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평범한 골목길. 중년 여성이 쓰레기를 버리고 집에 들어가려다 맨땅에서 가상의 훌라후프를 발견하고 집어 든다. 천진한 표정으로 형체도 없는 훌라후프를 신나게 돌리더니 그대로 골목을 나와 상하이 시내 곳곳을 누비기 시작한다. 슈퍼마켓, 회전문, 분수대, 공원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어지는 이 요상한 매력의 훌라후프 댄스는 보는 이를 천천히 중독시키며 덩달아 춤추고 싶은 충동에 빠져들게 한다. 행복한 기운을 가득 설파하는 뮤직비디오를 보자.

들여다보면 영상 곳곳에 은유가 숨어 있다. 영상 속 중년 여성은 짐(쓰레기)을 버리고 나서야 바닥의 훌라후프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훌라후프를 돌리며 시내를 누빈다. “Yes”, 간간이 등장해 조미료처럼 흩뿌려지는 노래 가사에 맞춰 더 본격적으로 신나게 몸을 흔든다. 그 모습은 엉성해서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훌라후프가 진짜 존재하든, 안 하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자유롭고 행복한 기분을 외면하지 않고 만끽하는 것으로 그 순간은 이미 완전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주인공은 미국 텍사스 출신의 3인조 밴드 크루앙빈(Khruangbin)이다. 태국어로 ‘날아다니는 엔진’이라는 뜻을 지닌 독특한 밴드명답게, 1960~70년대 태국의 훵크 음악에 기반을 둔 이국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묵직한 베이스와 짤랑대는 드럼 사운드를 조화롭게 버무려내 은근히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것이 이 밴드의 매력이다. 사실 이들의 음악은 일찍이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시즌1의 ‘노동요 BGM’으로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효리, 이상순으로부터 시작된 입소문으로 크루앙빈은 한국에서 공연까지 열게 됐다. 오는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서울재즈페스티벌 2018’에서 이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