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은 매년 로큰롤 발전에 공헌한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헌정 행사를 갖는다. 2016년에는 칩 트릭(Cheap Trick), 시카고(Chicago), 딥 퍼플(Deep Purple), 스티브 밀러(Steve Miller) 등 1970년대를 주름잡던 로커들이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칩 트릭과 스티브 밀러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주최 측의 행태를 비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들의 요지는 주최 측이 아티스트를 제대로 예우하지 않은 채 방송 프로그램을 위한 행사로만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제 70대 중반에 접어든 1970년대의 록스타 스티브 밀러는 당시 행사 전후 <빌보드>, <롤링 스톤> 지와의 인터뷰에서 명예의 전당 행사나 음반산업 전반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자신의 음악으로 음반회사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10억 달러에 이르지만 정작 자신은 지난 50여 년 동안의 정당한 몫을 찾아오기 위해 아직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음반산업을 “Built-in Theft(뿌리 깊은 도둑질)”로 묘사하며, 자신은 이를 참지 않고 바로 잡기 위해 애쓸 것이라 말했다.
아직 뭘 잘 모르고 순진하던 데뷔 시절 캐피털 레코드(Capitol Records)와 계약하며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조금 지나자 ‘상어’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도 음반 하나를 내는데 5~6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이나 2017년 자신들의 음악이 5억 회 스트리밍되면서 받은 금액이 7천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밝히며, 음반업계의 해묵은 고비용 구조를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강하게 비난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 행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밝혔다. 출연계약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은 채 행사에 나와야 했고, 자신도 잘 모르는 아티스트의 추천을 받아야 했으며(자신은 엘톤 존이 추천하길 원했으나 주최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행사장에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도 자신을 축하하는 명예의 전당 관계자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했다. 무대에 섰을 때 자신과 부딪히던 음반업계 관계자들만 객석에 보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문을 인용하면, “우리는 TV 쇼를 만들고 있어. 이건 우리 쇼이고 여기서 전당을 운영할 돈을 벌어야 해. 그러니까 입 다물고 시키는 일이나 해.”라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서 그가 받은 초대권은 두 장, 그의 밴드 멤버나 그 가족들은 만 달러의 입장권을 사야 참석할 수 있었는데, 칩 트릭 또한 이 문제로 단단히 화가 났다. 이런 행사는 보다 아티스트 친화적이어야 하며 아티스트들이 재량권을 어느 정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오로지 TV 쇼를 제작하기 위해 아티스트들 간에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고 내내 자신의 출연 순서만 기다리는 행사라면, 이를 ‘명예의 전당’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소동 후 스티브 밀러는 아티스트나 팬으로부터 이에 공감하는 수백 통의 격려 메일을 받았다고.
스티브 밀러는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음악 부문 위원회와 ‘재즈 앳 링컨센터’(Jazz at Lincoln Center)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일 년에 70여 도시를 순회할 정도로 여전히 왕성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