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2대 도시 예테보리(Gothenburg)의 일렉트로닉 신에서 따로 활동하던 남매 카린 드라이예르(Karin Dreijer)와 올로프 드라이예르(Olof Dreijer)는 1999년부터 The Knife라는 독특한 그룹 이름으로 함께 했다. 이들은 앨범 <Deep Cuts>(2003), <Silent Shout>(2006), <Shaking the Habitual>(2013)으로 연이어 호평을 얻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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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nife의 카린 드라이예르와 올로프 드라이예르


이들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2006년 이전에는 공연도 일절 하지 않았다. 중세 시대의 매부리 가면이나 변조된 목소리로 인터뷰에 가끔 응할 뿐이었다. 스웨덴 그래미 시상식에 여러 번 수상자로 초청을 받았으나, 이들은 음악업계의 뿌리 깊은 성차별에 항의하며 수상 자체를 거부하거나 조롱 섞인 메시지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들의 가사는 정치색을 깊게 띠면서 기성의 가치나 상업주의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고 인종, 젠더, 성 정체성 차별에 거부감을 보인다. 이들의 뮤직비디오 역시 독특한데, 가장 호평을 받았던 ‘Pass This On’을 먼저 감상해보자.

두 번째 앨범 <Deep Cuts>(2003)에 수록한 ‘Pass This On’ MV


‘Pass This On’ 뮤직비디오는 스웨덴 감독 조한 렝크(Johan Renck)의 연출작이다. 그는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카일리 미노그, 비욘세의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워킹 데드>의 에피소드를 감독했고, 그 역시 여러 장의 음반을 낸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뮤비에서 립싱크를 하는 여장 남자는 스웨덴의 모델이자 예전에는 드래그퀸으로 활동한 Richard Engfors다. The Knife의 남매가 뮤비에 출연한 사실은 후에 알려졌다. 여장 남자 앞으로 나가 춤을 추는 이가 올로프이고, 끝까지 자리에 앉은 채 이들을 응시하는 이가 바로 카린이다.

세 번째 앨범 <Silent Shouts>(2006)에 수록한 ‘We Share Our Mother’s Health’ MV

미국 ABC 드라마 <어글리 베티>에 삽입된 곡 ‘We Share Our Mother’s Health’의 뮤비는 일본 태생의 비주얼 아티스트 나카무라 모토미치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뮤비에서 볼 수 있듯 검정, 하양, 빨강의 단 세 가지 색으로 분노, 불안, 슬픔의 감정을 기괴한 양식으로 표현한다. 다섯 번째 앨범 <Shaking the Habitual>에 수록한 ‘Full of Fire’ 뮤직비디오는 스웨덴의 작가,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페미니즘 활동가로 유명한 Marit Östberg가 연출을 맡았다.

마지막이 된 다섯 번째 앨범 <Shaking the Habitual>(2013)에 수록한 ‘Full of Fire’

The Knife 주변의 여러 일화들이 그들의 독특한 생각을 말해준다. 그들의 곡 ‘Heartbeats’가 소니 TV 광고에 쓰이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평소 음악의 상업화를 비난하던 그들은 후일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들의 레코드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며 팬들의 양해를 구했다. 2003년에는 스웨덴 그래미상을 받았지만, 음악 시장의 남성 우월주의를 비난하며 이를 거부했다. 시상식에는 대신 미국의 페미니스트 운동그룹 게릴라 걸스(The Guerrilla Girls)에서 대표 두 명을 보내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Heartbeats’을 열창하는 The Knife

The Knife는 2014년 아이슬란드의 음악 페스티벌 공연을 끝으로 해체하고, 각자 솔로 활동에 나섰다. 누나인 카린은 Fever Ray라는 예명으로, 동생 올로프는 Oni Ayhun 이란 예명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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