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크리스마스. 런던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1963~2016)은 이 시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친구인 앤드루 리즐리(Andrew Ridgeley)와 함께 결성한 듀오 Wham!으로 1983년 데뷔한 뒤 1985년 발표해 크게 히트한 ‘Last Christmas’처럼, 크리스마스에 우리 곁을 떠났다.

Wham!의 'Last Christmas'

조지 마이클은 1987년 솔로로 전향하며 Wham! 시절의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나 싱어송라이터로 나선다. 30여 년의 현역 생활 중 음반 판매고 1억 장을 기록하였고, 개인 자산은 1억 파운드(약 1,5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성공과 달리 그의 인생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일찍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으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 특히 독실한 유대인 어머니에게 상처를 줄까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고, 정상 또는 양성애자인척 할 수밖에 없었다. 런던의 밤거리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자주 목격되거나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늘 타블로이드 신문 파파라치의 표적이 됐다.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 유명세보다는, 그의 인생행로와 고뇌를 읽을 수 있는 몇 곡을 뽑아 보았다.

 

‘Kissing a Fool’(1988) 

세계적으로 2천만 장이 팔린 그의 성공적인 솔로 앨범 <Faith>의 네 번째 싱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재즈풍의 발라드곡이다. 사랑하지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아픔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19세 때 처음으로 가까운 친구와 누이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은밀히 고백했지만, 그들은 이를 밝히지 말 것을 권했다고 한다. 이후 여성과 교제를 하기도 했으나 당연히 깊은 관계로 발전하긴 어려웠다. 그는 2007년 유대인인 어머니를 걱정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수 없었다고 밝혔고, 2009년 46세가 되어서야 양성애자가 아닌 온전한 게이임을 고백했다.

 

‘Jesus to a Child’(1996) 

그는 199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투어 중 인기 드레스 디자이너 안셀로 펠레파(Anselmo Feleppa)와 사랑에 빠지지만, 펠레파는 에이즈(AIDS)로 1993년 사망하게 된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공식행사에 나서지 않던 그는, 1994년 MTV 시상식에서 이 노래를 선보인다. 당시는 그의 성 정체성을 감추던 때라 노래 가사나 뮤직비디오에는 상실감과 슬픔을 암시적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후일 그는 공연 때마다 이 곡이 펠레파를 추모하는 곡이라 밝혔고, 펠레파를 잃은 슬픔이 가시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개인사와는 별개로 이 노래는 세계적으로 히트해 미국 시장 진입의 발판이 된다.

 

‘Outside’(1998)

조지 마이클은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황당한 사건에 연루되는데, 비벌리힐스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함정수사 중이던 히스패닉계 남성 사복경찰에 의해 음란한 노출 행위로 체포된 것. 이로 인해 그의 성 정체성에 관해 언론들이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MTV에 출연해 자신이 경찰의 함정에 빠졌다고 강변했지만, 결국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810달러의 벌금과 80시간의 교화형이 선고되었다. 그는 계속 매스컴을 통해 당시의 사복경찰을 비난하였고, 결국 1천만 달러 규모의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당시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미국 경찰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mazing’(2004)

1996년, 조지 마이클은 댈러스의 케니 고스(Kenny Goss)라는 남성과 사귀기 시작하였고, 이들의 관계는 13년간 계속된다. 이들은 미국 댈러스와 영국 런던에 저택을 마련해 함께 살며 2005년 영국의 ‘Civil Partnership’(2004년 만들어진 동성 간 결혼 관계 제도)에 등록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결국 등록을 포기하였고, 조지 마이클은 나중에 2009년 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곡은 둘의 관계가 한창일 무렵 연인을 위해 만든 곡이며 “You are amazing”의 “You”는 케니 고스를 지칭한다.

 

 ‘Shoot the Dog’(2002)

그는 정치와 자선행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뮤지션이다.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정부의 노동당 정책에 줄곧 반대하였으며, 특히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와 미국의 조지 부시 정부의 친밀한 관계와 그들의 이라크 침공에 관해 비판적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블레어 총리를 부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공을 물어오는 강아지로 묘사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 블레어 총리의 부인인 체리 블레어,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같은 실재인물이 만화 캐릭터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BBC News>의 추모 기사 ‘George Michael: Life in pictures’ [바로가기


조지 마이클의 생애는 동성애, 마약 문제로 인한 잦은 기행과 체포, 이에 따른 구설수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그의 음악적 가치와 재능이 바래지는 않는다. 특히 1988년 발표한 첫 솔로 앨범 <Faith>의 열풍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1982)와 함께 1980년대를 대표하는 팝 앨범으로 역사에 남았다. 5년 전부터 폐렴 합병증으로 인한 건강 이슈가 불거지더니 53세의 이르다면 이른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조지 마이클. 같은 해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레너드 코헨처럼 그에 대한 추모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