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가 개봉한 지 14년이 흘렀지만 그 특별한 감수성은 유효하다. 특히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한국판이 3월 개봉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는 중. 이참에 다시 들여다본 일본 로맨스의 클래식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는 두 주연 배우 말고도 그때 몰라봤던 얼굴들이 가득했다. 한 명 한 명 짚어보자.

 

노구치 역, 코히나타 후미요

보통 사람에겐 이상하게 들릴 타쿠미의 말도 다정하게 들어주는 의사 ‘노구치’는 코히나타 후미요가 연기했다. 특유의 미소는 노구치를 한층 매력적인 인물로 만드는 한편, 자칫 들뜰 법한 영화 분위기를 묵직하게 잡아준다. 코히나타 후미요는 1977년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후 쭉 연기 인생을 걸어왔다. 작품의 장르나 역할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기에, ‘일드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그 얼굴이 익숙할 거다. 코히나타 후미요의 열정은 여전히 타오르는 중, 최근 한국에서도 입소문을 탄 드라마 <Dr. 린타로>(2015)와 <중쇄를 찍자!>(2016)에 출연하여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나가세 역, 이치카와 미카코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의 직장 동료로 그 곁을 맴도는 ‘나가세’는 타쿠미 넥타이 깃에 묻은 케첩 얼룩을 정성스레 지워주고, 어린 ‘유우지’(다케이 아카시)의 마음마저 헤아린다. 나가세로 분한 이치카와 미카코는 타쿠미에 대한 감정을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감추다 흐트러지고 마는 순간을 담백하게 연기했다. 이후 그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안경>(2007)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등 인상적인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더 친숙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선생님 역, 유(YOU)

유우지의 담임 선생님은 유(YOU, 본명 에하라 유키코)가 연기했다. 남다른 감성을 가진 유우지를 아끼고 은근히 격려하는 선생님 캐릭터와 유의 독특한 연기 톤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한 영화 <걸어도 걸어도>(2008) 속 철없는 딸 ‘지나미’와, 드라마 <심야식당>(2009)에서 소스 야키소바를 찾던 왕년의 스타 ‘카자미 린코’를 연기하며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배우가 되었다. 덧붙여 그는 넷플릭스 예능 <테라스 하우스>에서 감칠맛 나는 진행을 선보이며 MC로도 활약하고 있다.

 

 

고등학생 유우지 역, 히라오카 유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시작과 끝에는 고교생이 된 유우지가 등장한다. 당시 히라오카 유타는 그 자체로 청춘의 얼굴이었고, 굳이 통통 튀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18살의 유우지가 되었다. 그는 이 영화를 찍을 때 신인이던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히 영화를 여닫는다. 이 작품으로 2005년 일본 아카데미 신인상을 거머쥔 히라오카 유타는 다양한 역할로 대중을 만나왔다. 영화 <스윙걸즈>(2004) 속 피아노를 연주하는 ‘나카무라’, <해피 해피 브레드>(2012)의 빵 만드는 청년 ‘토키오’로 순박한 매력을 드러내더니, 드라마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2017)에선 속 썩이는 전 남친을 연기하며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중이다.