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하트의 ‘가장 최근의 꿈’(2005)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최근의 꿈은 언제인지”, “꿈속에 내가 있었는지” 물으며 달달한 마음을 고백하는 곡이다. 물론 모든 꿈이 이처럼 핑크빛일 수만은 없다. 때로는 달콤한 환상 같기도, 외롭고 허무한 백일몽 같기도 한 노래들. 좁게는 드림팝이나 슈게이징 같은 장르로부터 넓게는 갖가지 희로애락의 몽상을 채우며 이생의 아름다움을 지탱하는 2018년 가장 최근의 ‘꿈의 노래’들을 소개한다.

줄리아 하트 ‘가장 최근의 꿈’ MV

 

타임머신써킷 ‘Into The Blue’
(2018.02.19)

타임머신써킷(Time Machine Circuit) 첫 정규앨범의 인트로 곡이자 앨범 프리뷰 영상 시작을 장식하는 ‘Into The Blue’는 비단 이 앨범만이 아닌 우리를 여러 색깔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꿈은 곧 현실의 반대이다. 사운드의 풍성한 공간감, 신비로운 분위기의 보컬과 천천히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는 멜로디로 현실감각을 흐리는 이 노래는, 일순간 이들이 지향하는 시간 초월의 공간으로 우리를 잡아끈다.

타임머신써킷 ‘Into The Blue’

 

오로라스팅 ‘인위적 초록색’
(2018.03.13)

타임머신 회로도를 의미하는 밴드 이름의 ‘Time Machine Circuit’이 시간을 초월해 현실 이면의 세계를 그려내듯, 오로라스팅의 ‘인위적 초록색’ 역시 시간을 거스르며 그만의 꿈을 그려낸다. 다만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거스르는 맑고 영롱한 건반의 타건과 후렴부터 퍼져가는 레트로 신스 사운드가 주축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반복되는 일상의 삭막한 현실 속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악기의 성큼성큼한 걸음걸이와 씩씩한 목소리가 내일의 꿈으로 담담히 향한다.

오로라스팅 ‘Green(인위적 초록색)’ MV

 

신해경 ‘담다디’
(2018.04.04)

신해경의 ‘담다디’는 꿈을 통해 이미 끝나버린 당신과의 추억을 더듬는다. 잔향을 한껏 머금은 음악은 마치 진한 그리움처럼 익숙한, 그래서 더욱 아쉬운 따스함으로 청자 가까이 머물며 그 감성에 젖게 한다. 첫 EP <나의 가역반응>(2017)을 통해 주목받은 신해경의 음악은, 스러질 듯 연약한 그러나 차분하게 안정된 보컬이 마치 흐린 안개처럼 흩트려져 번져가면서도 분명한 멜로디 궤적을 남겨내 인상적인 드림팝의 기억을 선사한다.

신해경 ‘담다디’

 

공중그늘 ‘파수꾼’
(2018.03.08)

첫 앨범도 아니고 공식 첫 싱글로 발표한 공중그늘의 ‘파수꾼’은 꿈을 대리하는 갖가지 장르 레퍼런스로 점철되어 있다. 한국식 모던록의 말랑말랑한 멜로디 감각과 슈게이징의 무기력한 태도, 중간중간 의외로 사이키델릭함을 감추지 않는 연주와 부유하는 신스팝 사운드가 그렇다. 이에 관찰자의 시선이 담긴 압축적인 가사, 추상적인 삽화풍 이미지가 나열된 영상이 더해져 한 편의 완벽한 꿈을 완성한다.

공중그늘 ‘파수꾼’ MV

 

티어파크 ‘Shimmer’
(2018.04.09)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너와 나의 사랑을 그리는 티어파크 ‘Shimmer’의 꿈은 제목처럼 좀 더 아스라이 빛나는 서사시이다. 영상 속 이국적인 숲 이미지와 함께 나른하게 부유하는 반주, 멀리서 들려오는 심벌과 스네어 소리, 몽환적인 보컬이 등장하고 이 꿈이 지속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풍경과 템포는 도시의 것으로 변한다. 이내 리드미컬하게 변주하는 악기들과 이를 나타내는 걷고 뜀의 교차, 숲과 도시를 오가다 결국 상하마저 뒤집히는 이미지의 나열은 결국 노래 가사 속 “나의 꿈을 사랑하는 너”와 “너의 사랑을 꿈꾸는 나”의 이어짐 마냥 단순한 몽상 이상의 환상을 묘사한다.

티어파크 ‘Shimmer’ MV

 

메인 이미지 공중그늘 ‘파수꾼’ 뮤직비디오 스틸컷

 

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네이버 파워블로그를 수상했고,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아주경제> 신문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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