편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것처럼,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한 <엑스맨2-엑스투>(2003)가 전작인 <엑스맨>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예고편

 

Writer

에세이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달리다 보면> 저자. 좋아하는 건 영화, 여행, 음악, 문학, 음식. 특기는 편식. 꾸준한 편식의 결과물을 취향이라고 부르는 중. 취향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