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팝은 정의하자면 신시사이저로 연주하는 팝 음악입니다. 1970년대 말 처음 등장한 신스팝은 198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가장 유행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뉴웨이브 음악의 중심에 있던 신스팝은 유려한 멜로디와 사운드로 휴먼 리그, 펫샵보이즈, 듀란 듀란, 아하, 디페쉬 모드, ABC, YAZ 등 수많은 스타와 명곡들을 낳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90년대 그런지 음악의 광풍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신스팝은 2000년대 중반부터 처치스, M83등 신예 뮤지션들에 의해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뉴웨이브 물결을 타고 신스 팝의 기틀을 마련한 신스팝의 선구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펫샵보이즈(Pet Shop Boys)

Via hiresaudiocentral

펫샵보이즈(Pet Shop Boys)는 키보드와 프로듀싱을 맡은 크리스 로(Chris Lowe)와 보컬을 맡은 닐 테넌트(Neil Tennant)로 구성된 영국의 신스팝 듀오로 1981년 결성되었습니다. 사실 이들은 너무나 유명하고, 또 대단해서 이들을 빼놓곤 신스팝을 논할 수 없습니다. 독일에 일렉트로니카의 아버지라 불리는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있다면, 영국에는 신스팝의 아버지 펫샵보이즈가 있습니다. 초창기 다소 실험적이었던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에 비해 펫샵보이즈는 팝적인 면을 부각시켜 신스팝을 메인스트림의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1986년 1집 앨범 <Please>로 데뷔한 이들은, 2013년 발표한 정규 13집 <Electric>까지 꾸준히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스팝 대부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왔습니다. 이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데뷔 싱글 ‘West End Girls’와 2013년 발표한 ‘Vocal’을 들어보겠습니다.

Pet Shop Boys 'West End Girl'

 

Pet Shop Boys 'Vocal'

펫샵보이즈는 데뷔하자마자 영국과 미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3차례의 브릿 어워드와 6차례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초창기 그들은 라이브를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라이브 자체가 마초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들은 라이브 공연을 재개했고, 엄청난 컨셉과 규모의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필자는 펫샵보이즈의 공연을 총 세 번 보았는데(Pandemonium Tour와 Electric Tour) 의상, 무대연출, 사운드 등 라이브 퍼포먼스는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완벽하고 황홀했습니다. 닐 테넌트의 중성적인 보컬과 영롱한 신시사이저, 그리고 해학이 담겨있는 날카로운 가사 등은 펫샵보이즈만이 가진 매력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Being Boring’과 라이브 공연 실황 영상을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Pet Shop Boys 'Being Boring'

 

Pet Shop Boys 'Pandemonium Tour'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

Via billboard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는 베이스와 보컬을 담당하는 커트 스미스(Curt Smith)와 작곡, 신시사이저를 담당하는 롤랜드 오자발(Ronald Orzabal)로 구성된 영국의 뉴웨이브/신스 팝 듀오입니다. 1961년생 동갑내기로 13세 때부터 친구였던 이 둘은 처음엔 그레듀에이트(Graduate)란 이름으로 펑크 음악을 했었습니다. 1981년 밴드가 해체되자 이들은 곧바로 지금의 ‘티어스 포 피어스’를 결성합니다. 그리고 1980년대 일어난 뉴웨이브의 물결에 동참해 1983년 1집 데뷔작 <The Hurting>을 발표합니다. 데뷔작은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며, 뉴웨이브 열풍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1985년 이들은 프로듀서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와 함께 작업한 두 번째 앨범 <Songs From The Big Chair>를 발표합니다. 이 앨범 역시 미국과 영국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특히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Shout’, ‘Head Over Heels’와 같은 곡들이 큰 사랑을 받았으며 앨범 <Songs From The Big Chair>는 1980년대 최고의 신스팝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Tears for Fears 'Head Over Heels'

 

Tear for Fears 'Shout'

브라이언 이노, 피터 가브리엘, 토킹 헤즈 같은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팝적인 감수성과 철학적인 가사를 겸비한 지적이고 섬세한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음악 안에 록의 요소들도 접목시켰으며, 프로그레시브의 영향을 받은 웅장하고 서사적인 음악으로 신스팝을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1989년 발표한 3집 <The Seeds of Love>까지 크게 히트시키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들은 1990년대 들어 불화로 세션 멤버들이 팀을 떠나고, 매니저 사기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며 침체기를 겪습니다. 그사이 커트 스미스마저 팀을 떠나고, 롤랜드 오자발만이 팀에 남아 홀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흐지부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했던 이들은 10년 뒤 극적으로 재결합하여 다시 활동을 재개합니다. 1년 전 발표된 더 위켄드의 ‘Secrets’를 듣다가 익숙한 멜로디가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1분 40초에 티어스 포 피어스의 멜로디가 깜짝 등장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노래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Pale Shelter’가 나옵니다.

Tears for Fears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Tears for Fears 'Pale Shelter'

 

뉴 오더(New Order)

Via sopitas

뉴 오더(New Order)는 198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결성된 5인조 뉴웨이브/신스팝 밴드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베이시스트 피터 훅(Peter Hook)이 탈퇴하고, 현재 멤버는 톰 채프만(Tom Chapman),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 스티븐 모리스(Stephen Morris), 길리안 길버트(Gillian Gilbert), 필 커닝햄(Phil Cunningham)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뉴 오더의 전신은 포스트 펑크 밴드였던 조이 디비전입니다. 1980년 5월 보컬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갑작스런 자살로 팀은 해체되고, 나머지 멤버 3명이 모여 뉴 오더를 결성하게 됩니다. 1981년 3월 싱글 <Ceremony>를 공개하고, 그해 11월 데뷔 앨범 <Movement>를 발매합니다. 조이 디비전 시절부터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도였던 신시사이저와 디스코 리듬을 함께 사용한 댄서블한 곡 ‘Temptation’, ‘Blue Monday’ 등이 큰 성과로 나타나자, 이들은 <Power Corruption & Lies>(1983), <Low-Life>(1985), <Brotherhood>(1986) 등 명반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1970년대 말 혜성처럼 등장한 포스트 펑크밴드에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뉴웨이브/신스팝 그룹으로 탈바꿈에 성공합니다.

New Order 'Blue Order'

뉴 오더는 혁신적이란 말이 어울리는 밴드입니다. 늘 진보적이었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탐구하는 밴드였습니다. 동시대 다른 뮤지션들보다 앞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였고,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헤어스타일, 패션, 춤, 세련된 앨범 커버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행을 이끌어나간 밴드였습니다. 1990년대 들어 활동 중단과 복귀를 반복하며 이들의 커리어는 사실상 끝나는 듯 했으나 2011년 피터 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로 재결합에 성공합니다. 라이브 투어와 더불어 2013년 <Lost Sirens>와 2015년 <Music Complete> 앨범을 발표하며 현재 진행형 밴드임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여름에는 슈퍼소닉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기도 했습니다. 펫샵보이즈, 티어스 포 피어스, 뉴 오더 등 신스팝의 기틀을 마련한 이 위대한 밴드 모두 슈퍼소닉을 통해 한국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비록 전성기의 그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공연을 넋 놓고, 바라보던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New Order 'Bizarre Love Triangle'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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