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가 된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명사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Animals>, <The Wall>은 하나같이 록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들이고, 음반 판매량은 2억 5천만 장에 이른다.
1968년 시드 베럿(Syd Barrett)에 이어 그룹 멤버가 된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는 이제 70대에 접어 들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2015년 네 번째 솔로 음반 <Rattle That Lock>을 발표하면서 다시 순회공연에 나섰다. 이 음반에는 전설적인 록 기타리스트로서는 드문 재즈 풍의 ‘The Girl in the Yellow Dress’란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지난 해 발표한 뮤직비디오 역시 재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몽환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신예 애니메이션 감독 대니 매든(Danny Madden)을 초빙하여 그가 손으로 직접 그린 9천 장의 그림을 동영상으로 재현한 것.
앨범 발매 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곡을 넣으면 어떨까?”라던 그의 의향이 이 곡으로 표출된 것이다. 원래 재즈 트리오와 함께 오래 전에 만들었던 곡인데 앨범을 위해 다시 녹음했다고 한다. 메이킹 영상에서는 비틀스와 핑크 플로이드가 애용했던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에서 가사를 쓴 소설가이자 부인 폴리 샘슨(Polly Samson)과 애견을 동반한 채 곡 해설을 하는 그를 볼 수 있다. 1970년대 긴 머리를 휘날리던 록그룹의 리더가 세월이 흘러 이제는 노신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밥 딜런 만큼이나 신랄하고 시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핑크 플로이드. 거기에는 그룹의 두 축인 데이비드 길모어의 작곡과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작사가 있었고, 이 두 사람은 아직도 활발히 활동한다. 명반 <The Wall>에 수록한 ‘Comfortably Numb’는 밴드의 최고 명곡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 사이 심각한 불화의 씨앗이 되어 1985년 로저 워터스가 탈퇴한 원인이 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공동 작곡으로 노래가 나오는 부분은 워터스가, 연주 부분은 길모어가 작곡하였는데, 로저 워터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리듬 섹션의 구성에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고 곧 감정적인 대립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핑크 플로이드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 곡은 기타 연주의 교본으로도 유명하다. 한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이어지는 두 번의 기타 솔로는 <Guitar World> 지가 역대 4위 기타 연주로 랭크할 만큼 강렬하다. 아래 영상은 최근 두 사람이 각자의 콘서트에서 연주한 영상을 원격으로 합성한 것인데, 러닝타임 2분 무렵에 짧은 솔로가, 4분 30초 무렵에 긴 기타 솔로가 나온다.
이 기타 솔로는 전 세계 기타 교습생들이 한 번은 연주하고 싶어하는 ‘레전드’이자, 많은 아마추어 기타리스트가 유튜브에 자신의 솔로 버전을 올리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중 6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을 감상해 보자. 이 소녀 기타리스트는 약 1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두 사람의 재결합설이 끊임없이 돌았지만, 결국은 낭설로 끝났고 갈등의 골은 예상보다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멤버 세 사람은 이미 유명을 달리하여 핑크 플로이드는 이제 전설로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함 없는 것은 데이비드 길모어가 그의 나이 70대에도 여전히 런던의 스타디움을 팬으로 가득 메울 수 있을 정도의 관객 동원력을 보유한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