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종종 열성적인 선생님이 상처 입은 영혼들을 교화하고 변화시키는 이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다. 아래 소개하는 영화들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립, 오늘날의 교육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육 영화’와 차별점을 둔다. 이자벨 위페르의 <미세스 하이드>를 비롯해, 학교와 스승에 대한 ‘판타지적’ 시각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교육 현장을 마주 보게 하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미세스 하이드>

Mrs. Hydeㅣ2017ㅣ감독 세르쥬 보종ㅣ출연 이자벨 위페르, 로망 뒤리스, 호세 가르시아

기술학교에서 이론수업만 강의하는 ‘미세스 지킬’(이자벨 위페르)은 존재감이 미미한 교사다.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소심한 지킬은 어느 날 밤 벼락을 맞고 하루아침에 ‘미세스 하이드’의 강인한 자아를 얻는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세계적인 고전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 모티프를 따온 <미세스 하이드>는 과학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변신’ 아이디어를 빌려와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탈바꿈한 영화다. 미세스 하이드가 밤만 되면 걸어 다니는 불덩이가 되어 눈앞의 것을 불태워버리는 다소 허무맹랑한 설정도 기어이 납득시키는 이자벨 위페르의 초연한 연기가 빛나는 작품.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폐쇄적인 교육만 고집해온 주인공이 보다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교사로 변모해가는 모습은 은근한 울림을 준다. 제70회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영화 <미세스 하이드> 예고편

 

<디태치먼트>

Detachmentㅣ2011ㅣ감독 토니 케이 ㅣ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마샤 게이 하든,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헨리 바스’(애드리언 브로디)는 관계망 안에 깊숙하게 침투하기를 기피하며 학생들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유지한다. 그러나 새 학교로 발령받은 그는 사회에서 고립되어 방황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라앉히기 힘든 여러 복잡다단한 감정에 휩싸인다. 게다가 헨리는 거리에서 매춘하는 소녀 ‘에리카’(사미 게일)를 우연히 만나 보호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 자신도 치유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마주한다. 영화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립’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그들 사이의 벽, 소통의 부재, 마음속 분노와 상처들을 미화하지 않으면서 건조하고 사실적이게 그려낸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스승을 만나 교화되는 판타지에 가까운 해결책 대신, 그들 마음속의 ‘구역질 나는 냉정함’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인지하게 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작품마다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잊히지 않는 잔상을 새겨온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영화 속 주인공의 상실과 죄책감 그리고 기억에 대한 복잡한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디태치먼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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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르 선생님>

Monsieur Lazharㅣ2011ㅣ감독 필리프 팔라도ㅣ출연 모하메드 펠라그, 소피 넬리스, 에밀리언 네론

<라자르 선생님> 역시 흔히 떠올릴만한 사제 간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새로 부임한 교사가 학교에 적응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핵심적 메시지는 학교 밖의 현실에 더 기대고 있다. ‘라자르’(모하메드 펠라그)는 담임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대체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한결같이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주지만, 정작 그 자신은 끔찍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떠안은 채 매일 교단에 오른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엔딩이나 극적인 전개를 펼쳐내지 않는다. 다만 각자 다른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스승과 제자의 포지션을 뛰어넘어 서로 치유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코미디언, 무대연출가, 작가이자 성우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커리어를 지닌 배우 모하메드 펠라그의 섬세하고 차분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제3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4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 입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라자르 선생님>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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