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곳곳에는 카페인가 공연장인가, 혹은 펍인가 라디오 방송국인가 싶은 공간들이 있다. 이곳을 찾는다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갔다가 라이브 방송을 참관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음악 공연을 접하게 될 수도 있다. 이스트 런던인 달스턴(Dalston)과 해크니(Hackney),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역인 페컴(Peckham)에서 찾은 특별한 공간들을 소개한다.

 

카페 오토(Café OTO)


저녁이면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런던의 여러 카페들 중에서도 달스턴 지역에 자리한 카페 오토는 가장 활발하게 공연이 열리는 장소다. 찾아가는 길이 다소 휑한 느낌이지만 길거리 벽화나 개성 있는 가게들의 모습에서 이스트 런던의 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각자의 작업에 열심인 학생들이나 아이를 데리고 차를 마시러 나온 현지인들. 카페는 5시까지 운영하는데 베이커리뿐 아니라 샐러드와 페르시안 스타일의 음식 등 식사 메뉴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5시에 문을 닫으면 약 2시간 정도 사운드 체크와 공연 준비를 마치고 저녁 시간대에는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카페 오토에서 판매하는 책과 음반

카페 손님이 계속 머물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티켓을 구입해야 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매하는 관객에겐 약간의 할인 혜택이 있다. 공연일정은 카페 오토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주류 음악보다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뮤지션들을 섭외해 색다른 라이브 음악을 들려준다. 또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반도 예사롭지 않다. 모두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음반들이며 한정 출시된 제품도 많다. 카페 오토에 한번 방문해본다면 이곳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 많은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페 오토 홈페이지 

 

 

윌튼 웨이 카페(Wilton Way Café)


역시 런던의 이스트 지역인 해크니에 자리한 윌튼 웨이 카페는 따로 간판이 없어 내부에 들어가야만 제대로 찾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카페가 자리한 길 이름을 딴 이곳은 현지인들에게 커피와 음악, 두 가지 모두로 인정받고 있는 장소. 먼저 커피는 런던의 유명한 로스터리 숍이자 해크니 지역의 브로드웨이 마켓에 자리한 클림슨 앤 손스(Climpson & Sons)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브런치 메뉴도 이 카페의 자랑거리.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카페 내에 자리한 라디오 방송 부스다. 입구 창가에 마련된 부스에는 DJ가 실제 방송을 하며 런던 필즈 라디오(London Fields Radio)를 진행한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마치 방청을 하듯, DJ가 LP를 골라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모습과 방송 멘트를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고 함께 즐기는 건 마찬가지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로컬 방송을 만들어가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흥미로운 카페이자 방송국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커뮤니티 장소로 떠오른 건 당연한 일 아닐까.

 

 

라이 왁스(Rye Wax)


라이 왁스가 자리한 페컴 지역은 한때 우범 지역으로 꼽히며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해 지금은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많고,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자리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페컴의 더 CLF 아트 카페(The CLF Art Café) 건물의 지하에 자리한 라이 왁스는 언뜻 보기엔 바를 갖춘 레코드 숍으로 보인다. 그런데 넓은 공간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단순한 음반 가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라이 왁스에 진열된 LP


페컴에서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겠다는 의도로 2014년 오픈한 이 공간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복합 공간을 추구한다. LP와 만화책, 잡지를 팔고, 커피와 식사 메뉴를 판매하며 저녁에는 칵테일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인 ‘라이 왁스 라운지(Rye Wax Lounge)’에서는 여러 이벤트가 펼쳐진다. 디제잉을 하거나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고 종종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게스트도 등장한다. 무료입장이 가능한 공연이 많고,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 공연도 있는데 라이 왁스의 페이스북에서 이벤트 일정과 티켓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라이 왁스 페이스북 

 

 

ㅣ필자소개ㅣ
안미영(Miyoung Ahn)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는 런던 여행에세이 <셀렉트 in 런던>과 10명의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회사생활과 퇴사에 대한 생각을 담은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가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