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도 이스트 지역은 젊은 감성으로 충만한 곳이다. 웨스트 지역이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스트 지역은 보다 자유롭고 흥미진진한 느낌. 이스트 런던의 특정 지역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나 젊은 런더너들의 아지트가 몰려있다. 런던에서 커피 맛으로 유명한 카페들도 이스트 지역이라면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공간은 좁지만 아침마다 맛난 커피를 픽업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선 풍경이나 왁자한 분위기 속에 서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스트 런던의 쇼디치와 해크니 지역을 중심으로 뛰어난 커피 맛을 자랑하는 카페 몇 곳을 소개한다.

 

클림슨 앤 손스(Climpson & Sons)


해크니의 브로드웨이 마켓이 열리는 거리에 자리한 클림슨 앤 손스는 이 지역에서 가장 붐비는 카페. 2002년부터 로스팅을 해왔으며 이스트 런던의 로스터리 카페들 중 스페셜티 커피의 선구자로 꼽힌다. 실제로 이 지역의 여러 카페에서 클림슨 앤 손스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클림슨 아카데미(Climpson's Academy)에서는 바리스타 교육도 하고 있다.

주말의 클림슨 앤 손스는 언제나 붐빈다

브로드웨이 마켓이 열리는 토요일에는 본 매장 외에도 마켓 거리에 별도의 부스를 운영하며, 쇼디치 지역의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에도 클림슨 커피 바(Climpson’s Coffee Bar)를 만날 수 있다. 해크니 본점의 카페 운영 시간은 평일과 주말 모두 5시까지. 클림슨 앤 손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 들고 바로 근처의 아름다운 공원인 런던 필즈(London Fields)를 산책하는 일은 이 지역에서 가장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클림슨 앤 손스의 플랫화이트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Allpress Espresso)


올프레스 에스프레소는 본래 뉴질랜드에 기반을 둔 커피 회사. 런던에는 2010년 쇼디치에 처음 문을 열었고, 2015년에는 달스턴에 더 넓은 공간을 오픈했다. 런던 곳곳의 여러 카페와 커피 바에서 올프레스 에스프레소의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홍보할 만큼, 이곳의 커피 맛은 유명하다.

올프레스 에스프레소에서 커피를 즐기는 젊은 런더너들

쇼디치 점은 브릭레인 마켓,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므로 근처를 쇼핑하다가 들르기 좋은 곳. 공간이 협소하고 창가 좌석밖에 없어 거의 스탠딩 바 같은 분위기인데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자리가 없더라도 힙한 분위기 속에서 캐주얼하게 커피잔을 손에 들고 어울리는 젊은 현지인들을 볼 수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엔 카페 바깥에서 커피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올프레스 에스프레소의 원두는 매장에서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데 200g에 8파운드 정도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올프레스 에스프레소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살 수 있다

 

 

래너크(Lanark)


런던의 꽃시장인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 근처에 자리한 작고 귀여운 카페, 래너크는 이 지역의 단골들이 커피를 테이크 아웃으로 많이 사 가는 곳. 화이트 컬러의 외부와 내부 모두 미니멀한 콘셉트의 소박한 분위기에 아는 사람만 즐겨 찾는 이곳은 커피 맛에 비해 가장 덜 알려진 카페라 할 수 있다.

래너크의 내부, 세 개의 테이블이 있는 작은 카페다

한 곳의 원두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소규모 로스터들의 커피를 선별해 사용하며, 커피 메뉴는 에스프레소, 우유를 첨가한 에스프레소, 필터 커피 단 세 가지로 간단하다. 카페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지만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가진 주인장 바리스타가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준다. 아침 식사 메뉴도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샌드위치가 특히 인기이며 디저트 중에서는 브라우니가 사랑받고 있다.

 

 

에스테르(Esters)

에스테르의 입구, 웨이팅이 필요하지만 기다릴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작지만 멋진 카페. 해크니 지역에서도 브로드웨이 마켓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하며, 대부분 현지인들로 붐비고 관광객은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에스테르는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에서 선정한 ‘영국 최고의 커피숍 30’ 중 한 곳으로 선정됐을 만큼 커피 맛으로 인정 받는 카페. 소규모 커피 농장으로부터 선별한 커피와 티를 제공하는데 영국 중부의 스태퍼드에 자리한 해즈 빈 커피(Has Bean Coffee)로부터 원두를 공급받고, 런던의 티 전문점인 포스트카드 티(Postcard Tea)로부터 공급받은 차를 사용한다. 모두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세계 각지의 작은 농장들과 거래하는 회사다.


에스테르가 늘 붐비는 이유 중 하나는 커피뿐 아니라 훌륭한 브런치 메뉴가 있기 때문. 사워도우 브레드와 유기농 계란, 제철 채소와 과일을 이용한 메뉴를 제공하며 다양한 케이크와 쿠키도 판매한다. 이스트 런던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에스테르에서 판매하는 해즈 빈 커피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