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은 매년 로큰롤 발전에 공헌한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헌정 행사를 갖는다. 2016년에는 칩 트릭(Cheap Trick), 시카고(Chicago), 딥 퍼플(Deep Purple), 스티브 밀러(Steve Miller) 등 1970년대를 주름잡던 로커들이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칩 트릭과 스티브 밀러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주최 측의 행태를 비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들의 요지는 주최 측이 아티스트를 제대로 예우하지 않은 채 방송 프로그램을 위한 행사로만 일관했다는 것이다.

HBO의 행사 보도 영상

이제 70대 중반에 접어든 1970년대의 록스타 스티브 밀러는 당시 행사 전후 <빌보드>, <롤링 스톤> 지와의 인터뷰에서 명예의 전당 행사나 음반산업 전반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자신의 음악으로 음반회사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10억 달러에 이르지만 정작 자신은 지난 50여 년 동안의 정당한 몫을 찾아오기 위해 아직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음반산업을 “Built-in Theft(뿌리 깊은 도둑질)”로 묘사하며, 자신은 이를 참지 않고 바로 잡기 위해 애쓸 것이라 말했다.

1966년에 결성한 스티브 밀러 밴드(SMB)는 덜 하드하고 간결한 멜로디의 ‘Joker’(1973)를 빌보드 톱에 올리며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뭘 잘 모르고 순진하던 데뷔 시절 캐피털 레코드(Capitol Records)와 계약하며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조금 지나자 ‘상어’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도 음반 하나를 내는데 5~6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이나 2017년 자신들의 음악이 5억 회 스트리밍되면서 받은 금액이 7천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밝히며, 음반업계의 해묵은 고비용 구조를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강하게 비난했다.

SMB의 최고 히트곡 ‘Fly Like an Eagle’(1976)

로큰롤 명예의 전당 행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밝혔다. 출연계약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은 채 행사에 나와야 했고, 자신도 잘 모르는 아티스트의 추천을 받아야 했으며(자신은 엘톤 존이 추천하길 원했으나 주최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행사장에서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도 자신을 축하하는 명예의 전당 관계자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했다. 무대에 섰을 때 자신과 부딪히던 음반업계 관계자들만 객석에 보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문을 인용하면, “우리는 TV 쇼를 만들고 있어. 이건 우리 쇼이고 여기서 전당을 운영할 돈을 벌어야 해. 그러니까 입 다물고 시키는 일이나 해.”라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1970년대 전성기 시절 스티브 밀러 밴드의 'Jet Airliner'(1977)

이 행사에서 그가 받은 초대권은 두 장, 그의 밴드 멤버나 그 가족들은 만 달러의 입장권을 사야 참석할 수 있었는데, 칩 트릭 또한 이 문제로 단단히 화가 났다. 이런 행사는 보다 아티스트 친화적이어야 하며 아티스트들이 재량권을 어느 정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오로지 TV 쇼를 제작하기 위해 아티스트들 간에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고 내내 자신의 출연 순서만 기다리는 행사라면, 이를 ‘명예의 전당’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소동 후 스티브 밀러는 아티스트나 팬으로부터 이에 공감하는 수백 통의 격려 메일을 받았다고.

SMB의 마지막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Abracadabra’(1982)


스티브 밀러는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음악 부문 위원회와 ‘재즈 앳 링컨센터’(Jazz at Lincoln Center)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일 년에 70여 도시를 순회할 정도로 여전히 왕성한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