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다큐> 스틸컷

서울예대 영화과 출신인 구교환은 포털사이트 프로필의 말마따나 ‘영화를 찍기도 찍히기도’ 했다. 그 과정을 성실히 반복한 끝에 그는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재 구교환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차세대 배우이자 동시에 신선한 스토리와 연출력을 인정받는 독립영화 감독이다. 그래서 지금 바로 구교환을 파헤쳐본다. 앞으로 더욱 무궁무진하게 쌓아갈 구교환의 행적을 뒤늦게 따라가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Take #1. 재치 있는 배우 구교환

▲ <우리들>(좌), <겨울잠>(우) 스틸컷

여느 실력 있는 배우들처럼, 구교환의 모습은 그가 차근차근 쌓아온 단편영화 출연작을 통해 더욱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 <파수꾼>(2010)으로 세 친구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바 있는 윤성현 감독의 전작 <아이들>(2008)에서 고등학생 ‘진욱’의 얼굴로 데뷔한 구교환을 만나보자. 같은 반 친구들에게 괴짜 취급을 당하면서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연 만들기에만 집중하는 진욱은 그동안 묵묵히 ‘열일’해온 구교환의 면모와 얼핏 닮았다. 윤성현 감독과 같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인 조성희 감독의 단편 <남매의 집>(2009)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표정을 드러낸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어느 남매의 허름한 단칸방에 침입해 비정상적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괴한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연기력을 내비쳤다. 이진우 감독의 영화 <겨울잠>(2012)에서는 여행 중 우연히 만나 자신을 다짜고짜 아들이라 부르는 ‘아저씨’(문창길)와 묘한 ‘케미’를 보여주는데,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 보여준 노인 ‘정수’와의 조화만큼 엉뚱한 매력을 선사한다.  

단편영화 <아이들> [바로가기]  

옴니버스 영화 <사사건건> 중 <남매의 집> [바로가기]

 

Take #2. 재능 있는 감독 구교환

영화과 연기 전공인 구교환은 자연스럽게(?) 단편 <거북이들>(2011)을 통해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첫 연출과 함께 맡은 주인공 ‘교환’이 풀어내는 자전적 이야기는 일단 몹시 특이하다. 어느 날 대변 대신 거북이를 배설하게 된 교환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에 감독의 어떤 자전적 고백이 녹아 있는지 단번에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특유의 기발함을 무사히 소화한 덕에 구교환은 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제13회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땡그랑동전상을 받았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에서는 조금 더 내밀한 주제를 얘기한다. 극 중 ‘고기환’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한 구교환은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자신이 출연한 DVD를 받으러 다니는 배우다. 영화는 구교환의 실제 경험담으로 웃음을 주는가 싶지만, 막상 많은 영화인들의 공감을 자극할 페이소스로 버무려져 있다. 물론, 구교환 특유의 재치가 스며든 ‘웃픈’ 페이소스다.

단편영화 <연애다큐>

구교환은 영화과 동기들과 ‘잽필름’이라는 팀을 구성해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중 ‘땡큐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제작한 영상 세 편은 전작들과 달리 웃음기 없는 캠페인 영상이지만, 그와 친구들의 재능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이후 ‘연애’라는 소재를 각각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단편 <연애다큐>(2015)와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2015)에서는 또 다른 ‘구교환 표’ 진지함을 만들어낸다. 

단편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기로든, 연출로든 재치 있게 풀어내는 구교환의 재능은 올해 제대로 빛을 발했다. 가까운 동반자인 이옥섭 감독과 함께 연출한 단편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로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을 차지했다. 전작들이 그러하듯 구교환 감독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했을 이 작품은 보다 더욱 확장된 내러티브를 선보였다. 고유의 유머러스한 연기는 물론, 영상미도 챙기며 감독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영화라는 틀 안에 더욱 다채로워진 구교환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Take #3. 그리하여 독립영화 베스트, ‘구교환’

<우리 손자 베스트>

Great Patrioteersㅣ2016ㅣ감독 김수현ㅣ출연 구교환, 방동우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한 20대 백수 ‘교환’(구교환)의 유일한 일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너나나나베스트에서 ‘헬조선’을 마구 욕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다. 평생 좌파척결, 국가부흥을 외치며 어버이별동대의 사명감으로 나름 애국심을 발휘해온 70대 노인 ‘정수’를 만난 후로는 일거리가 조금 더 늘었다. 희망 없는 나라를 맹렬히 비판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키보드 워리어 교환과 억지 가득한 노인도 애국자라면 애국자일까. 그렇게 뻔뻔한 애국자가 된 교환과 이름마저 같은 구교환. 그는 이미 무언가로 연상되는 캐릭터를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시나리오에 존재하는 너나나나베스트의 ‘교환’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대사까지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낸 덕에 배우 구교환의 이름은 각색 타이틀에도 올랐다. 한편, 인물들의 이상한 애국심이 깊어질수록 떠오르는 것은 우스꽝스럽게도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 분명 개봉했으나 상영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가 그 현실을 몹시 정확히 풍자했기 때문일까. 아마 너나나나베스트의 ‘교환’이라면 이 상황을 두고 가만 있지 않을 텐데.

<우리 손자 베스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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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제인>

Janeㅣ2016ㅣ감독 조현훈ㅣ출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가출 청소년 ‘소현’(이민지)은 가족처럼 지내던 오빠 정호가 돌연 떠나버리자 또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시기에 소현 앞에 우연히 나타난 ‘제인’(구교환)이라는 여자. 온갖 불행을 겪은 소외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가출팸을 엄마처럼 돌보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외면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제인은 주변의 상황을 대놓고 '불행'이라 말하면서도 더 소외된 사람을 연민하며 챙긴다. 그런 제인은 훗날 또 다른 불행을 겪는 소현에게 현실과 꿈에서 소망이 되어준 존재다. 그리고 소현은 물론, 관객에게도 제인은 재차 생각나는 인물이다. 구교환이 일찌감치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하며 제인의 여성스러운 외양을 완벽하게 꾸며낸 노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를 되려 꾸밈 없이 내뱉음으로써, 제인 내면의 목소리를 오롯이 전달하려는 의지를 내비친다. 덕분에 우리는 꿈과 현실을 어렵게 넘나드는 영화의 서사 속에서도 보다 쉽게 제인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고, 구교환 자신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으며 올해 가장 기쁜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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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이미지-<연애다큐> 스틸컷)
(단편영화 출처-ⓒ구교환 유튜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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