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질주감, 승리의 희열, 뜨거운 도전정신 등은 스포츠영화 특유의 매력이다. 그중에서도 스포츠와 예술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피겨스케이팅은 영화에 담겼을 때 더욱 활기차고 매혹적인 감상으로 다가온다. 살아보지 못한 치열한 삶에 대한 동경마저 불러일으키는 피겨스케이팅 영화 네 편을 만나자.

 

<사랑은 은반 위에>

The Cutting Edgeㅣ1992ㅣ감독 폴 마이클 글레이저ㅣ출연 D.B. 스위니, 모이라 켈리, 로이 도트라이스

유망한 아이스하키 선수였으나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은반을 떠났던 ‘덕 도로시’(D.B. 스위니)에게 재기의 기회가 주어진다.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케이트 모슬리’(모이라 켈리)와 피겨스케이팅 페어 팀을 이뤄 올림픽에 도전하게 된 것. 하지만 거친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에서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피겨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덕 도로시는 새로운 종목에의 적응이 쉽지 않다. 영화는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새 출발의 계기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을 페어로 맞이하며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를 그리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발랄함과 두 젊은 배우의 또렷한 매력, 적재적소에 배치한 경쾌한 사운드트랙 등 여러 요소들이 전형적인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싱글 스케이팅과 달리, 두 사람의 완벽한 합을 요하는 페어 종목의 매력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영화의 흥행을 타고 3편까지 제작되기도 했다.

덕 도로시와 케이트 모슬리 첫 만남 클립 영상

 

<아이스 프린세스>

Ice Princessㅣ2005ㅣ감독 팀 파이웰ㅣ출연 조안 쿠삭, 킴 캐트럴, 미셸 트라첸버그

하버드 대학 진학을 꿈꾸는 과학 영재 ‘케이시’(미셸 트라첸버그)는 과학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위해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레포트 거리를 찾는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 있던 아이스 스케이팅을 주제로 정하고 동작 하나하나를 물리학의 원리로 풀어내려 애쓴다. 결국 자료조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수강신청을 하기에 이른 케이시는 스케이트 매력에 점점 깊이 매료된다. 피겨스케이팅을 단지 스포츠 영역에만 가두지 않고 물리학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신선한 작품. 여기에 공부벌레 여고생이 은반의 요정으로 변신하기까지의 좌절과 도약의 과정들이 모여 은근한 울림을 준다.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또 한가지 요소는 음악. <겨울왕국>(2014)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며 오스카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벡이 작곡을 맡아 시원스러운 스케이팅의 묘미를 더했다. 남이 정해준 길이 아닌, 자신의 꿈을 가져본 이들이라면 누구든 가슴 뛸 만한 영화.

영화 <아이스 프린세스>에서 케이시의 마지막 경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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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Blades Of Gloryㅣ2007ㅣ감독 조쉬 고든, 윌 스펙ㅣ출연 윌 페렐, 존 헤저

피겨스케이팅 페어는 원래 남자와 여자가 짝은 이루지만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는 그 공식을 보란 듯이 깨버린다. 싱글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채즈’(윌 페렐)과 ‘지미’(존 헤더)는 공동 금메달이라는 수상 결과에 열 받아 시상식에서 주먹다짐을 벌이다 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당한다. 그런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고 했던가. 사건으로부터 3년 반의 시간이 흐르고, 스케이트가 너무 그리웠던 두 사람은 페어 피겨스케이팅의 남남 커플로 대회에 출전한다. 영화의 설정이 이렇다 보니 스포츠 영화 특유의 인간승리, 도전정신보다는 온갖 민망한 동작으로 폭소를 유발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국내에서는 유머 코드의 차이로 극장을 건너뛰고 DVD 발매로 직행했지만, 해외에서는 1억 5천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윌 퍼렐 특유의 B급 유머가 곳곳에 넘쳐나고, 여기에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사랑스러운 ‘루저’ 존 헤더가 어딘가 멍청하고 순수한 구석이 있는 ‘지미’를 찰떡같이 연기한다.

채즈와 지미의 경기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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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I, Tonyaㅣ2017ㅣ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ㅣ출연 마고 로비, 세바스찬 스탠, 앨리슨 제니

가장 최근의 영화 <아이, 토냐>는 미국 최초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언론과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피겨 스케이트 선수 토냐 하딩이 언론에 의해 하루아침에 희대의 악녀가 되어 세상으로부터 버려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넘치는 에너지로 그린다. 영화는 그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두 번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집중하고 인내했던 순간을 좇으며 언론과 대중의 마녀사냥에 의해 희생당한 이 시대의 여성 셀럽들의 모습을 동시에 교차한다. “진실된 캐릭터를 통해 한 인물을 판단하거나 비웃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 마고 로비는 이토록 기구한 운명에 놓인 피겨 스케이트 선수 ‘토냐 하딩’을 악착같이 연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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