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네임드의 시대다. SNS별로, 그리고 분야별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일반인들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예인보다 더 매력적인 콘셉트과 끼로 많은 팬을 끌어모으며 수입과 명예를 챙기는 이들이 속속들이 늘고 있다. 치열한 네임드의 세계에 돋보기를 대보았다.

 

네임드, 새로운 문화 현상

유튜버 ‘JFlaMusic’ 계정 캡쳐

네임드(named)란 말 그대로 ‘이름을 얻은’ 사람(계정)이다. 유명인이나 셀럽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네임드는 SNS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TV가 연예인을 낳았다면, 싸이월드- ‘얼짱’, 블로그- ‘파워블로거’, 페이스북- ‘페북 스타’, 유튜브- ‘유튜브 스타’, 인스타그램- ‘인스타 스타’를 낳은 식이다. 게다가 성공한 네임드는 자신이 내세우는 콘텐츠의 판매량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이름을 얻고 있다’.

보통 네임드들은 네이버 등의 포털에서는 잘 검색되지 않고 특정 그룹에서만 공유된다. 당신이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음악 분야의 네임드들을 꿰고 그들을 팔로우하고 있을 것이다. ‘네임드 인디밴드’, ‘네임드 포토그래퍼’, 심지어 ‘네임드 역술인’ 등 세부 분야마다 붙는 ‘네임드’라는 별칭은 이제 하나의 일반 명사가 되었다.

네임드는 유행이라기보다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이제 포털에서 ‘홍대 맛집’을 검색하기보다, ‘홍대 맛집 네임드’의 타임라인을 뒤진다. 개그 프로를 보기보다 개그맨의 SNS 게시물을 보거나, ‘개그 장르 네임드’들을 팔로우한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마음을 ‘반려동물 네임드’ SNS 뉴스피드를 보며 달랜다. 혹은 ASMR이라는, 일반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콘셉트의 유튜버를 보며 색다른 즐거움에 빠진다.

 

네임드, 셀프 컨셉러

낸시랭 투표 독려 퍼포먼스 Via news.tf

네임드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임드 1세대 하상욱이나 네임드의 전신 낸시랭을 살펴보면 된다. 낸시랭은 소속사 없이 오로지 본인의 콘셉트와 퍼포먼스만으로 방송까지 타며 ‘유명인’으로 등극한 사례이고, 하상욱은 SNS 밀착형 콘텐츠를 생산하고 방송에서 유명해짐으로써 대중적인 인물이 됐다. 모두 본인 자체를 콘텐츠 삼은 경우다.

작가 이슬아 인스타 계정

이처럼 네임드는 소위 ‘셀프 유명러’다. 혼자서 알아서 유명해진 경우이고, 그래서 ‘셀프 컨셉러’이기도 하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겼거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네임드가 되지 않는 이유다. 무조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관종’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연예기획사가 따로 없는 네임드에 기대하는 것도 일반적인 유명인에게서 볼 수 없는 고유하고 독특한 콘셉트 때문이다. 작가 이슬아가 대표적인 좋은 사례다. 뛰어난 패션 감각뿐 아니라 ‘일간 이슬아’라는 연재 실험을 시도하고, 인스타 계정을 ‘본계·노래계·주변계’ 3가지로 운영하며 자신의 매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임드 피라미드

네임드는 SNS별로 그 성격과 종류, 소비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기반 네임드는 여타 SNS보다 연령대가 높고 이미지보다는 ‘글’, ‘콘텐츠’가 주력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이미지가 압도적인 주력 콘텐츠다.

SNS별로 성격이 다르고, 또 개인별로 SNS에 공을 들이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무 자르듯 나눌 수 없지만 네임드의 ‘네임’은 팔로워 수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보통 인스타 팔로워 기준으로 ‘100m=월드스타>>>m(백만)=연예인>준 연예인>10k(일만)=네임드’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네임’이 ‘텍스트, 음성, 영상, 방송’ 중 어느 곳을 기반으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좌우된다. 방송 기반 연예인이나 방송을 많이 탄 인물은 m에, 유튜브 같은 인터넷 방송은 500k~50k에, 매스컴이나 인터뷰를 탄 경우 50~10k에 수렴한다. 그리고 500k~50k쯤 들면 ‘나무위키’ 인물 항목에 뜨고 두터운 안티팬층까지 거느리고 있으며, 쉽게 그 유명세가 사라지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시대의 이무기들

‘나무위키’ 국내 인터넷 인물 항목 캡쳐

네임드는 콘텐츠와 끼를 갖고 있지만 일반 회사 입사나 사회 활동으로는 가진 바를 표출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중요한 ‘영업 수단’이 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기는 지난 만큼, 네임드는 용이 아닌 이무기들의 시대를 대변하는 존재다. 아직까지 네임드는 ‘노오력’으로 닿을 수 있다. 여차하면, 텔레비전까지도.

 

메인 이미지 <라디오 스타> 예고편 캡쳐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DO WOORI 네이버 포스트
DO WOORI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