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행진곡>

2013ㅣ감독 신민주ㅣ출연 류준열, 이민지ㅣ10분

‘현동’(류준열)은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다. 어느 날 택배 아저씨로 인해 황당하게 방치된 건담 프라모델을 사수하기 위해 결심하고 문밖을 나서지만, 그만 문이 닫혀버린다. 당황한 마음에 비밀번호도 틀리게 눌러 그대로 밖에 갇혀버린 현동. 열쇠집을 찾기 위한 그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현동은 과거 학창시절에 겪은 상처 때문에 히키코모리가 된 인물이다. 그는 몇 년 동안이나 집안에 스스로를 가둘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계기는 결코 거창한 위로의 말이나 스펙터클한 상처 직면의 과정에서 오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집 밖의 세상에 던져지고, 그 길에서 낯선 사람들의 소소한 마음 씀씀이와 온기를 느끼면서 현동은 점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마음을 연다.

영화에는 특별한 대사나 감정표현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다만 적재적소에 배치한 아기자기한 배경음악과 코믹한 상황 연출을 통해 어두운 내면을 마주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이런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는 건 배우 류준열의 능청스러운 연기. 우스꽝스럽고도 애잔한 주인공의 상황을 특유의 코믹한 표정 연기와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풀어내며 생생함을 더했다.

 

<기동전사 행진곡>(2013) 스틸컷

5년 전에 만들어진 이 단편영화 <기동전사 행진곡>은 ‘픽코드필름(Picord Film)’이라는 웹 영화 채널을 통해 소개되었다. 픽코드필름은 다양한 장르의 짧은 영화를 상영하는 채널로,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독립영화의 이미지를 환기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주로 작품성은 있지만, 대자본에서 밀려난 저예산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를 소개하며, 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유튜브나 네이버tv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픽코드필름에서 ‘독립영화’라는 표현 대신, ‘웹 영화’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독립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시도 중 하나. 픽코드필름에서 영화를 감상할 때 참고할 점은 또 있다. 스릴러, 코믹, 로맨스 등 영화의 섬네일을 장르별로 다섯 가지 색으로 나눠, 취향에 따라 영화를 편히 골라 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힌 것.

50여 편이 넘는 픽코드필름의 웹 영화들을 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두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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