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속 친근하고 다정한 아버지 ‘유다이’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된 릴리 프랭키. 그는 작품 속에서 격한 감정을 쏟아내거나 강렬한 인상을 새기지는 않는다. 대신 담백한 어조로 차분하게 연기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스틸컷

‘릴리 프랭키’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은 본명이 아니다. ‘릴리’는 릴리 프랭키의 대학 시절, 그가 한 친구와 너무 사이가 좋아 ‘장미와 백합’으로 묶여 불리던 것에서 따왔다. ‘프랭키’는 198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얻은 영국 밴드 ‘프랭키 고스 투 할리우드(Frankie Goes to Hollywood)’의 이름에서 빌려왔다. 릴리 프랭키의 본명은 나카가와 마사야. 우리에게는 배우로 친숙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그림, 글, 사진, 작사와 작곡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만능 예술인에 가깝다. 근 몇 년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며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일컬어지는 릴리 프랭키. 그의 다양한 면모를 짚어보자.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
바로 보기 | 옥수수

 

일러스트레이터 릴리 프랭키

<오뎅군> 일러스트

이제 와서 릴리 프랭키의 전공이 무엇인지 짚는 일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짚어보자. 그는 도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이후 그림책, 음악 앨범 재킷 디자인, 화보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일러스트를 선보였다. 밑그림조차 그리지 않고 단번에 완성해버린다는 릴리 프랭키의 그림은 귀여우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그의 그림책 <오뎅군>은 애니메이션화되며 더욱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에 힘입어 메신저 라인(LINE) 이모티콘, 한정판 컨버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 상품도 여럿 출시됐다.

빅뱅 대성의 일본 솔로 활동 굿즈
‘오뎅군’과 협업한 것으로, 오뎅군이 안고 있는 캐릭터가 대성이다 via ‘오뎅군’ 홈페이지 

 

 

작가 릴리 프랭키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표지

릴리 프랭키가 쓴 책은 이미 아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가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이하 <도쿄타워>)는 25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06년 ‘책방 대상’을 받는다. <도쿄타워>는 홀로 아들을 키운 엄마와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버지, 그리고 둘 사이의 아들이 보여주는 가족 이야기다. 유쾌하다가 돌연 눈물 흘리게 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좋은 평을 얻었다. 이 책은 2007년 오다기리 죠와 키키 키린 주연의 영화 <도쿄 타워>로 만들어졌다. 장편소설 외에 단편집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와 에세이 <미녀와 야구> 등 다른 장르의 책도 사랑받았다.

 

 

배우 릴리 프랭키

<아름다운 별> 스틸컷

릴리 프랭키는 스크린에서도 대체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식도암에 걸렸지만 인생을 즐기는 변태 아저씨(<화장실의 피에타>(2015))나,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믿는 기상 캐스터(<아름다운 별>(2017))는 릴리 프랭키의 연기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스틸컷

배우 릴리 프랭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를 시작으로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에 연달아 출연하더니, 얼마 전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만비키 가족>(2018)에선 주연으로 열연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작품 주연인 릴리 프랭키, 그는 자신의 취미가 ‘잠’이며 약속 시각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알면 알수록 그가 더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아버지와 이토씨> 포스터

릴리 프랭키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냥 넘기면 아쉬울 작품이 하나 더 있다. 2016년 개봉한 <아버지와 이토씨>다. 한집에서 살게 된 34세 ‘아야’(우에노 주리)와 54세 애인 ‘이토 씨’(릴리 프랭키), 그리고 아야의 74세 ‘아버지’(후지 타츠야). 모두 다른 개성을 뿜는 우에노 주리와 후지 타츠야, 릴리 프랭키가 함께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결국 ‘가족’ 이야기 안에서 어색한 듯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어떻게 흘러갈지 종잡을 수 없는 영화에서 릴리 프랭키는 슴슴하며 온화한 매력을 지닌 이토 씨를 제 모습인 양 연기한다. 가족의 갈등을 리얼하게 버무린 에피소드와 아버지의 비밀을 둘러싼 사건 전개는 실컷 웃다가도 코끝이 찡해지는 뭉클함을 안긴다.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
바로 보기 | 옥수수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